[창원=스포츠조선 이종서 기자] "예상 못했죠."
지난 23일 창원 NC파크. 두산 베어스로서는 아찔한 장면이 나왔다. 6회말 1사 1,2루에서 NC 박민우가 친 타구가 두산 선발투수 라울 알칸타라 정면으로 날아갔다. 알칸타라는 자신의 얼굴쪽으로 타구가 날아오자 몸을 피하면서 손을 내밀었고, 타구는 손바닥을 맞고 옆으로 빠졌다.
알칸타라는 고통을 호소했고, 결국 마운드를 내려왔다.
0-0으로 맞선 1사 만루 상황. 이영하가 등판했다. '에이스' 알칸타라였고, 투구수도 84개였던 만큼, 교체는 더욱 갑작스럽고 이르게만 느껴졌다.
몸도 제대로 풀지 못한 채 마운드에 올라온 이영하는 슬라이더 두 개로 마틴을 1루수 파울 플라이로 잡아냈고, 이어 150km 직구로 권희동을 잡아냈다.
한 차례 고비를 넘긴 두산은 7회초 3점을 내면서 리드를 잡았다. 이영하는 7회말 첫 타자 오영수를 좌익수 뜬공을 처리한 뒤 도태훈과 안중열을 모두 삼진으로 막았다.
8회에도 올라온 이영하는 공 6개로 3타자를 모두 땅볼로 잡아냈다. 이여하는 9회말 마운드를 마무리투수 정철원에게 넘겼다.
정철원 1실점을 했지만 리드를 지켰고, 두산은 3대1로 승리했다. 지난 22일 삼성전에서 구원 등판해 1⅔이닝 무실점을 하면서 승리 투수가 됐던 이영하는 2경기 연속 승리로 시즌 4승 째를 챙겼다.
이영하는 "이틀 연속 운이 좋았다. 삼성전에서는 1아웃 1,3루에서 3루 주자에게는 점수를 주자는 생각으로 했는데 (조)수행이 형 호수비 덕분에 막았다. 자신감이 생겨서 만루에서는 다 막아보자고 생각을 했는데 운좋게 첫 타자 파울 타구가 나온 거 같다"고 돌아봤다.
예상하지 못했던 등판. 이영하는 "불펜에서 껌 씹고 있었는데 바로 삼키고 올라갔다"고 웃으며 "캐치볼 몇 개하고 마운드에서 풀자고 생각했다. 사실 큰일 났다고 생각했다. 연투라서 조금 뻑뻑한 느낌이 있었다. 그래도 막상 시작하니 싹 잊혀졌다. 첫 이닝 막고 내려와서 다시 던지니 나쁘지 않았다"고 했다.
이영하는 2019년 17승을 거두며 차세대 우완 에이스로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이후 '학교 폭력' 당했다고 주장하는 후배가 나오면서 법정 다툼까지 가면서 야구에 집중할 시간이 부족했다. '무혐의'로 밝혀지면서 이영하는 올해 중반부더 본격적으로 나설 수 있었다.
돌아온 이영하는 '에이스' 시절 못지 않은 기량을 뽐냈다. 자신의 장점을 최대한 끌어올린 전략이 통했다. 최고 구속은 155㎞까지 나왔다. 이영하는 "나는 제구력이 좋은 투수가 아닌 만큼, 힘을 더 기르자고 생각했다. 반대로 생각해 남들이 가지고 있지 않은 힘이 있으니 그걸 더 키워보자고 생각하며 웨이트를 하다보니 최근 구속이 더 올라왔다"고 했다.
6월 초 처음 1군에 등록돼 8월초까지 뛰었던 이영하는 지금과 같은 모습은 아니었다. 구속은 나오지만 제구가 더욱 흔들렸고, 대량 실점으로 이어진 날도 있었다. 이영하는 "초반보다는 멘털적으로 더 성숙해진 거 같다. 이전에는 감독님도 바뀐 상태에서 처음 올라온 거고, 또 여러 일이 있었으니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많았다. 이제 내가 할 것을 하자는 생각으로 하니 달라진 거 같다"고 말했다.
이승엽 두산 감독도 최근 이영하의 모습에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이 감독은 "슬라이더 각도가 좋아졌고, 스피드도 좋아졌다. 스트라이크 비율도 높아졌던 만큼 편하게 보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두산은 25일까지 67승1무59패로 4위를 달리고 있다. 3위 NC(68승2무55패)와는 2.5경기 차. 가을야구의 티켓을 가릴 마지막 총력전에서 이영하의 활약은 17승 거두던 시절 못지 않게 두산의 질주 동력이 되기 시작했다.
창원=이종서 기자 bellstop@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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