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민경 기자] "어떤 게 조금 더 강한 라인업이 나올 수 있을지. 지금은 그게 가장 첫 번째라고 생각한다."
이범호 KIA 타이거즈 감독은 올 시즌 내내 라인업을 짜는 데 애를 먹고 있다. 라인업에 고정돼야 할 핵심 선수들이 줄줄이 부상으로 이탈해 있기 때문. 현재는 주전 3루수 김도영(햄스트링) 우익수 나성범(종아리) 2루수 김선빈(종아리)이 자리를 비우고 있다. 공수 핵심 전력의 빈자리를 채우려 하다 보니 머리가 아프다.
이 감독은 1일 수원 KT 위즈전에 허리 부상을 회복하고 막 복귀한 외국인 타자 패트릭 위즈덤을 3루수로 기용했다. 위즈덤은 부상 전까지 1루수를 맡았는데, 김도영이 햄스트링 부상으로 급작스럽게 이탈하면서 전반기에 돌아올 수 없는 상황이다 보니 위즈덤을 3루수로 돌리는 선택을 했다.
사실 위즈덤은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3루수였다. 3루수로 가장 많은 277경기 2119⅔이닝을 뛰었고, 1루수로 83경기 464⅔이닝, 외야수로 49경기 280이닝을 뛰었다. 만약 KIA 3루수가 지난해 MVP 김도영이 아니었다면, 위즈덤에게 3루수를 맡겨도 이상할 게 없었다.
이 감독은 위즈덤이 김도영 대신 계속 3루수로 뛸 가능성과 관련해 "위즈덤한테 한번 물어봤다. 3루수가 괜찮겠냐고. 1루수와 3루수를 돌아가면서 나가야 할 것 같다. 3루 쪽에 많이 있으면 체력적으로 힘들 수 있다. 1루수로 (오)선우와 (황)대인이를 이용해 가면서 가려고 한다. 대인이가 1루수로 나가면 선우는 외야수로 나가든지 해서 어떤 게 조금 더 강한 라인업이 나올 수 있을지 지금은 그게 가장 첫 번째라고 생각한다. 위즈덤이 1루수가 됐든 3루수가 됐든 어느 포지션에서든 잘해 줄 수 있는 상황이면 제일 좋은 상황"이라고 이야기했다.
이 감독은 김도영과 위즈덤이 동시에 자리를 비웠을 때 이미 여러 선수를 3루수로 기용해 봤다. 윤도현과 김규성, 홍종표 등 현재 1군에 등록된 내야수들 모두 시험해 봤는데, 공격력 강화를 위해서는 위즈덤이 3루수로 들어가는 게 가장 낫긴 하다. 3루수 위즈덤, 2루수 윤도현, 1루수 오선우에 외야진을 김석환-김호령-최원준(또는 이우성)으로 꾸리는 게 현재로선 최선이다.
KIA가 장기적으로 키워야 하는 윤도현과 오선우를 위해서도 위즈덤이 3루수를 맡아주는 게 낫다. 오선우는 올해 타율 0.315(124타수 39안타), 5홈런, 16타점을 기록하며 히트상품으로 떠올랐는데, 외야수로 나갈 때보다는 1루수일 때 수비가 훨씬 안정적이다. 윤도현은 11경기에서 타율 0.371(35타수 13안타), 4홈런, 7타점, OPS 1.236을 기록한 현재 KIA에서 가장 뜨거운 타자다. 윤도현은 차기 주전 2루수를 노리는 선수다.
윤도현은 "확실히 3루수로 초반에 뛸 때보다 2루수로 뛰는 게 부담은 조금 덜하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타격 쪽에서도 결과가 더 잘 나오다 보니까 (2루수로 뛰는 게) 그냥 좋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솔직하게 이야기하기도 했다.
김민경 기자 rina113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