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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인터뷰] "유아인만 주인공 아냐"…'하이파이브' 강형철 감독, 7년 만에 보석함 열었다(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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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안소윤 기자] 강형철 감독(51)이 마침내 '하이파이브'라는 이름의 보석함을 열었다. 그 안에는 오랫동안 아껴온 보석 같은 배우들에 대한 남다른 애정과 자부심이 담겨 있었다.

5월 30일 개봉한 '하이파이브'는 우연히 초능력을 얻게 된 다섯 명이 그들의 초능력을 탐하는 자들과 만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영화로, '과속스캔들', '써니' 강형철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강 감독은 2018년 개봉한 영화 '스윙키즈' 이후 7년 만에 극장가를 찾았다. 최근 스포츠조선과 만난 그는 "관객들과 극장에서 만나게 되어 드디어 제 자리를 찾아간 느낌이 든다"며 "걸려 있어야 할 곳에 안착했다는 생각이 들어 감격스러운 마음이 든다"고 개봉 소감을 전했다.

2021년 촬영을 마친 '하이파이브'는 주연 배우인 유아인의 마약 투약 논란으로 인해 개봉 시기가 연기되기도 했다. 강 감독은 "주변 동료들의 위로와 응원이 있었다. 배우들이 제가 마음고생으로 살이 빠진 게 아니냐고 하는데, 전혀 그런 거 아니고 오히려 건강해졌다. 평상시에 걷는 걸 좋아해서 많이 걸었다"고 말했다. 영화 개봉을 앞두고 유아인으로부터 연락을 받았는지 묻자, 그는 "사죄의 연락이 왔었다"고 짧게 답했다.

신중한 고민 끝에 유아인의 분량을 편집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강 감독은 "배우 한 명이 아닌, 전체적인 앙상블이 이뤄져야 하는 영화"라며 "외적인 일로 분량이 편집되면 작품이 훼손될 수밖에 없다. 만약 유아인의 분량이 편집되면 이재인의 액션 연기, 안재홍의 사랑스러운 말맛 연기를 보는 즐거움이 사라질 것"이라고 전했다.

'하이파이브' 배우들 중 막내인 이재인은 총 세 번의 오디션 끝에 완서 역에 캐스팅됐다. 그는 영화 '사바하', 드라마 '라켓소년단' 등에 출연하며 아역 시절부터 뛰어난 연기력을 보여줬다. 강 감독은 "제가 신인 배우를 잘 뽑는다고 하는데, 좋은 신인 배우가 저에게 오는 거다. 감독으로서 참 운이 좋은 것 같다"며 "좋은 작품이 많아져야 그만큼 신인들이 오디션을 볼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배우들도 '하이파이브' 개봉 기념 인터뷰에서 강 감독과의 작업 소감을 전하며 깊은 존경심을 드러냈다. 이 가운데 라미란은 "강형철 감독이 현장에서 칭찬봇처럼 칭찬을 너무 많이 해주셨다"며 감사함을 드러냈다. 강 감독은 "이번 영화만큼 배우들한테 디렉션 안준 영화는 처음이다. 항상 많이 보고 있지만, 이번엔 더더욱 배우들의 덕을 많이 봤다. 주로 연기에 대한 디렉션을 한 게 아니라, 농담을 많이 던졌다(웃음). 라미란에게는 자꾸 감독 실업자로 만들 거냐고, 일 좀 하자고 했다. 김희원은 워낙 이야기를 재밌게 하는 배우라, 가만히 좀 계시라고 했다. 지금 생각해봐도 현장 분위기가 참 화기애애했다"고 회상했다.

안재홍은 대학시절부터 강 감독의 팬임을 밝히기도 했다. 강 감독은 "제가 안재홍을 키운 건 말도 안된다. 그런 말을 했다면, 아마 다른 사람한테 안재홍을 자랑하기 위해 꺼냈을 것"이라며 "안재홍 같은 배우가 제 동네 친구인 게 너무 좋다. 그때도 그렇고 지금도 굉장하다. 늘 한결 같은 배우"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하이파이브'에서는 신구와 박진영이 영춘 역을 2인 1역으로 소화해 눈길을 끌었다. 강 감독은 젊은 영춘 역에 박진영을 캐스팅한 이유에 대해 "영화에서 안재홍이 '나는 왜 아저씨고, 저 사람은 오빠야'라고 대사를 치는데, 이재인이 '잘생겼잖아요'하고 맞받아치는 장면이 있다. 그 대사를 꼭 쓰고 싶더라. 잘생긴 배우를 누구를 써야 하나 열심히 기도하면서 찾았다. 당시 진영을 잘 몰랐는데, 보자마자 느낌이 좋았고, 놓치고 싶지 않았다. 신구 선생님의 개성 있고 특색 있는 톤을 단순히 흉내만 내면 안 됐다. 근데 본인의 말투로 체화해서 영혼까지 가져가더라. 자칫하면 성대모사로 보일 수 있는데 노력 끝에 해냈다"고 감탄했다.

강 감독은 영화 '스윙키즈'에 엑소 도경수를, '하이파이브'에는 갓세븐 박진영을 캐스팅했다. 두 작품 연달아 보이그룹 출신 배우를 섭외한 이유에 대해 "재능의 영역에 있어서는 출신이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영화에서 경수가 언급되는 신이 있는데, 그 신을 위해 경수한테 미리 허락을 구했다"며 여전한 우정을 과시하기도 했다.

특히 개봉 전 시사회를 통해 관객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게 된 소감도 전했다. 강 감독은 "정말 감사드린다. 저는 늘 영화가 기록 매체라고 믿고 있다. 기록하는 하드웨어가 사라지지 않는 이상 영원히 존재할 거라고 생각한다"며 "50~60년대 영화인데도 지금까지도 수십 번 돌려보는 경우가 있지 않나. 앞으로 저희 영화가 얼마나 많은 관객 분들의 사랑을 받게 될진 모르겠지만, '금방 사라지진 않겠구나. 다행이다'라는 생각에 기뻤다"고 미소를 지었다.

그러면서 "배우들의 아름다운 연기가 상쇄해 줄 거라 믿는다. 영화라는 건 절반의 성공과 절반의 실패가 존재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이파이브'를 준비하면서 오락영화를 찍고 싶었고, 어렸을 때 비디오 가게에서 막 고른듯한 즐거움을 느끼고 싶었다. 관객 분들이 그런 마음으로 영화를 플레이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당부의 말을 전했다.

안소윤 기자 antahn22@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