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스포츠조선 김민경 기자] "적극적이다. 조금 두려움이 없는데, 어떻게 보면 독이 될 수도 있고 장점일 수 있다."
KIA 타이거즈 내야수 윤도현은 최근 KIA에서 가장 뜨거운 타자였다. 그의 친구이자 지난해 MVP 타자인 김도영이 햄스트링 부상으로 갑작스럽게 이탈한 직후인 지난달 28일 광주 키움 히어로즈전부터 지난 3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까지 0.524(21타수 11안타), 4홈런, 7타점 맹타를 휘둘렀다. 덕분에 KIA는 김도영의 공백에도 상승세를 타며 5할 승률을 유지할 수 있었다.
그런데 최근 4경기에서 윤도현이 급작스럽게 침묵하기 시작했다. 16타수 무안타로 침묵하면서 삼진 7개를 기록했다. 방망이가 잘 맞을 때는 삼진도 거의 안 당하면서 볼넷도 골라서 나갔는데, 최근 3경기에서는 매일 삼진 2개씩을 기록했다.
상대팀이 이제는 윤도현을 경계해야 할 타자로 분류하고 철저히 분석하고 나왔다고 볼 수밖에 없다. 자꾸 홈런을 치니 상대 배터리는 윤도현이 치기 좋아하는 공을 절대 주지 않는다. 반대로 윤도현은 타석에서 계속 결과가 좋으니 공격적으로 더 치고 싶어 하고, 그러다 보니 나쁜 공에도 자꾸 배트가 나가면서 안 좋은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이범호 KIA 감독은 7일 광주 한화 이글스전에 앞서 "홈런을 많이 치다 보니까 더 치고 싶은 마음도 있을 것이다. 하나 생각해야 할 것은 홈런을 많이 치면 투수들이 그만큼 어려운 공을 많이 던진다. (윤)도현이가 원하는 공을 안 주는 것을 잘 참아야 자기가 잘 치는 공을 던져 준다. 투수들이 어려운 공을 던지는데, 도현이도 어려운 공을 치는 게 많아졌다. 근래 10타석 정도를 보면 자기가 원하는 존 가운데 오는 공을 쳐서 맞아 나가는 공이 잘 없다. 볼을 치는 경우가 많다"고 분석했다.
이제는 윤도현이 똑같이 상대 투수를 더 철저히 공부하고 분석하면서 싸워 나가는 수밖에 없다. 이 시기를 넘어서면 친구 김도영의 길을 가는 것이고, 이 시기를 극복하지 못하면 2군에서 재정비하는 시간을 보내게 된다.
이 감독은 "의욕적으로 공격적으로 치는 것은 알겠지만, 이제는 투수들을 상대할 때 어떤 공을 던질지 생각하면서 해야 한다고 코치들도 나도 이야기해 주고 있다. 잘 맞을 때는 투수들이 못 치게 하려고 하는데, 잘 치려 하니까 스트라이크존에 어려운 공들을 많이 건드는 것 같다. 경험하면서 본인이 머리로 볼 배합을 자꾸 생각해야 하고, 투수들도 공부를 하려고 해야 좋은 선수가 될 수 있다. 본인이 가진 야구를 그냥 하면 될 것이라고 생각하면 다른 팀은 세밀한 분석을 하고 들어온다. 본인이 더 공부하고 준비를 많이 해야 잘 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지금은 타석에서 공격적인 태도가 오히려 방해가 되고 있지만, 이는 윤도현의 장점이기도 하다. 윤도현은 장점이 독이 아닌 득이 되도록 앞으로 다듬는 작업을 더 해나갈 것으로 보인다.
홍세완 KIA 타격코치는 "도현이가 좋을 때는 라이너성 타구들이 많이 나온다. 원래는 땅볼이 많이 나오고 잡아채는 타격을 조금 많이 한다. 그런데 이제는 우중간이나 센터 쪽 투수 방향으로 방향성을 조금 바꾸고 그런 스윙을 하다 보니까 좋은 타구들이 나오고 있다"고 칭찬부터 했다.
이어 "도현이는 적극적이다. 두려움이 없는 것 같다. 치려는 성향이 강한데, 그게 어떻게 보면 독이 될 수도 있고 또 하나의 장점일 수 있다. 자기가 치고자 할 때는 과감히 돌릴 수 있다. 어린 선수인데 주눅들지 않고 자기가 할 수 있는 것을 하는 것 같다. 어쨌든 방망이를 돌려봐야 잘되는지 안 되는지 알지 않나. 조금 너무 적극적이라서 말릴 정도인데, 일단 그 과감성이 매우 좋다"며 장점을 잃지 않는 선에서 투수들과 계속 적극적으로 싸워 나가길 기대했다.
광주=김민경기자 rina113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