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들블로커 출신 요시하라 감독님에게 많이 배울 수 있어 선택"
'배구 여제' 김연경, 부담 줄까 봐 이다현 진로 결정에 관여 자제
(서울=연합뉴스) 이동칠 기자 = "미들블로커 출신의 요시하라 감독님에게 많이 배울 수 있을 거라고 판단이 들어서 선택하게 됐습니다."
올해 프로배구 여자부 자유계약선수(FA) 시장의 최대어로 꼽혔던 미들블로커 이다현(24)이 여러 구단의 제안을 뿌리치고 흥국생명과 계약한 이유다.
이다현은 최근 흥국생명 구단과 영상 인터뷰를 통해 계약 배경과 각오 등을 담담하게 전했다.
2019-2020시즌 V리그 신인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2순위로 현대건설에 입단한 이다현은 빠른 템포의 공격에 강한 미들블로커로 성장해 왔다.
탄탄한 기본기와 민첩한 판단력을 바탕으로 꾸준히 활약해 온 이다현은 2021-2022시즌 V리그 베스트 7에 이름을 올렸다.
이번 2024-2025시즌에는 블로킹 1위(세트당 평균 0.838개), 속공 1위(성공률 52.42%)를 기록하며 V리그의 정상급 미들블로커로 자리 잡았다.
특히 처음으로 FA 자격을 얻은 이다현은 지난 시즌 기본 연봉이 5천만원 이하인 'C그룹'에 속해 뜨거운 영입전이 벌어졌다.
지난 시즌 해외 진출을 시도하다가 뒤늦게 계약하는 바람에 샐러리캡(연봉상한제)에 걸려 연봉을 깎아 계약했기 때문이다.
이다현은 원소속팀 현대건설은 물론 흥국생명, GS칼텍스 등의 러브콜을 받았으나 최종 흥국생명을 선택했다.
연봉 7억원 이상 예상과 달리 연봉 3억5천만원에 옵션 2억원 등 보수총액 5억5천만원에 계약한 것으로 알려진 이다현이 흥국생명을 선택한 이유는 뭘까.
이다현의 에이전트사 관계자는 흥국생명으로 진로를 확정한 건 일본 미들블로커 출신의 명장 요시하라 도모코(54) 감독과 면담이 결정적 순간이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통역을 사이에 두고 1시간 넘게 대화를 나눴는데, 미들블로커로 더 발전하겠다고 싶다는 계획에 요시하라 감독님이 상세하게 답변을 해줬다"면서 "감독님이 이다현 선수의 경기 영상을 보는 등 사전 조사를 많이 했다는 인상도 받았다"고 설명했다.
이다현도 구단 영상 인터뷰에서 "저만의 (배구) 색깔이 없는 것 같다. 저의 스타일을 찾아가는 데 (요시하라 감독님이) 도움을 주실 것 같다. 훈련할 때도 그런 질문을 드리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해외 진출 꿈을 포기하지 않은 이다현은 일본 여자배구 명문 구단인 JT 마블러스 사령탑으로 9시즌 동안 리그 우승 2회, 준우승 3회 등 뛰어난 성적을 거뒀던 요시하라 감독이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요시하라 감독이 일본 여자배구 사정을 잘 아는 데다 넓은 인맥을 바탕으로 이다현이 안정적으로 적응할 수 있는 구단을 추천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른 구단 관계자들의 추측과 달리 흥국생명에서 은퇴한 '배구 여제' 김연경(37)이 이다현의 거취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귀띔했다.
이 관계자는 "김연경 선수는 이다현 선수에게 부담을 줄까 봐 일부러 관여하지 않으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흥국생명은 김연경의 은퇴로 생긴 전력 공백을 메우기 위해 경기력과 스타성을 겸비한 이다현의 영입에 가장 공을 들였고, 결국 여자부 FA 시장의 최대 승자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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