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정빛 기자] MBC 기상캐스터 고(故) 오요안나의 사망 사건과 관련해 고용노동부가 이례적 판단을 내렸다.
17일 SBS 보도에 따르면, 고용노동부는 MBC를 상대로 약 3개월간 진행한 특별근로감독을 마무리하며 "근로자는 아니지만, 괴롭힘으로 볼 만한 행위는 있었다"는 결론을 내렸다.
고인은 2021년부터 MBC 보도국 기상팀에서 활동하다 지난해 9월 극단적 선택으로 생을 마감했다. 이후 유족은 고인이 생전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다고 주장하며, MBC 관계자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고용부는 오요안나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기상캐스터는 일반적으로 한 방송사에 전속되지 않고 프리랜서 혹은 기획사 소속으로 다수 방송사에서 활동하는 점이 고려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용부는 오요안나가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할 수 있는 행위를 겪었다고는 판단했다. 이는 통상 '근로자'로 인정받지 못하면 직장 내 괴롭힘 여부도 따지지 않는 관례에서 크게 벗어난 이례적 결론이다. 실제로 앞서 걸그룹 뉴진스 하니 사례 등에서도 근로자성이 인정되지 않은 경우, 괴롭힘 판단 자체가 이뤄지지 않았다.
노동부는 지난 2월, 유족의 MBC 자체 진상조사 불참과 추가 피해 제보, 노동조합의 청원을 이유로 서울지방고용노동청과 서부지청 합동으로 MBC에 대한 특별근로감독에 착수한 바 있다. 당시 고용부는 "젊은 청년이 안타깝게 사망한 사안인 만큼, 진상을 철저히 규명하겠다"는 김문수 전 장관의 지시에 따라 조사에 속도를 냈다.
이번 특별감독에서는 MBC 조직 전반에 대한 점검도 이뤄졌다. 특히 시사교양 부문에서 일하던 프리랜서 PD, AD, FD 역시 '근로자'로 인정, MBC 측에 근로계약서 작성 등 시정 지시를 내릴 방침이다. 방송계 프리랜서 인력 전반에 대한 근로자성 판단이 확대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고용부는 "법 위반 사항에 대해서는 엄정히 조치하고, 유사 사례가 반복되지 않도록 지도하겠다"고 밝혔다.
정빛 기자 rightlight@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