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대식 기자] 부상에서 돌아온 손흥민이 아시아 축구 역사에 길이 남을 대기록을 세웠다.
토트넘은 11일 오후 10시 15분(이하 한국시각) 영국 런던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크리스탈 팰리스와 2024~2025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36라운드 경기에서 0대2로 패배했다. 토트넘은 17위로 추락했다.
발 부상으로 한동안 전력에서 이탈했던 손흥민이 드디어 복귀전을 치렀다. 지난달 11일 열린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 8강 1차전, 아인트라흐트 프랑크푸르트와의 홈경기를 끝으로 그라운드를 떠났던 손흥민은 이후 회복에 집중해왔다. 7경기 동안 발 부상으로 결장했던 손흥민이 팰리스를 상대로 출격을 대기했다. 손흥민의 복귀는 어느 정도 예상된 수순이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보되/글림트와의 유로파리그(UEL) 4강 2차전을 앞두고 "손흥민은 정말 열심히 회복에 힘쓰고 있었고, 상태도 점점 나아지고 있다. 주말 경기에 출전할 가능성도 조금 있지만, 아직 팀 훈련에는 참여하지 못한 상태다. 그래도 회복세는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상태를 조금 더 지켜볼 예정"이라며 손흥민의 복귀가 멀지 않았다고 밝혔다.
손흥민도 토트넘의 UEL 결승 진출이 확정된 후 개인 SNS를 통해 "곧 경기장에서 만나요"라는 메시지를 함께 남기면서 복귀를 예고했다. 아직 몸상태가 100%가 아닌 손흥민은 팰리스전에서 교체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손흥민이 UEL 결승전을 앞두고 몸상태를 회복하는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손흥민은 후반전에 모습을 드러낼 것으로 예상됐다. 손흥민은 벤치에서 팀의 처참한 경기력을 먼저 지켜봤다. 로테이션 멤버들이 대거 투입된 토트넘은 최악의 경기력으로 일관했다. 전반 내내 우측 수비가 헐거웠던 토트넘은 전반 종료 직전 선제 실점을 허용했다. 이번에도 다니엘 무뇨즈한테 제대로 공간을 허용하고 말았다. 무뇨즈가 완벽한 득점 기회에서 에체베리 에제한테 공을 넘겼고, 에제가 빈 골대로 밀어 넣었다.
토트넘은 후반전에 확실한 변화가 필요했다. 그러나 후반 시작하자마자 또 실점을 내줬다. 후반 3분 팰리스의 역습이 시작됐다. 이스마일라 사르의 슈팅이 막혔지만 사르가 다시 공을 잡아 에제한테 넘겨줬고, 에제가 가볍게 마무리했다. 에제의 원맨쇼를 제어하는데 실패한 토트넘은 변화를 미룰 수가 없었다.
답답한 토트넘이 결국 후반 13분 페드로 포로를 빼고 손흥민을 투입했다. 손흥민은 최전방 스트라이커 역할을 맡았다. 1달 만에 경기인지 부상의 여파인지 손흥민은 아직 몸상태가 가벼워보이지 않았다.
후반 25분 토트넘이 후방에서 오랜만에 패스 플레이에 성공하면서 손흥민에게 기회를 만들어줬다. 손흥민이 좋은 움직임을 통해서 오프사이드 라인을 공략했고, 득점 기회를 잡았다. 그러나 손흥민답지 않게 슈팅 타이밍이 늦으면서 육탄 수비에 막히고 말았다.
후반 29분 마티스 텔이 프리킥을 얻어내면서 손흥민이 득점 기회를 잡았다. 직접 득점을 노릴 법한 위치였지만 직접 득점을 노리지 않고 올려줬다. 손흥민의 킥은 수비에 막혔다.손흥민에게 좋은 득점 찬스는 후반 44분에도 찾아왔다. 텔이 팰리스의 공을 차단하면서 바로 역습을 시도했다. 손흥민이 공간으로 침투하자 텔이 패스를 보냈다. 손흥민은 이번에는 바로 슈팅을 시도했지만 수비에 걸리고 말았다. 다시 일어서서 공격을 시도했지만 마크 게히에게 반칙을 범하고 말았다.
손흥민은 35분 정도를 뛰면서 슈팅 2회를 시도하는데 만족해야 했다. 토트넘의 경기력이 워낙 심각해 손흥민이 제대로 지원을 받지 못했다. 손흥민도 아직은 몸상태를 더 끌어올려야 할 필요가 있어 보였다.
경기 후 포스테코글루 감독도 "손흥민에게 경기 출전 시간을 주는 건 좋았다. 애스턴 빌라전에서도 더 많은 출전 시간을 줄 수 있기를 바란다. 그를 다시 팀에 복귀시키고, 경기에 나설 수 있는 상태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패배는 언제나 뼈아프지만 지금 손흥민과 토트넘에게 중요한 건 리그가 아니다. 무관의 늪에서 탈출할 수 있도록 UEL 트로피가 필요하다. 토트넘은 오는 22일 스페인 빌바오의 산 마메스 바리아에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UEL 결승전을 치른다. 단판 승부다. 이제 곧 33살이 되는 손흥민에게는 남은 커리어에서 다시 오기 어려울지도 모를 귀중한 우승 기회다.
이번 우승은 단순한 트로피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다음 시즌 유럽 챔피언스리그 직행이라는 커다란 보상과 함께, 팀과 본인의 '무관'이라는 꼬리표를 지워낼 수 있는 무대다. 주장으로서 팀을 이끄는 손흥민의 책임감은 그 어느 때보다 막중하다. 컨디션 회복에만 집중해야 할 시기다. 손흥민도 경기 후 스포츠조선과 만나 "플랜보다는 분명히 훨씬 빨리 돌아왔다. 제가 해야 될 것들을 해야 한다. 몸상태를 끌어올려서 가장 중요한 경기에 포커스를 맞춰 놓고 싶다"며 맨유전을 위해 남은 시간을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손흥민은 팰리스전에 교체 출전하면서 EPL 통산 332번째 경기를 뛰었다. 332경기 출장을 달성한 손흥민은 EPL 역사상 최다 출장 공동 98위로 올라섰다. 아시아 선수로서는 처음 세운 대기록이다. 현역 선수 중에서는 EPL 9위에 해당한다.
김대식 기자 rlaeotlr2024@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