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이종서 기자] "(류)지혁이 같은 선수 한 명만 있으면 딱인데…."
몇 년 전 수도권 구단 지휘봉을 잡은 한 감독은 팀 전반적인 구상을 이야기하며 류지혁(31·삼성 라이온즈) 이야기를 꺼냈다.
류지혁은 KBO리그를 대표하는 내야 유틸리티 플레이어. 내야 전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고, 어지간한 선수보다 좋은 수비를 선보이고 있다.
내야진에 예기치 못한 부상자가 발생하거나 한 시즌을 치르면서 휴식이 필요할 때 류지혁은 만능키처럼 그 자리를 채워왔다.
올 시즌 역시 류지혁은 내야진 곳곳을 누비고 있다. 2루수로 시즌을 시작했지만, 김영웅의 부상으로 빠질 때는 3루를 채웠다. 1루 선발 출전도 한 차례 있었다.
박진만 삼성 감독은 "여러 포지션에서 다 활용할 수 있고, 중고참으로서 팀 분위기를 만들어주고 있다"라며 "시즌은 장기 레이스다. 여러 포지션에서 정상 컨디션이 아닌 선수가 발생할 수 있다. 그런데 류지혁 같은 선수가 자기 역할을 해주니 원활하게 컨디션 조절도 가능하다"고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올 시즌에는 타격에서도 좋은 모습이 이어지고 있다. 47경기에서 타율 3할1푼7리를 기록하며 꾸준한 타격감을 보여줬다. 지난 21일 키움전에서는 0-0으로 맞선 4회초 2타점 적시타를 날리며 결승타 주인공이 되기도 했다. "중요한 순간 클러치히터 능력까지 보여주고 있다"는 박 감독의 칭찬이 무색하지 않은 활약이었다.
지난 시즌 종료 후 류지혁은 FA 자격을 얻었다. 두산에 입단해 KIA를 거쳐 삼성 유니폼을 입은 그에게 주장 구자욱과 최고참 강민호는 "다른 곳 갈 생각 말라"고 하며 잔류를 설득했다. 류지혁도 "(강)민호 형과 (구)자욱이 형이 이적 생각 자체를 원천봉쇄했다"고 미소를 지었다.
구자욱은 "(류)지혁이가 주는 효과가 크다. 전력은 물론 팀을 하나로 만드는데 지혁이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결국 류지혁은 삼성과 4년 총액 26억원에 계약하며 삼성에 남았다.
지난 21일 고척 키움 히어로즈전에 나오면서 류지혁은 개인 통산 1000번째 출전을 달성했다. 역대 184번째.
쉬운 길은 아니었다. 유틸리티 플레이로 생존하기 위해서는 남들보다 2~3배 더 많은 수비 훈련을 소화해야 한다. 류지혁은 "한 경기만 생각한다. 오늘 나가는 상황에 집중하려고 한다. 당연히 포지션을 옮겨다니는 게 힘들기는 하다. 그래도 수비 위치도 그렇고 타석도 그렇고 오늘만 생각하면 부담될 게 아니다. 그런 생각으로 매 경기를 임하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매 시즌 항상 주전으로 나가고 싶다는 마음으로 준비했다"라며 솔직한 마음을 드러내기도 했지만, 류지혁은 "유틸리니 플레이어상이 있으면 한 번은 욕심내지 않았을까 싶다"고 자부심을 내비치기도 했다.
이종서 기자 bellstop@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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