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1군 선수간 맞트레이드는 아니다. 하지만 롯데 자이언츠에겐 특별하다.
롯데는 2일 '트레이드 절친' KT 위즈와 또한번 선수를 맞바꿨다. 외야수 이정훈(31)이 KT로 이적했고, 투수 박세진(28)이 롯데 유니폼으로 갈아입었다.
경북고 출신 박세진은 2016년 1차지명으로 KT에 입단한지 9년만에 유니폼을 갈아입게 됐다.
박세진은 롯데 '안경에이스' 박세웅의 친동생이다. 나란히 경북고 에이스로 활약했던 두 선수는 '역대 최초 동일 구단 형제 1차지명'으로 기록됐지만, 박세진의 지명에 앞서 2015년 박세웅이 롯데로 트레이드되면서 한 팀에서 뛰진 못했었다. 하지만 '동일 구단으로의 트레이드' 항목이 더해진 채 부산갈매기로 나란히 날게 됐다.
양팀 모두 크게 아쉽지 않은 두 선수를 맞바꿨다. 트레이드는 당사자에겐 또다른 기회이기도 하다.
롯데로선 2023년 방출선수로 영입했던 이정훈으로 좌완투수 하나를 건졌으니 이미 남는 장사다. 강백호의 부상 이탈 등 악재가 겹친 KT로선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타선에 힘을 보탤만한 카드 하나를 추가한 모습.
이정훈은 타격 능력만큼은 어디서나 인정받았다. 100타석을 넘긴 시즌이 3번이나 있다. 통산 성적도 타율 2할7푼1리 OPS(출루율+장타율) 0.699로 나름 경쟁력을 갖췄다. 올시즌도 1군 기록은 없지만, 퓨처스에선 타율 3할5푼7리 3홈런 8타점으로 준수하다.
다만 롯데에는 자리가 없다. 워낙 약한 수비 때문이다. 외야와 1루, 하다못해 연장전시 포수로라도 활용 가능성을 타진했지만 여의치 않았다. 롯데는 전준우 레이예스 유강남 등이 번갈아 지명타자 활용이 필요해 이정훈을 쓰기 어려웠다.
두 팀은 2015년 박세웅-장성우 주축의 4대4 트레이드 이후 여러차례 선수를 주고받았다. 특히 KT는 장성우 김준태 신본기 오윤석 이호연 등 롯데 출신 타자들이 쏠쏠한 활약을 펼쳤다. 이들 영입을 통해 창단 첫 한국시리즈 우승까지 완성했다. FA 황재균, 투수 배제성 등을 더하면 좋은 기억은 더 많다.
반면 박세진은 고교야구 시절 에이스로 맹활약한 뒤 1차지명을 거머쥐었고, 군복무전만 해도 꾸준히 5선발 후보로 언급됐던 투수다. 하지만 잠재력에 비해 프로무대에서 보여준게 많지 않다. 통산 42경기 80이닝, 평균자책점 7.99가 1군 기록의 전부다. 올시즌은 1군에 올라오지 못했다. 퓨처스에서 22경기 1승1패 2세이브4홀드 평균자책점 3.04를 기록했다.
롯데 역시 KT에서 받은 박세웅이 이후 꾸준히 토종 에이스로 활약해왔고, 심재민 최이준 등 앞으로 더 많은 활약이 기대되는 선수들이 있다.
또 좌완투수는 많을수록 좋다. 가뜩이나 롯데는 기존의 정현수(36경기)-송재영(34경기)이 최다 등판 1, 3위를 달릴 만큼 잦은 등판으로 고전중이다. 현재는 김진욱이 좌완 불펜의 짐을 나눠지고 있다. 향후 김진욱이 선발로 복귀하더라도, 박세진이 송재영 정도 역할만 소화해줄 수 있다면 브릿지나 롱맨, 필승조 등 정현수의 활용 폭이 넓어진다. 또 개막 이래 너무 많은 경기를 소화해온 둘에게 휴식을 부여할 수도 있다.
박세진으로선 2살 많은 형 박세웅과 함께 한다는 점에서 롯데 이적이 큰 플러스요인이다. 송재영에 이어 두번째 '박세웅 닮은꼴' 투수이자 조세진-장세진에 이은 '3번째 세진'이기도 하다. 롯데에서 같은 이름이 많은 선수로는 3성빈(윤성빈 황성빈 손성빈)이 있다. 팬들에게 사랑받을 캐릭터성은 충분하다.
KT와 롯데가 서로 유쾌하게 웃을 수 있는 윈윈 트레이드가 될 수 있을까.
부산=김영록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