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오리아(미국 애리조나주)=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보가츠 선수가 2루수를 해본 적이 거의 없어서…."
2억8000만달러 몸값의 선수가 수비를 몰라서 물어본다? 그런데 현실이다. 그것도 세계에서 야구를 가장 잘하는 선수들이 모인 메이저리그에서 말이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는 2024 시즌을 앞두고 엄청난 결단을 내렸다. 주전 유격수와 2루수 자리를 맞바꿨다. 김하성이 유격수로, 잰더 보가츠가 2루로 이동한다.
미국 전역이 깜짝 놀란 뉴스였다. 이게 왜 충격적이냐. 샌디에이고는 지난해 공격형 유격수 보가츠를 영입하기 위해 무려 2억8000만달러(약 3730억원)를 투자했다. 하지만 그런 슈퍼스타를 한 시즌 만에 '좌천'을 시킨 격이 됐다. 2루수로 뛰게 할 거면, 그만큼 큰 돈을 안줘도 됐다. 유격수는 수비가 어렵기에 몸값이 올라간다.
김하성은 의연하다. 한국팬들은 환호한다. 더 멋있는 플레이를 볼 수 있고, 김하성의 몸값이 치솟을 수 있다. 반대로 보가츠는 풀이 죽었다. 2루수행 통보를 받은 날, "언젠가 포지션이 바뀔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이렇게 빨리 찾아올지 몰랐다"며 감정을 억눌렀다.
이제 시범경기가 시작됐다. 2경기에서 유격수 김하성-2루수 보가츠 체제로 시험을 했다. 그런데 유심히 지켜보면 보가츠가 경기 중 계속해서 김하성에게 뭔가를 물어본다.
김하성은 "보가츠 선수가 2루수를 해본 경험이 거의 없다고 한다. 그래서 연계 플레이나 다른 부분에서 안되는 것들이 있다. 나와 제이크 크로넨워스에게 많이 물어본다. 나와 크로넨워스가 그 때마다 알려주고 있다"고 밝혔다.
김하성에게는 좋은 일이지만, 샌디에이고 팀으로 봤을 때는 사실상 투자 실패에 가깝다. 문제는 보가츠 뿐 아니다. 샌디에이고에는 올스타급 유격수 출신 선수들이 수두룩하다. 매니 마차도도 유격수였다.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도 유격수로 뛰다, 수비가 문제가 되자 외야로 전향했다. 크로넨워스 역시 유격수였는데, 2루로 갔다가 지금은 자리가 없어 1루수로 뛰고 있다. 재능을 묵히는 경우다. 김하성은 자신의 유격수 이동에 대해 "우리팀에는 유격수 5명이 있다. 아무나 뛰어도 된다. 그래서 내가 유격수를 맡는 것에 큰 감흥은 없다"고 말한다.
스타 플레이어들이 많아 볼거리는 많아 좋다. 하지만 포지션 중복, 팀 케미스트리 등을 고려하지 않은 무리한 투자의 결과가 갑작스러운 보가츠의 2루 전향으로 드러난 꼴이다. 현지에서는 재정이 악화된 샌디에이고가 김하성을 유격수로 전환시킨 뒤, 올시즌 중 트레이드 카드로 사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김하성은 이번 시즌 후 FA다. 엄청난 몸값을 주고 잡을 수 없다면, 김하성의 가치가 절정일 때 다른 좋은 카드들을 받아오겠다는 계산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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