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um App

Experience a richer experience on our mobile app!

[SC인터뷰] '나인 퍼즐' 손석구 "팬 유튜브 출연, 안 될 건 뭐야..내 인생 살래" (종합)

by

[스포츠조선 문지연 기자] 배우 손석구(42)가 '마이웨이' 연기 태도를 지켜나간다.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나인 퍼즐'(이은미 극본, 윤종빈 연출)은 10년 전, 미결 사건의 유일한 목격자이자 현직 프로파일러인 이나(김다미)와 그를 끝까지 용의자로 의심하는 강력팀 형사 한샘(손석구)이 의문의 퍼즐 조각과 함께 다시 시작된 연쇄살인 사건의 비밀을 파헤치는 추리 스릴러. 11회까지 촘촘한 스토리를 자랑하며 종영해 시선을 모았다.

손석구는 최근 스포츠조선과 만나 "많이 봐주시는 것 같아서 감사하다. 장르가 추리물이라 낯설었고 가늠이 안 되는 부분이 있었다. 결과적으로 어떻게 될지 정말 모르겠다는 마음이었다. 걱정도 많았는데 지금까지 잘 된 것 같고, 오늘부터가 본격적인 게임이지 않을까 생각해서 앞으로 더 기대가 된다"는 소감을 밝혔다.

추리물에 대한 기대감과 애정이 전혀 없이 시작한 작업이었다. 시청자들이 열을 올렸던 '범인 찾기'에도 그는 관심이 없었다. 흥미진진한 대본에 관심을 가지고 작품에 참여한 배우들이라면, 범인에 대한 궁금증 역시 커지는 것도 당연하지만 손석구는 예외였다. 그는 "저는 별 생각이 없이 한 행동에도 다들 의미를 가지시더라. 사실 저는 윤종빈 감독님의 엄청난 팬이고, 감독님이 저를 보자고 한 것 자체가 영광이었다. 제안을 주시기에 '아 추리물은 자신이 없는데'라고 하니까 자기만 믿고 따라오면 된다고 하더라. 대본에 끌린 것이 아니라 감독님 때문에 했다. 저는 여태까지 캐릭터가 만남을 통해 감정을 교감하는 드라마를 잘했다고 생각했다. 여기서도 추리물에 이나(김다미)와의 감정 교류가 있지만, 그게 주는 아니다. 사건을 추리해나가는 논리적 과정이나 정보를 전달하는 부분이 중요했고, 거기에서 한 포인트라도 관객의 눈과 귀를 잃으면 다음 회차를 잃게 되는 거다. 그러다 보니 긴장하고 해야 하는 것 같다. 정교한 정보전달을 위한 액팅 자체가 내가 자유롭게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기에 '이게 나랑 맞나, 이게 내 스타일이 맞나'라는 생각을 했다.

자신이 없는 상태에서 도전했지만, 촬영이 끝나고 작품이 공개된 이후에도 본인의 판단은 여전히 없다. 손석구는 "추리물에 대한 편견이 좀 깨졌느냐"는 질문에 "그건 관객들이 알지 않을까"라며 모호한 답변을 내놨다. 손석구는 "저는 제 나름대로 공부도 하고 참고도 하고 제가 할 수 있는 선에서 노력을 했다. 작품마다 안 해본 것들이 도처에 있는데, 제가 촬영하면서 모자란 것을 채워주면서 한다. 보통 저는 3회차, 또는 5회차에서 의심이 조금씩 사라지고 익숙해지고 자유롭게 하는 편인데, 이번에는 그것보다 의심을 좀 더 길게 했다"고 말했다.

결말에 대한 시청자들의 아쉬움이 쇄도했지만, 주인공인 손석구는 이 또한 자신의 작품이라기보다는 제3자의 일처럼 바라봤다. 손석구는 "아쉬웠다고? 그 부분을 잘 못 봤다. 무엇 때문에 아쉬워했냐"고 물은 뒤 "캐릭터성이 모호해졌는지 모르겠다. 분량이 좀 줄어서 그런가. 그게 지금 대세냐(대세 의견이냐)"라고 미지근하게 답했다. 이어 "반전이 약한 것은 기대하는 부분이 컸을 것이기 때문인데, 뭐 이런 의견도 있고 저런 의견도 있는 거다. 저는 반전을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다. 반전이 잘 되고 정교해서 좋아하는 영화나 드라마도 있지만, 한 개인의 관객으로서 재미있어 하는 것은 아니었다. 제가 한 작품이 좋았다기 보다는 관객들의 그런 걸(의견을) 겸허히 받아들이는 게 책임이 아닐까 싶다. (저는) 좋았는데 그게 중요한 건 아니잖나. 저는 만족했다"고 했다.

일부 홍보 과정에서의 잡음도 있었다. 비연예인 팬이 만든 유튜브 채널에 출연한 것이 화제가 됐다. 채널 '짐미조'에 출연한 손석구는 "큰 이유는 없고 홍보할 때쯤이 돼서 (출연했다). 제가 그 친구의 활동을 계속 팔로업하고 응원했었다. 그 친구가 이쪽 길로 들어서도 잘 될 거라고 생각한다. 어떻게 보면 안 될 것 없잖나. 그 친구랑 홍보도 홍보지만, 요즘엔 그걸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모르겠더라. 우리 이런 작품이 나왔다는 것을 대중에게 효과적으로 알리기 위해 유튜브라는 채널을 활동하는데, 요즘에는 홍보 이상으로 나라는 사람을 대중에게 알리고 인사하는 자리이기도 한 것 같다. 어쩌면 그게 더 큰 것 같다. 그런 면에서는 내가 안면이 있고, 응원하는 사람이고, 그럼 안 될 이유가 없잖나. 항상 기존에 있던 홍보 방식을 택해야 한다는 것도 요즘에는 그러지 않아도 되니까"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일부 네티즌은 팬의 유튜브에 출연한 것이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을 하기도 했다. 이에 손석구는 "그건 아닌 것 같다"며 "저는 짐미조 씨 같은 경우는 저의 팬이지만, 어엿한 한 사람으로서의 프로 유튜버이고, 그리고 우리는 팬과 배우로 만나서 거기(유튜브)에는 한 사람의 채널 호스트와 게스트로 나간 것이기에 그건 논리적으로 맞는 게 아닌 것 같다. 감정적으로는 그렇게 생각하실 수도 있지만, 저는 저의 팬이 촬영장에 찾아와도 똑같이 대한다. 누구라고 해서, 어디라고 해서 그런 건 없다. 저를 길에서나 사석에서 만나본 분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실 것"이라고 덧붙였다.

데뷔 이후 '꽃길'만 있지는 않았던 손석구다. 최근의 팬 유튜브 출연과 관련한 잡음뿐만 아니라 연극과 관련한 '가짜 연기' 발언까지 더해지면서 그의 언행을 지적하는 시선도 다양했다. 그러나 김혜자와 함께한 '천국보다 아름다운'을 통해서 배운 점이 있다고. 손석구는 "제가 연기를 대하는 태도나 방식, 자세도 훨씬 더 집요하고 넓어졌다. 김혜자 선생님을 만난 이후로. 제가 최근에 찍은 작품 중 하나가 '천국보다 아름다운'인데 그 이후로 제가 연기를 어떻게 할지 기대되는 부분이 있을 정도다. 선생님과의 경험은 너무 특별하다. 선생님과 연기할 때도 그렇지만, 하고 난 후의 작품을 보며 다른 차원을 봤다. 같이 연기했음에도 김혜자 선생님의 연기는 논하는 차원의 것이 아니었다. 선생님이 살아오신 길 때문에 나올 수 있는, 선생님의 인생이 묻어있는 연기다"라고 했다.

다만, 아름답게 살아서 아름다운 연기를 하겠다는 다짐이 아닌 현재 자신의 스타일을 꾸준히 지켜나가겠다는 의지다. 손석구는 "나도 김혜자 선생님처럼 아름다운 인생을 살아서, 모든 걸 품어줄 수 있는 연기를 해야겠다는 게 아니다. 선생님은 본인만의 확고한 철학으로 사셨기 때문에 저런 연기가 나오는 것처럼, 나도 나만의 인생을 잘 살아야겠다는 의미다. 저렇게 잘 살면, 저렇게 된다는 것의 증거를 본 것"이라고 밝혔다.

문지연 기자 lunam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