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닷컴 정안지 기자] 배우 여진구가 아역 배우로서 인생 성장통을 겪은 솔직한 이야기를 털어놨다.
지난 19일 방송된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이하 '유퀴즈')에는 인생의 절반 이상 연기의 길을 걸어온 배우 여진구가 출연했다.
이날 여진구는 17살에 영화 '화이'로 최연소 신인 남우상을 휩쓸었지만 정작 기차 타는 법, 대학 등록금 내는 법도 몰랐다고 고백하며 아역 배우로서 인생 성장통을 겪은 솔직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여진구는 "개봉 당시 미성년자라서 딱 20살이 되고 영화 '화이'를 봤다"며 "사실 제가 좀 개인적으로 많이 힘든 때였다"고 말 문을 열었다.
1,2년 만에 드라마 '해를 품은 달', '보고싶다', 영화 '화이'까지 연달아 잘되면서 스스로를 옥죄어왔던 것 같다고. 여진구는 "'잘해야 한다. 무조건 칭찬을 들어야 하고 좋은 모습을 항상 보여야 한다'라고 하다 보니 좀 스스로를 많이 가뒀던 것 같다"며 "어릴 땐 그냥 연기하는 게 재밌고 즐겁게만 해왔는데 이젠 잘해내야만 하는 그런 배우가 되어야 하다 보니 즐길 수가 없어지니까 슬프더라. 무서워지기도 하고"라고 털어놨다.
여진구는 "현장에 나가는 게 항상 즐겁고 행복한 일이었는데, 이젠 해야 할 일들이 잔뜩 있는 공간으로 가는 느낌이 들고 그런 고민거리나 시행착오들을 겪다 보니까 그런 지 몰라도 그때 했던 작품들이 대중에게 많은 사랑을 받지 못해서 스스로 많이 자책했던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위축이 많이 됐던 것 같다. 많은 분들 앞에서는 항상 웃고 밝은 모습을 유지하려고 하지만 그리고 나서 집에 가면 힘들더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여진구는 "'화이' 이전의 어린 시절 작품들을 볼수록 되게 그냥 내가 지금 봐도 너무 즐겁고 재미있게 연기하는 순간들이 보이더라"며 "'어떻게 하면 저렇게 내가 좀 내려놓을 수 있지?'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와 저 때 참 순수해 보인다'며 부럽기도 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나의 장점들을 하루빨리 다시 찾아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스스로 인생에서 연기를 빼면 아무 것도 없는 것 같다는 여진구. 그는 "10대 때는 촬영 현장과 학교의 반복인데 스무 살 때부터 처음으로 연기 외에 내 시간이 생겼다"며 "학교에 진학을 했는데 등록금을 어떻게 내야 할지도 모르겠고 은행 업무, 버스 노선도 잘 몰랐다"고 떠올렸다.
그는 "'내가 진짜 연기만 하고 살았구나'라는 생각이 들더라"며 "특히 인간관계에서 멍해지더라. 어떻게 스몰토크를 해야 할 지도 모르겠고, 항상 연기나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는데 그러다 보니 생각보다 사회성이 되게 떨어지더라"라고 말했다. 여진구는 "'이걸 놓치고 있었구나'라는 생각도 많이 들었고, 내 현실을 눈치 챘을 때 '나 좀 심각하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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