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실패한 시즌이니, 당연히 뒷말이 나올 수 밖에 없다.
유로파리그 우승 실패의 후폭풍이 대단하다. 맨유는 22일(한국시각) 스페인 빌바오의 에스타디오 산 마메스에서 열린 토트넘과의 2024~2025시즌 유로파리그(UEL) 결승전에서 0대1로 패배했다. 토트넘을 상대로 전반 42분 브레넌 존슨에게 실점한 맨유는 후반 막판까지 공세를 이어갔으나, 한 골의 격차를 좁히지 못하고 준우승에 그쳤다.
역대 최악의 성적으로 올 시즌을 마칠 위기다. 맨유는 현재 리그에서 구단 역대 최다인 18패를 기록하며 무너진 상태다. 순위도 토트넘보다 겨우 한 계단 높은 16위다. 차기 시즌 후벵 아모림 감독 체제에서 본격적인 반등을 원하는 맨유로서는 유로파리그 우승을 통해 팀 분위기를 재정비하길 원했으나, 우승 불발로 그저 16위에서 시즌을 마친 팀이 되고 말았다.
올 시즌 맨유는 시작부터 흔들렸다. 에릭 텐하흐 감독 체제로 맞이한 2024~2025시즌 경기력은 초반부터 부진한 모습을 보였고, 좀처럼 반등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결국 텐하흐를 경질하고, 뤼트 판니스텔로이 감독 대행 체제를 거쳐 아모림을 선임해 반전을 노렸다.
아모림도 맨유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다. 맨유 부임 후 리그에서 6승6무14패라는 처참한 성적을 거뒀다. 유일하게 기댈 곳은 유로파리그였다. 극적으로 8강에서 리옹을 잡아냈고, 아틀레틱 클루브까지 꺾으며 결승에 올랐다. 결승 상대인 토트넘을 상대로도 충분히 승리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결과는 아모림과 맨유의 완패였다. 토트넘은 시작부터 낮은 라인과 역습으로 맨유를 위협했다. 세트피스나 공격 시 집중력도 토트넘이 우위를 점했다. 맨유는 후반 막판까지 한 골의 격차를 좁히기 위해 계속 공격을 시도했으나, 문전에서 마무리가 아쉬웠다. 결승에서 패배한 맨유 선수들은 씁쓸한 표정으로 시상대에 올라 메달을 목에 걸었고, 토트넘의 트로피 세리머니를 지켜봐야 했다. 또한 아무런 트로피도 챙기지 못하고, 3시즌 만에 무관으로 시즌을 마치게 됐다.
더 큰 문제는 차기 시즌이다. 맨유는 최근 재정난으로 인해 영입이나 구단 운영을 위해서는 유로파리그 우승과 차기 시즌 유럽챔피언스리그 진출을 통한 상금 확보가 절실했다. 결승에서 패하며 맨유는 재정 확보에 더 어려움을 겪게 됐다. 더타임즈에 따르면, 2014~2015시즌 이후 처음으로 유럽 클럽 대항전 출전에 실패한 맨유는 무려 8000만파운드의 재정 손실을 보게 될 것으로 알려졌다.
일단 맨유는 아모림 감독과 동행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지만, 내부 반응은 다르다. 데일리메일에 따르면, 일부 선수들은 아모림 감독의 전술적 고집에 대해 의문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모림 감독은 3-4-3 포메이션을 앞세워 포르투갈에서 성공시대를 열었고, 맨유로 팀을 옮긴 후에도 같은 전술을 고수했다. 하지만 맨유는 기대와 달리 부진을 이어가고 있다.
일부 선수들은 아모림 감독이 잉글랜드 무대에 익숙한 포백이 아닌 스리백을 고수하는 것에 대해 자신의 접근법을 너무 과신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물론 브루노 페르난데스, 디오구 달롯, 루크 쇼 등은 공개적으로 아모림 감독에 대한 지지를 보냈다. 하지만 이와 달리 '에이스' 페르난데스가 유로파리그 결승에서 최악의 모습을 보인 것은 아모림 감독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을 가속화시키고 있다. 이래저래 힘든 맨유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