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좋은 일 하고, 욕만 먹을 상황에 처한 KT.
KT 위즈가 난감해졌다. 대승적 차원에서 선수의 요구를 들어줬는데, 결과는 생각하고 싶지 않은 쪽으로 가고 있어서다.
KT는 최근 '국민거포' 박병호 방출 요구로 홍역을 치렀었다. 올시즌 개막 후 극심한 부진으로 후배 문상철에게 사실상 주전 자리를 내줬던 박병호.
입지가 좁아졌다는 걸 느낀 4월부터 트레이드를 원했다. 하지만 높은 연봉에 상징성도 큰 박병호의 트레이드 카드를 맞추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렇게 시간만 흘렀고, 박병호는 결국 구단에 방출을 요청했다. 알아서 새 팀을 찾겠다는 것이었다. 물론 박병호는 무작정 방출이 아니라, 은퇴를 생각하다 구단의 만류에 다음 길을 생각했다는 뒷 이야기를 들려줬다. 어찌됐든 2021 시즌 종료 후 FA 신분이 되고 갈 곳 없던 자신을 받아준 KT와 3년 30억원 계약을 끝까지 채울 마음은 없었다. 박병호가 웨이버 공시를 요구하며 라커룸 짐까지 쌌다는 소식이 세상에 알려지며, KT는 마지막까지 트레이드에 최선을 다했고 결국 지난 28일 극적으로 삼성 라이온즈와 트레이드를 타결시켰다. 베테랑 거포 박병호, 오재일의 맞트레이드였다.
그런데 이게 웬일. 허리가 아프다는 이유로 2군에 있던 박병호는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 입성하자마자 몸상태에 이상이 없음을 알렸다. 29일 이적 첫 경기부터 선발 출전했고 홈런까지 쳤다. 이걸로 끝이 아니었다. 이적 후 4경기 3홈런을 몰아치고 있다. 한화 이글스전 이틀 연속 스리런 홈런. 삼성 팀도 3연승을 달리고 있다. 박병호 효과를 절대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삼성 구단과 팬들은 신이 날 수밖에 없다. '신의 한 수' 트레이드가 되는 분위기다. 박병호가 일발 장타력을 가진 타자라는 건 누구나 알았는데, 이렇게 이적하자마자 홈런을 몰아칠 걸로 예상한 사람은 많지 않았을 것이다. 외야 펜스까지 거리가 짧은 라이온즈파크와의 궁합이 맞는 모습이다. 물론, 구장을 떠나 정신적 스트레스에서 벗어난 박병호가 더 편한 마음으로 야구를 한다는 게 가장 중요할 것이다.
하지만 KT는 초상집이다. 트레이드라는 게 늘 결과가 두렵다. 보낸 선수가 잘해버리고, 데려온 선수가 못 하는 게 최악이다. KT는 '이렇게 잘 할 수 있는 선수를 그렇게 활용했냐'라는 비판을 들으면 할 말이 없다. 여기에 삼성은 KT가 장기적으로 중상위권 순위 경쟁을 해야하는 팀이다. 또 다른 마이너스 요소가 숨어있다. 그리고 박병호 반대급부로 데려온 오재일은 KT 이적 후 13타수 무안타다. 지난해부터 내리막 길이었던 오재일 역시 환경 변화로 인한 부활을 기대했는데, KT의 희망은 일단 물거품이 될 조짐이다.
사실 KT는 계약 관계상 박병호의 요구를 들어줄 의무는 없었다. 계속 2군에 두면 그만이었다. 은퇴한다고 하면, 그걸 받아줘도 됐다. 하지만 KBO리그 홈런 역사에 한 획을 그은 '레전드급' 선수를 그렇게 초라하게 만들 수는 없다며 앞뒤, 이득과 손해를 가리지 않고 박병호에게 새 길을 열어주는 데 힘썼다. 그런데 트레이드 초반 결과가 이렇게 극명히 갈려버리니, KT도 난감할 수밖에 없게 됐다. KT 나도현 단장, 이강철 감독 등은 박병호의 활약을 보며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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