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2번의 우천 중단. 무려 155분의 긴 기다림이었다.
SSG 랜더스와 LG 트윈스의 맞대결이 펼쳐진 19일 인천 SSG랜더스필드. 이날 오전부터 인천 지역은 비가 내리다 그치다를 반복했다. 오전에는 꽤 많은 양의 비가 내렸다가, 오후들어 빗줄기가 다시 약해졌다. 랜더스필드에는 내야 전체를 덮는 초대형 방수포가 깔려있었고, 홈팀인 SSG 선수단과 원정팀 LG 선수단은 야외 훈련은 진행하지 못하고 실내 훈련으로만 대체했다. 홈팀인 SSG 선수들이 비가 잠시 그쳤을때 그라운드에서 짧게 캐치볼 등을 하며 몸을 풀었으나, 오전 11시 이후 다시 비가 내리면서 야외 훈련은 이어지지 못했다.
그러다 비가 멈췄다. 오후 12시를 넘기면서 빗줄기가 약해졌고, 오후 1시 초대형 방수포를 걷는 작업을 진행했다. 다행히 누적 강수량 자체가 아주 많지는 않아 내야와 외야의 흙 상태는 나쁘지 않았다.
오후 2시 정각에 정상적으로 경기는 시작됐다. 그런데 LG의 1회초 공격 도중 다시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선두타자 홍창기가 3루 땅볼로 아웃되고, 2번타자 문성주가 스트레이트 볼넷으로 1루에 출루한 직후. 빗줄기가 갑자기 굵어졌다. 경기를 진행하기 어려운 상황.
결국 경기 2분만에 심판진이 우천 중단을 선언했다. 첫번째 중단은 오래 가지 않았다. 오후 2시 15분 비가 완전히 그치지는 않았지만, 빗줄기가 약해지면서 심판진이 SSG 야수들에게 다시 경기를 준비할 것을 요청했다. 그리고 약 16분 후인 2시 18분 경기가 재개됐다.
비가 완전히 그친 것은 아니었다. 계속해서 비가 내렸다. 바람도 불면서 육안으로 보기에도 마치 비가 옆으로 날리는 것처럼 이리저리 흩날렸다. 관중들은 우산을 쓰고, 우비를 착용하고도 자리를 지키는 열정을 보였다.
LG가 2회초 구본혁과 홍창기의 연속 적시타로 2점을 먼저 뽑아 2-0으로 앞선 상황.
경기가 재개된 후에도 비가 그치지 않으면서, 내야 흙 상태가 점점 안좋아졌다. 공수 교대때 구장 관리 요원들이 나와 흙을 뿌리고, 상태를 점검해도 단시간 안에 완벽 복구되기는 어려웠다. 경기가 진행될 수록 내야 전체에 대형 물 웅덩이가 여기저기 생성됐다. 선수들의 부상도 우려됐다.
비의 영향인지 ABS 추적 불가도 두차례나 나왔다. 여러모로 경기를 진행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결국 LG의 4회초 공격 도중 다시 빗줄기가 굵어졌다.
오후 3시 21분 두번째 우천 중단이 선언됐다. 그런데, 비가 완전히 그치지 않은 상태로 그라운드 정비가 시작됐다. SSG 구단 관계자들이 내야 웅덩이에 고여있는 물기를 제거하는 것을 중점을 두고 정비를 시작했는데, 비가 완전히 그치지 않은 상태로는 정비의 의미가 없었다.
결국 약 30분 후 다시 정비가 멈췄다. "비가 완전히 멈춘 후에 정비를 다시 시작하겠다"는 심판진의 판단이 있었다. 기상청 날씨 예보상으로는 오후에 비가 잠시 그친다는 예상이 있기는 했지만, 이마저도 실시간으로 오락가락해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었다.
현장에서도 혼돈이 커졌다. 중단 약 1시간10분만에 심판진이 나와 다시 그라운드 정비를 지시했는데, 홈플레이트를 덮은 방수포를 걷으려고 하자마자 빗줄기가 굵어지며 다시 덮었다. 제대로 된 결정도 못하고 시간은 하염없이 흘러만 갔다. 오후 4시56분 또 그라운드 정비가 시작됐다. 비는 여전히 완전히 그치지 않은 상태. 하지만 여기서 더 기다릴 수는 없었다. 139분 후인 5시40분 경기가 재개됐다.
더이상의 지연은 다행히도 없었지만, 비가 계속해서 내리는 상황에서 두번의 중단을 합쳐 155분, 2시간 35분이나 기다리면서 선수들은 몸을 다시 풀어야 했다. 투수들의 투구에도 지장이 있었다. LG 선발 손주영은 3회까지 무실점 호투를 하고도 우천 중단으로 '강제 강판' 됐다. 오후 2시에 시작한 경기는 오후 8시 13분이 다 돼서야 끝이 났다.
우천 중단 속에서도 집중력을 잃지 않은 LG가 선발 전원 안타를 앞세워 11대4로 대승을 거뒀고, 불펜 투수들의 부진과 타선 부진이 겹친 SSG는 그대로 완패를 당했다.
물론 부담은 컸을 것이다. 만약 2회에 중단된 상태로 '우천 노게임'이 선언됐다면, 2점 앞서고 있던 LG 측의 반발이 컸을 것이다. 또 양팀 모두 다음날 더블헤더를 해야 한다는 부담감도 크게 작용한다. 그런데 이런 이유로 2시간이 넘는 시간을 그냥 기다리는데 쓰는 것도 지나치게 소모적이다. 메이저리그처럼 땅이 넓어 원정 이동길이 지나치게 길고, 일정 짜기가 까다로운데다 선수층이 두터워 우천 순연을 최대한 막는 것과는 상황이나 환경 모든 것이 다르다.
KBO는 올 시즌을 앞두고 기상청과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기상 정책 자문 지원을 받음과 동시에 KBO 임직원과 경기운영위원, 심판위원회를 대상으로 기상 정보 활용에 관한 교육을 제공받는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런데 올 시즌은 작년보다도 더 우천 순연 결정이나 중단 결정에 있어서 더욱 우왕좌왕하는 분위기다.
인천=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