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6회 등판은 자신의 의지였을까. 롯데 자이언츠 박세웅이 또한번 100구 이상을 던졌지만, 결과가 좋지 못했다.
박세웅은 4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전에 선발등판, 5⅓이닝 동안 6안타 5볼넷을 내주며 5실점으로 부진했다.
5회까지 3실점, 투구수 98개. 여기서 교체가 예상됐지만, 박세웅은 6회에도 마운드에 올랐다. 토종 에이스로서 그 무엇보다도 이닝에 욕심과 자부심을 느끼는 남자다운 선택이었다.
하지만 결과는 좋지 못했다. 박세웅은 6회 첫 타자 김재현을 땅볼로 잡아냈지만, 어준서 박주홍에게 연속 볼넷을 내줬다. 결국 롯데 벤치는 교체를 택했다.
박세웅이 올시즌 100구 이상을 던진 건 8번째. 이날까지 총 13번의 선발등판 중 절반이 넘는다.
특히 114구는 종전 108구(4월 17일 키움전, 4월 24일 한화전)를 넘어선 올해 박세웅의 한 경기 최다 투구수였다. 2023년 6월 11일 삼성전 이후 723일만의 114구 투구였다.
박세웅의 뒤를 이어 마운드에 오른 투수는 김진욱. 하지만 김진욱은 다음 타자 송성문에게 2구째 146㎞ 직구가 통타, 왼쪽 담장을 넘기는 3점 홈런을 허용했다. 결국 박세웅의 이날 투구내용은 '5실점'으로 바뀌었다.
5월 11일 KT 위즈전 6⅓이닝 1실점(무자책) 직후 박세웅의 평균자책점은 무려 2.25였다. 자타공인 리그 최정상급 에이스의 존재감을 뽐냈다.
하지만 단 4경기만에 평균자책점이 3.69까지 치솟았다. 5월 중순 이후 난조를 거치면서 페이스를 잃었다. 5월 17일 삼성전 5이닝 5실점을 시작으로 23일 한화전 6⅓이닝 4실점(3자책), 29일 삼성전 5⅓이닝 6실점(5자책), 그리고 이날 경기 5실점으로 아쉬운 모습이 거듭되고 있다.
박세웅의 구위는 자타공인 리그 최정상급이다. 최고 150㎞를 넘나드는 구속에 묵직함을 겸비했다. 직구 외에 슬라이더와 커브, 포크볼 등 뛰어난 변화구도 겸비했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안경에이스'라는 수식어는 자부심보단 어깨를 짓누르는 부담감처럼 보인다. 롯데에게 단 2번뿐인 한국시리즈 우승을 안겼던 2명의 선배, 안경에이스의 계보를 잇는 일이 만만할리 없다.
국내 투수로서 손꼽히는 이닝을 매년 비교적 건강하게 소화해내고 있지만, 김태형 롯데 감독은 '에이스'라는 이름에 어울리는 그 이상의 성과를 기대하고 있다.
최근 동생 박세진이 트레이드를 통해 롯데에 합류하며 한솥밥을 먹게 됐다. 박세진은 "내가 퓨처스에서 주로 뛰다보니 저녁에 열리는 형의 경기를 보고 조언하는 날이 많다"고 밝혔다. '한집 살림'을 하는 동생의 조언은 박세웅이 자신의 껍질을 깨는데 도움이 될 수 있을까.
부산=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