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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도박→절도까지' 둘도없는 절친의 배신, 오타니가 택한 침묵의 방식 [고척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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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척=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야구의 신' 오타니 쇼헤이(LA 다저스)의 가족 같은 절친이 알고보니 도박중독자였다. 그 파문이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21일 고척스카이돔. LA 다저스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메이저리그 공식 개막전 '서울시리즈' 2차전이 열렸다.

경기전 오후 3시경, 다저스가 사용하는 1루 측 더그아웃 선수 출입구에는 수십명의 취재진이 모여들었다. 특히 일본 기자들은 무거운 카메라도 아랑곳하지 않고 어깨 위로 쳐든채 선수단 입구에 초점을 맞췄다.

다저스 선수들이 하나둘 그라운드로 나서 몸을 풀기 시작했지만, 오타니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오타니는 경기 시작 전까지 끝내 그라운드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다저스는 전날 개막전 승리 직후 충격적인 소식에 직면했다. 오타니의 오랜 친구인 통역 미즈하라 잇페이가 절도 혐의로 전격 해고됐다는 것.

잇페이는 니혼햄 시절 외국인 타자의 통역으로 오타니와 처음 인연을 맺었고, 이후 미국에서 함께 생활하며 그의 손발처럼 움직여왔다. 오타니와 개인 뿐 아니라 부부끼리도 친밀한 사이다. 잇페이의 아내는 전날까지 오타니의 아내와 함께 관중석에서 함께 경기를 지켜봤다.

미국 현지의 자세한 보도에 따르면, 잇페이는 개막전 직후 라커룸에서 선수들에게 자신의 죄를 시인하는 한편 사과했다.

그는 불법 도박에 빠져 오타니에게 최소 450만 달러 이상의 금전적 손해를 끼쳤다는 것. 이에 대해 잇페이는 ESPN과의 최초 인터뷰에서 '오타니가 직접 돈을 갚아줬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오타니 측은 빌려준 게 아니라 절도당한 것이라고 반박한 상황.

잇페이 문제에 대한 다저스 측의 추가적인 공식 입장은 '노코멘트'다. 21일 경기전 브리핑에 임한 로버츠 감독은 잇페이에 대해 "죄송하지만, 이 문제에 대해서는 어떤 코멘트도 할 수 없다. 다만 오타니는 오늘 경기 출전하기 위해 준비중이다. 오늘 오타니의 통역은 야마모토(요시노부)가 맡는다"고 설명했다.

로버츠 감독은 '잇페이가 한국에 있나', '선수들에게 사과했다는 게 사실인가' 등 거듭된 관련 질문에 모두 '답할 수 없다'로 일관했다. 당초 경기전 감독과 함께 야수 1명이 인터뷰를 할 예정이었지만, 다저스는 이 또한 패스했다.

이날 공식 일정상 다저스 선수단의 연습 시간은 오후 4시 15분부터 5시 5분까지였다. 구름처럼 모여든 취재진은 5시까지 오타니의 등장을 기다렸지만, 그는 끝까지 나타나지 않았다.

오타니가 그라운드에 모습을 보인 것은 취재진이 모두 그라운드에서 퇴장한 뒤, 선수 입장 및 소개 시간이었다. 환한 표정으로 그라운드에 나선 오타니는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과 가볍게 포옹하며 승리를 향한 의지를 다졌다.

고척=김영록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