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죄송하다는 말을 100번 넘게 하고 싶습니다."
프로야구 선수는 개인 사업자다. 팬들에게 좋은 성적으로 보답해야 하는 게 당연하지만, 성적을 내지 못하면 선수 본인이 부와 명예를 쌓지 못하니 괴롭다.
100억원이 넘는 FA 계약을 맺은 선수가 기대치를 충족시켜주지 못하면, 팬들에게 미안하다는 얘기를 하는 게 맞겠지만 연봉 4000만원을 받는 선수가 자신의 야구 인생을 바꿀 수 있는 결단을 내리고 "죄송합니다"만 반복하니 안타깝게 보인다.
키움 히어로즈 장재영은 투수를 포기하고 타자로 뛰어보기로 결심했다. 2021년 1차지명을 받은 대형 유망주. 155km를 넘는 강속구를 뿌리니 키움 뿐 아니라 메이저리그 팀들도 군침을 흘렸다. 그를 한국에 잔류시키기 위한 당근은 계약금이었다. 9억원. 전 KIA 타이거즈 한기주의 10억원에 이은 역대 2위 계약금이었다. 그만큼 키움이 기대가 컸다는 걸 의미한다.
하지만 장재영과 키움 구단, 그리고 팬들에게 지난 3년은 악몽이었다. 155km 강속구는 사라지지 않았다. 하지만 그 빠른 공도 스트라이크 존에 들어가야 위력이 있는 것이었다. 제구 난조 고질을 고치지 못했다. 장재영은 "투수로서 단점이 너무 많이 보였다. 정말 힘들었다. 연습을 많이 하는데도 야구장에서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 그게 정말 힘들었다"고 말하며 감정에 복받치는 모습을 보였다.
타자 전업 선택을 마치고, 앞으로의 각오를 묻자 "일단 먼저 투수로 좋은 모습을 못 보여드려 정말 죄송하다. 죄송하다는 말을 100번 넘게 하고 싶은만큼 죄송하다.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모습, 야수로서 보답하려 많이 노력하겠다"고 했다.
야구 못 하는 선수가 수두룩 한데, 뭐가 그리 죄송할까. 9억원이라는 계약금이 어린 선수에게 압박은 아니었을까. 장재영은 프로 데뷔 후 계속해서 '9억팔'이라는 닉네임이 따라다녔다. 장재영은 이에 대해 "그렇게 얘기해주시는 게 다 나에 대한 관심이라 생각했다. 감사하게 생각했다. 대신 보답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다. 그 마음이 조급합으로 연결이 된 것 같다. 내가 성숙하게 헤쳐나갔더라면 잘 했을 것 같은데, 막무가내로만 잘하려 하니 힘든 시간이 이어졌다. 나도 잘 하고 싶었고, 팬들도 내가 잘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에서 말씀들을 해주셨다고 생각한다"고 솔직하게 답했다. 말은 아니라고 해도, 본인에게 아픔인 듯 보였다.
키움은 155km 강속구 투수 장재영에게 큰 돈을 안긴 것이기에, 장재영의 타자 전업을 좋지 않게 보는 시선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아직 어린 선수가 일생일대 결정을 어렵게 내렸으니, 당장은 응원과 격려가 필요한 시점인 것 같다. 장재영도 '9억팔'의 안좋은 기억은 이제 날려버리고, 1군에 올라가고픈 수많은 선수들과 동일선상에서 경쟁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이를 악 물어야 할 때다. 투수를 하면서 느꼈을 거지만, 프로 세계가 결코 만만하지 않다.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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