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1년만에 상전벽해였는데, 다시 1년만에 끝이 어딘지 모를 극악의 부진에 빠졌다.
롯데 자이언츠 손호영(31)이 끝없는 부진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5월 4일까지 손호영은 타율 2할2푼2리 0홈런 7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550에 머물고 있다. 롯데가 벌써 36경기를 치렀는데, 홈런이 단 한개도 없다.
아직 주전으로 기용되곤 있지만, 타순은 밀리고 밀려 8번까지 내려앉았다.
타격이 흔들리면서 수비에서도 한동안 고전했다. 특히 송구 불안이 문제였다. 수비가 안정된 지금도 여전히 식어버린 방망이는 돌아오지 않고 있다. 특유의 겁없는 스윙이 오히려 약점이 됐다.
지난해 클린업의 한 축을 꿰찼고, 시즌 막판에는 4번 타자로도 출전했다. 올시즌 전만 해도 김태형 롯데 감독이 꼽는 3번타순 1순위였다.
타격 성향은 '공 보고 공 치기'에 집중하는 배드볼 히터다. 확실한 노림수를 갖고 자신이 노리는 구종을 진득하게 기다리거나, 허공에 선을 긋고 날카로운 선구안을 뽐내는 스타일과는 거리가 있다. 지난해 428타석에 나섰지만 볼넷은 단 17개뿐. 비슷한 스타일인 황성빈(406타석 31개)보다도 절반밖에 안된다. 극심한 부진에 시달린 노진혁(157타석 15개)과 비슷한 수준이다.
LG 트윈스 시절에도 아낌받는 유망주였지만, 몇차례 주어진 기회를 잡지 못했다. 두터운 주전의 벽을 뚫지 못했고, 간혹 기회를 얻어도 잔부상에 시달리며 이탈하기 일쑤였다.
결국 '150㎞ 사이드암' 우강훈과의 맞트레이드로 롯데 유니폼을 입었다. LG 입장에선 필승조 후보 하나를 얻었다는 마음과 함께 류지현-염경엽 감독의 노력에도 결국 꽃피지 못한 유망주에게 길을 터주는 의미도 있었다.
지난해 인생 시즌을 보낸 비결에 대해서도 "타석에서 잡생각을 지우고 공에 집중했다"고 말하는 그다. 공을 때리는 천부적인 감각이 좋았고, 강한 손목 힘을 바탕으로 장타력까지 보여줬던 그다.
심리적 안정을 찾은 롯데에선 달랐다. 타율 3할1푼7리 18홈런 78타점, OPS가 0.892에 달했다. 규정 타석을 채우지 못했음에도 팀내 홈런 1위, 발군의 장타력에 한동희(국군체육부대)가 빠진 3루 자리까지 완벽히 메우면서 팀의 보배이자 대들보로 떠올랐다.
본격적인 디테일 분석은 지난 시즌이 끝난 뒤 이뤄졌을 터. 진짜 시험대라 부를만한 시즌에 자신의 기량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아직까진 김태형 감독도 꾸준히 주전으로 기용하며 기회를 주고 있다. 하지만 한번 신뢰를 거두면 그때부턴 기량을 되찾기 전까지 뒤도 돌아보지 않는 게 또 사령탑의 성향이다. 벌써 한차례 2군을 다녀왔다. 이대로라면 작년이 '플루크'였다는 시선을 피할 수 없다.
충훈고 졸업 후 미국 시카고 컵스 마이너리그에서 눈물 젖은 빵을 먹었고, 독립리그까지 거쳐 프로 무대에 데뷔한 그다. 좌절을 이겨내는 굳은 심지를 지닌 선수다. 눈앞의 시련을 이겨내고 다시 지난해의 복덩이로 돌아올 수 있을까.
수원=김영록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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