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2022년 10월. 두산 베어스 구단이 새 사령탑으로 이승엽을 낙점했을 때까지만 해도 "너무 빠른 것 아니냐"는 야구계 의견이 다수였다.
1976년생인 이승엽 감독은 동갑내기인 삼성 라이온즈 박진만 감독과 더불어 선임 당시 현역 최연소 사령탑이었다. 하지만 박진만과 이승엽 간에는 차이가 있었다.
박진만 감독의 경우, 삼성에서 줄곧 코치를 하고 있었고 2군 감독과 1군 감독대행을 거쳤다. 허삼영 전 감독이 2022시즌 도중 성적 부진에 책임을 지고 사퇴한 후, 구단은 박진만 2군 감독에게 1군 감독 대행을 맡겼다. 그리고 시즌이 끝난 후 자연스럽게 정식 감독으로 선임됐다.
반면 이승엽 감독은 2017년 현역 은퇴 후 현장을 떠나 있었다. KBO 홍보대사, 해설위원 등으로 끈은 놓지 않았지만, 코치 경력 없이 곧바로 감독이 됐다. "너무 빠른 것 아니냐"는 평가에는 단순히 젊은 나이 뿐만 아니라, 이런 현장 지도자 무경험에 대한 우려까지 두가지가 함께 담겨있었다.
하지만 불과 1년 만에 최초의 1980년대생 감독이 탄생했다.
13일 KIA 타이거즈가 11대 감독으로 이범호 감독을 선임하면서, 현역 최연소 감독 타이틀이 승계됐다. 1981년생인 이범호 감독은 이승엽, 박진만 감독보다도 5살이 어리고, 현역 은퇴한지도 5년밖에 안됐다.
'유경험자'와 '베테랑'을 선호해 온 기존의 흐름과 달라진 이범호 감독 선임은, KBO리그에서도 감독 선택에 있어 새로운 지평을 열 수 있다. 그동안 '초보' 감독, 나이가 너무 어린 감독 선임에 대해서는 망설이는 구단들이 많았다. 특히 당장 우승 성과를 내야하는 구단일 수록 신중했고, 모험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코치 경력 없이 '레전드'로 인정을 받아 감독 자리에 오른 이승엽 감독과, 은퇴 이후 5년간 착실하게 후계자 수업을 받은 후 왕좌에 오른 이범호 감독 선임은 앞으로 구단들의 선택지가 훨씬 더 넓어질 수 있다는 징표이기도 하다.
박용택, 이대호, 김태균 등 이들과 현역 시절 어깨를 나란히 했고, 은퇴 시기도 비슷하며, 리그 역사에 획을 그은 '레전드' 출신들의 향후 행보에도 자연스럽게 시선이 쏠린다. 이승엽 감독이 선임됐을 때, 지도자 경력이 전혀 없는 것에 대한 우려도 있었지만 오히려 야구계 내부에서 이를 열렬히 환영하는 목소리도 결코 적지 않았다.
타 구단 고위 관계자는 "이승엽 같은 전설적인 선수들이 감독을 하고, 프로야구 부흥기를 이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대호, 박용택 이런 선수들도 충분히 감독이 될 수 있다. 그리고 서로 라이벌 구도도 형성하고 판을 키워나가야 한다. 예전처럼 무조건 어떤 단계를 거쳐야 감독이 되는 시대는 아니다. 내부에서 키워서 쓰는 감독이 생길 수도 있고, 레전드 선수 출신들이 감독이 될 환경도 충분히 된다고 본다. 틀에 갇혀만 있으면 리그가 발전할 수 없다"는 소신 발언을 하기도 했다.
물론 부정적 시선도 있다. 현장 코치들의 애매한 입지 속에 레전드 선수들의 코치 기피 현상이 심화되면서 이를 불편하게 여기는 야구계 선배들도 많다. 이는 명백한 사실이다.
하지만 시대가 달라지고 있다. 이범호의 경우에도 '언젠가 한번은 타이거즈 감독을 할 사람'이라는 평가는 있었지만, 당장 올해 기회가 주어질 것이라고는 본인도 생각하지 못했다. "너무 빠르다"는 말이 그냥 나온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이렇게 나이, 경력에 대한 야구계 보이지 않는 선입견들이 하나씩 깨지고 있다. 앞으로 새 감독 선임 하마평에 보다 폭 넓은 후보군이 등장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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