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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발투수, 너 혼자가 아니야" 괴물의 제안→몬스터월 뒤 신비한 교류, 독수리 5형제의 특별 루틴, 20승6패 최강 선발 탄생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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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2005년 6월 이후 20년, 7267일 만에 9연승을 달린 한화 이글스.

시즌 초 '절대 1강'으로 꺼지지 않을 것 등대 같은 존재였던 LG 트윈스를 단숨에 2위로 끌어내리며 와이어투와이어 우승에 대한 꿈을 무산시켰다.

선뜻 입에 올리지 못했던 '우승'에 대한 한화 팬들의 오랜 염원의 단어를 꺼내게 해준 한화 야구의 비상.

우연한 결과는 없다. 치열한 노력과 땀방울 속 치밀한 계산과 준비가 만들어낸 성과다.

김경문 감독 부임 후 한화는 도약을 위해 철저히 '기본'으로 돌아갔다. '야구는 투수놀음'이란 명제에 충실하게 지키는 야구 강화에 힘을 쏟았다.

강한 선발진을 구축하기 위해 특급 외인 폰세를 영입했다. 지난해 성과와 가능성을 보인 와이스와 재계약했다. KBO 복귀 2년 째 류현진이 충실한 겨울을 보냈고, 문동주가 부상을 털고 회복해 건강한 모습으로 돌아왔다. FA 시장에서 엄상백을 4년 78억원에 계약하며 화룡점정을 찍었다. 경쟁을 통해 불펜 역량도 크게 강화했다.

양상문 투수코치 부임 후 김서현 한승혁 등 크게 터지기 직전이던 투수들이 정상급 불펜으로 도약했다. 루키 정우주의 패기넘치는 장점을 적극 살렸고, 박상원 김종수 김범수 조동욱 등 기존 불펜진이 잘 할 수 있는 능력을 극대화 했다.

FA 심우준 영입과 계획적인 강훈을 통해 수비와 주루 능력을 크게 향상시키며 접전에 강한 팀의 DNA를 만들어 나갔다.

선수들 간의 유대도 끈끈해졌다. 투수 파트에서는 최고참 류현진, 야수 파트에서는 주장 채은성 이재원 등 고참들이 덕아웃 분위기를 이끌어가고 있다.

한화 1위 도약의 상징적인 모습은 폰세 와이스 류현진 문동주 엄상백의 최강 선발진이다. 한화 선발진은 37경기 20승6패, 3.13의 평균자책점으로 10개구단 최강의 면모를 유감 없이 발휘하고 있다.

누구 하나 승리에 기대감을 갖지 않게 하는 선수가 없다. 밥 먹듯 하는 연승의 비결이다. 6일 삼성전에서 팀 8연승을 이끈 류현진은 "이제 폭탄은 (문)동주한테 넘어갔죠"라며 웃었다. 자신의 선발 등판 경기에서 연승이 끊기면 안된다는 무언의 압박감을 에둘러 표현한 셈. 문동주는 압박감을 이겨내고 9연승을 이끌며 미션을 완수했다. 한화 1위를 이끌고 있는 선발진의 대약진. 서로가 서로를 챙기며 각자의 장단점을 흡수하며 발전해 가는 팀 케미 속 시너지 효과도 절대 무시할 수 없다.

문동주는 7일 삼성전에서 선발 4연승으로 팀의 9연승을 이끈 뒤 중계인터뷰에서 박용택 해설위원으로 부터 '선발투수가 경기 전 몸 풀 때 다른 선발투수 4명이 뒷쪽에 서서 지켜보는 모습을 봤다. 매일 하는 건가'라는 질문을 받았다.

문동주는 "작년부터 현진 선배님께서 처음 오셨을 때부터 '이렇게 했으면 좋겠다'고 하셔서 그 때부터 매 경기 하고 있는 루틴이다. 몸 풀 때 누가 지켜보고, 파이팅 해주고, 피드백 주고 하니 혼자 하는 것보다 훨씬 도움이 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자연스럽게 선발 투수들은 스스로의 외골수적 생각에 얽매이지 않고, 선후배의 객관적 관찰과 조언 속에 빠르게 좋지 않은 점을 털어내고마운드에 서고 있다. 가뜩이나 폰세 같은 외국인 투수는 문동주 등 동료 선발투수들의 질문에 적극적으로 피드백 해주는 친절함과 적극성으로 유명하다. 메이저리그 특급투수 출신 류현진의 한마디는 국내 후배 선발투수는 물론 외국인 두 투수에게도 돈 주고 살 수 없는 원포인트 조언이다.

대전 신구장인 한화생명 볼파크의 우측 외야 1층 불펜을 사용하는 한화 이글스 선발 투수들. 몬스터 월 뒤에서 신비로운 교류가 이어지고 있다. 시즌 내내 한화 마운드를 굳게 지킬 특급 독수리 5형제 군단 탄생의 숨은 비밀이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