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민경 기자] 두산 베어스 이승엽 감독이 스스로 물러나면서 조성환 코치가 급작스럽게 감독 시험대에 올랐다.
두산은 2일 '이승엽 감독이 자진 사퇴했다'고 발표했다. 이 전 감독은 이날 구단 사무실을 찾아 성적 부진을 책임지고 사퇴하겠다고 했다. 두산은 시즌 58경기를 치른 현재 23승32패3무로 9위에 머물러 있다.
두산 관계자는 "이승엽 감독은 올 시즌 부진한 성적에 대한 책임을 지고 팀 분위기 쇄신을 위해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 구단은 숙고 끝에 이를 수용했다"고 밝혔다.
두산은 이 전 감독과 결별이 확정되고 빈자리를 대체할 인물로 조성환 QC코치를 선택했다. 시즌 도중 감독이 물러난 경우 수석코치가 감독대행을 맡는 게 일반적이지만, 고토 고지 수석코치는 일본인이다. 감독은 선수단은 물론이고 구단과도 긴밀히 소통하며 팀을 이끌어야 한다. 위기에서 팀을 하나로 뭉치게 해 끌고 가야 하다 보니 통역을 거쳐야 하는 고토 코치에게 감독대행을 맡기기는 부담이 됐던 것으로 보인다.
조 코치는 2018년 두산에서 수비코치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다. 2020년 시즌을 마치고 한화 이글스로 팀을 옮겼다가 2022년 시즌 뒤 두산으로 돌아와 지금까지 지도자 생활을 이어 가고 있다.
두산은 이 전 감독이 2023년 시즌을 앞두고 부임했을 때 조 코치를 영입했다. 이 전 감독이 삼성 라이온즈 원클럽맨으로 선수 생활을 했고, 지도자 경험 없이 바로 지휘봉을 잡은 만큼 두산 사정을 잘 아는 코치가 필요했다. 그 적임자가 조 코치였다.
구단은 2024년과 올 시즌을 앞두고 조 코치를 수석코치 후보로 계속 고민하기도 했다. 선수단 융화라는 측면에서 구단 내부 평가가 좋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조 코치는 최근 3년 사이 감독 후보로 자주 거론되기도 했다. 최종 문턱을 넘지는 못했지만, 여러 구단에서 관심을 보이는 준비된 지도자라는 것은 충분히 증명됐다.
조 코치는 감독대행으로 예상보다 빠르게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조 감독대행은 3일 잠실 KIA 타이거즈전부터 지휘봉을 잡는다. 이 전 감독의 자진 사퇴로 흔들릴 수 있는 팀 분위기를 다잡고, 구단이 원하는 파이팅이 넘치는 팀으로 탈바꿈시키는 게 첫걸음이 될 것이다.
두산은 조 감독대행 체제로 시즌 끝까지 갈지는 확답하지 않았다. 정해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했다. 감독대행 체제로 시즌 끝까지 마무리한 뒤에 새로운 감독을 뽑을 수도 있고, 성과에 따라서 감독대행을 감독으로 승격시킬 수도 있다. 현재는 모든 경우의 수를 열어둔 상황이다.
골치 아픈 요소들이 산재해 있다. 우선 팀 전력을 좌우하는 외국인 투수 콜어빈과 외국인 타자 케이브의 부진이 심각하다. 콜어빈은 12경기에서 5승5패, 67⅓이닝, 평균자책점 4.28에 그치며 1선발의 몫을 전혀 하지 못했고, 케이브는 50경기에서 타율 0.286(206타수 59안타), 4홈런, 25타점, OPS 0.731에 그치고 있다.
주축 타자들의 부진도 무시할 수 없었다. 주장 양의지가 그나마 타율 0.310, 8홈런, 35타점, OPS 0.893을 기록하며 중심을 잡고 있는데, 김재환(0.243) 양석환(0.260) 강승호(0.217) 등 중심 타선에서 힘을 실어줘야 하는 선수들이 제 몫을 다 해주지 못했다.
긍정적인 요소는 국내 에이스 곽빈의 복귀. 곽빈은 3일 KIA전에 복귀할 예정이고, 필승조 핵심인 홍건희도 팔꿈치 부상을 털고 돌아올 준비를 하고 있다.
두산은 현재 5위 KT 위즈와 6.5경기차까지 벌어졌고, 8위 NC 다이노스와도 3경기차가 됐다. 남은 86경기에서 만회해야 하는 상황. 조 감독대행이 단순히 이 전 감독의 책임을 넘겨받는 것을 넘어 어떤 리더십을 보여줄지도 구단은 신중하게 지켜볼 듯하다.
김민경 기자 rina113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