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민경 기자] 한화 이글스 류현진(38)이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뛸 때 3차례나 그를 괴롭혔던 부상과 다시 마주했다.
류현진은 5일 대전 KT 위즈전에 선발 등판해 3⅔이닝 8피안타(1피홈런) 2사사구 3탈삼진 4실점에 그쳤다. 투구 내용 자체가 좋지 않았으나 투구 수는 71개에 불과했다. 평소 건강한 류현진이었다면 선발투수로서 가능한 책임을 다한 뒤 물러났겠지만, 그는 더그아웃을 향해 스스로 교체를 요청했다. 왼쪽 내전근(사타구니 근육)에 불편감이 있었다. 한화는 이날 0대7로 완패하기도 했지만, 류현진의 부상에 근심이 깊었다.
한화 구단은 류현진이 왼쪽 내전근에 불편감을 느껴 선수 보호차원에서 교체했다고 알렸다. 다행스러운 것은 부상 정도가 심각하지 않다는 것. 류현진은 아이싱 치료만 진행했고, 병원 검진을 따로 받진 않았다.
류현진은 과거 그를 수차례 괴롭혔던 부상이기에 재빨리 멈춤 버튼을 눌렀다. 류현진은 LA 다저스 시절인 2016년 4월과 2018년 5월, 2019년 4월까지 모두 3차례 왼쪽 내전근 부상으로 이탈했다.
특히 2018년 2번째 부상이 심각했다. 그해 5월 3일(이하 한국시각)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전에서 투구하다 통증을 느꼈는데, 일단 참고 투구를 이어 가다 부상을 키웠다. MRI 검진 결과 왼쪽 내전근이 완전히 파열돼 뼈에서 떨어져 있었다. 당시 류현진은 재활을 마치고 마운드에 다시 서기까지 3개월이 걸렸다.
류현진은 2019년에도 같은 부위에 무리가 와서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류현진은 4월 9일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전에 선발 등판했다가 2회 투구 도중 벤치에 사인을 보냈다. 데이브 로버츠 감독과 트레이너, 통역까지 다 뛰쳐나와 류현진의 몸 상태를 살폈고 결국 공을 내려놨다. 5일 KT전과 매우 흡사한 상황이었다.
2019년 3번째 내전근 부상이 그나마 가장 가벼웠다. 로버츠 감독은 노파심에 류현진을 부상자명단에 올려 휴식을 줬고, 류현진은 12일 만에 복귀해 시즌 끝까지 건강하게 뛰었다. 그해 류현진은 29경기, 14승5패, 182⅔이닝, 평균자책점 2.32를 기록하며 생애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메이저리그 평균자책점 전체 1위에 오르고, 생애 첫 올스타 출전 기회를 얻었다. 2020년 토론토 블루제이스와 4년 8000만 달러(약 1086억원) FA 대박의 발판을 마련한 시즌이기도 했다.
류현진은 6년 만에 다시 찾아온 왼쪽 내전근 불편감에 스스로 제동을 잘 걸었다. 참고 던지면 안 된다는 것을 2018년에 뼈저리게 느꼈기 때문. 이번에는 부상 정도가 심각하지 않은 만큼 2019년과 같은 상황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래도 몸에 이상 증상이 나타난 만큼 로테이션 한 턴 정도는 거르면서 지켜볼 듯하다. 류현진은 이제 나이 30대 후반의 고령 선수이기에 훨씬 조심할 필요가 있다.
한화는 6일 현재 시즌 성적 36승25패로 2위다. 선두 LG 트윈스와는 1.5경기차에 불과하다. 치열한 선두 경쟁을 펼치는 상황에서 류현진의 부상이 달가운 소식은 아니지만, 한화 선발진은 평균자책점 3.43으로 리그 1위다. MVP급 시즌을 보내고 있는 코디 폰세가 있고, 라이언 와이스도 매우 안정적인 시즌을 보내고 있다. 문동주가 2군에 있는 상태라 류현진까지 빠지면 국내 선발진이 헐거워질 수 있어 엄상백과 황준서 등의 몫이 중요해졌다. 한화는 류현진에게 휴식을 준다면 이 잠깐의 고비를 잘 견디는 게 중요할 듯하다.
김민경 기자 rina113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