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테이블세터보다는 클린업에서 뛰어줘야하는 타자다. 3번타자 스타일로 커주면 좋겠다."
롯데 자이언츠 고승민(24)을 향한 김태형 감독의 속내다.
올겨울 롯데팬들의 집중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 1군무대에서 우익수와 1루수로 뛰었던 그가 데뷔 당시의 포지션인 2루에 다시 도전하기 때문. 베테랑 안치홍(한화)의 이적 공백을 공격과 수비 양쪽에서 메워야한다.
2019년 2차 1라운드로 입단할 당시부터 '확신의 타자 유망주'로 꼽혔다. 리그에서 가장 빠른 타구 속도를 지닌 남자, 2022년 후반기 4할 타자(타율 4할1푼4리)로 증명된 재능이기도 하다.
하지만 뜻밖의 굴곡을 만났다. 주전으로 도약한지 1년만인 지난해 타율 2할2푼4리, OPS(출루율+장타율) 0.651로 주저앉았다. 우익수 자리는 어느덧 신예 윤동희(21)가 꿰찼다. 우익수에서 1루로, 다시 2루로 포지션을 옮기게 됐다.
덕분에 의욕이 활활 불타올랐다. 겨우내 부산에 머물며 스스로를 채찍질하고 있다. 하루 일과가 PT부터 기술 훈련, 헬스까지 운동으로 가득하다.
1m89의 고승민이 2루로 나설 경우 1m84의 노진혁과 보기드문 장신 키스톤 콤비를 이루게 된다. 그는 "올해는 부상없는 한해를 보내고 싶다. 잘 준비하겠다"고 강조했다. 마무리캠프에서의 2루 훈련에 대해서는 "아직 생각처럼 잘 안 되더라. 잡고 던지는 건 괜찮은데 수비 범위나 팀적인 호흡 같은 건 쉽지 않다"고 돌아봤다.
"난 지금 (타율)2할2푼 타자다. 포지션을 가릴 입장인가. 어디든 내보내주시면 열심히 할 뿐이다. 내 자리를 빨리 찾는게 중요하다."
결국 고승민에게 기대하는 것은 타격에서의 역할이다. 고승민도 이를 잘 알고 있다.
지난해 부진의 이유는 뭘까. 4월까진 홈런 하나 포함 타율 2할6푼8리, OPS 0.757로 나쁘지 않았다. 그런데 5월 들어 타율 2할6리로 주저앉았고, 이후 좀처럼 페이스를 회복하지 못했다.
고승민은 "스스로에 대한 확신이 없었다. 더 좋은 성적, 더 정확한 컨택을 하기 위해 욕심을 부리다가 타격 밸런스를 잃어버렸다"고 분석했다.
"결국 타격은 내가 하는 거다. 너무 고민하고 고치려다보니 어릴 때부터 만들어온 내 스윙을 잃어버렸다. 마무리캠프 때 다시 찾았다. 이제 놓치면 안된다."
큰 키에 탄탄한 체격만 보면 재능을 타고났다. 하지만 고승민은 스스로에 대해 '노력파'라고 자부한다.
"건방지다, 야구하는 모습이 성의없다 그런 말 많이 들었다. 그런 선수가 어떻게 프로가 되겠나. 어릴때 매일매일 일기장에 내 타격폼 그려가면서 지금 내 실력을 만들었다. 초등학교 선수들 보면서도 나랑 비교해보고 연구한다. 다시 태어나도 야구를 할 거지만, 그런 이야기는 듣고 싶지 않다."
마무리캠프 당시 김태형 감독은 고승민에게 각별한 관심을 기울였다. '타격할 때 뒷다리가 무너지고 팔이 떨어진다'는 디테일한 조언을 던지기도 했다. 고승민은 "'넌 할 수 있다. 정말 좋은 능력, 기술을 갖고 있다. 기죽지마라'는 격려를 많이 해주셨다"고 돌아봤다.
"데뷔 첫 홈런 치던 날은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난다(2022년 5월22일 두산전 9회초 역전 3점포). 그런 순간을 올해 또 만들어보고 싶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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