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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늠할 수 없을 정도의 고통" 360일→지각 첫 골→대역전 드라마, 엄원상의 '찐' 가치…'클럽월드컵 출격' 울산, 첫 역전승 비로소 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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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성원 기자]외국인 선수, 단 한 명도 없는 군팀인 김천 상무에 이미 낭패를 당했다. 4월 27일 김천 원정에서 0대2로 패했다. 4승3무 뒤 첫 '눈물'이었다.

그랬던 울산 HD의 설욕전이다. 그러나 출발은 더 암울했다. 전반 30분 이동경, 후반 13분 박수일에게 릴레이 골을 허용했다. 중심을 잡아줘야 할 베테랑들이 겉돌았다. 다행히 교체카드인 '젊은피'들이 판을 뒤흔들었다. 김판곤 울산 감독은 후반 시작과 함께 엄원상(26)과 라카바(23)를 투입했다. 후반 17분에는 박민서(25), 후반 31분에는 허율(24)을 출격시켰고, 대반전이 연출됐다.

라카바는 페널티킥을 얻어내며 후반 27분 에릭의 만회골을 이끌었다. 이어 엄원상이 훨훨 날아오르며 '챔피언' 울산의 자존심을 세웠다. 엄원상은 후반 42분 에릭의 멀티골을 어시스트했다. 2-2, 승부는 다시 원점이었다. 박민서 허율 엄원상이 2분 뒤 대역전극을 합작했다. 박민서가 크로스한 공이 허율에게 향했다. 허율 앞에는 김천 수비수가 있었고, 엄원상이 바로 옆에 있는 것을 확인한 후 볼을 흘렸다. 엄원상이 쇄도하며 흐른 볼을 왼발로 화답, 골네트를 출렁였다. '극장골'이었다.

울산은 24일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K리그1 2025' 15라운드 홈경기서 김천을 3대2로 물리쳤다. 승리의 주역은 역시 엄원상이었다. 거짓말같지만 엄원상의 올 시즌 K리그1에서 터진 마수걸이 골이었다. 지난해 5월 29일 인천 유나이티드전 이후 360일 만에 리그에서 골 맛을 봤다. 울산은 '엄원상 드라마'를 앞세워 올 시즌 첫 역전승을 신고했다.

다음달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 월드컵을 앞두고 분위기 전환에도 성공했다. 최근 5경기 연속 무패(3승2무)를 질주한 울산은 승점 28점(8승4무5패)으로 3위를 유지했다. 1~2경기를 적게 치른 선두 대전하나시티즌(승점 31·9승4무3패), 2위 전북 현대(승점 29·8승5무2패)는 여전히 사정권에 있다.

사실 울산은 엄원상에 대한 우려가 컸다. 그는 '울산 왕조'의 산역사다. 둥지를 튼 2022년, 첫 시즌에 팀내 최다인 12골-6도움을 기록하며 17년 만의 우승 가뭄을 털어내는 데 일조했다. 2023년과 지난해, 부상 암초에도 4골-4도움, 4골-2도움을 각각 기록했다. 하지만 올해 이날 경기 전까지 K리그1 15경기에서 1도움에 불과했다.

김 감독은 '엄원상이 해줄 것'이라며 매경기 기도를 했고, 마침내 열매가 열리기 시작했다. 마음고생이 심했던 엄원상은 오랜만에 입가에 미소가 흘렀다. 그는 "솔직히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되게 많이 힘들었다. 공격수 입장에서 골이 없다는 것은 정말 최악의 상황이었다. 그 기간이 오랫동안 이어졌다"며 "주변에서는 '넣을 수 있다', '괜찮다'라고 하시는데 개인적으로는 그게 안됐다. 힘든 상황이 길어졌는데 옆에 있는 형들이 많이 도와줘 이겨낼 수 있었다"고 고백했다.

그리고 "경기 전에 골을 넣으며 좋겠다는 생각은 항상 한다. 오늘도 똑같았다. 그동안 골이 없어서 힘들었던 시간만큼 앞으로는 그런 시간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미소지었다.

물론 늘 그랬듯 자신보다 팀이 우선이다. 엄원상은 "어려운 경기 상황에서 후반에 들어가서 포인트를 하면서 팀에 도움이 된 것 같아 다행"이라며 "계속해서 골을 넣었으면 하는 것이 개인적인 바람이지만 골보다는 팀이 항상 이겼으면 하는 마음이 크다. 내가 아니더라도 여기 있는 누구가가 골을 넣고 팀이 잘 됐으면 하는 것이 우선순위다. 앞으로도 이 생각을 갖고 경기에 임하겠다"고 강조했다.

재미난 뒷이야기도 있다. 지난해 여름 울산에서 츠르베나 즈베즈다로 이적, 세르비아를 평정한 '단짝' 설영우가 이날 친정팀을 찾았다. 공교롭게도 이 경기에서 골을 터트렸다. 엄원상은 "이런 말을 하기 싫은데 영우가 있어야 골을 넣는다. 장난이지만 돌아왔으면 좋겠다"며 웃은 후 "유럽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영우가 울산에 와서 많은 팬분들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었기에 오늘 경기 분위기가 좋아졌다고 생각한다. 영우에게 고맙고 앞으로 유럽에서 더 잘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클럽 월드컵에 대해선 "모든 선수가 나가고 싶다고 나갈 수 있는 대회가 아니다. 좋은 팀과 선수가 많아 기대가 된다. 오늘 득점과 별개로 울산에 동기부여가 된다. 이 대회에서 색다른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 많은 팀 사이에서 울산이라는 잘할 수 있다는 모습을 보여주리고 싶다"고 덧붙였다.

K리그1은 이날 2년 연속 91경기 만에 100만 관중을 돌파했다. K리그1은 지난 시즌 91경기 만에 101만4741명이 입장하며 승강제 도입 이후 역대 최소 경기 100만 관중 돌파 기록을 세웠다. 올해도 같은 경기수 만에 100만 관중을 넘어섰다.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