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스포츠조선 김민경 기자] "우리는 일단 밑에 순위는 보지 않고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게 항상 열심히 하고 있어요."
한화 이글스 외야수 이진영(28)은 연장 11회까지 치열한 혈투를 펼친 뒤 활짝 웃어 보였다. 꼭 1점이 필요한 순간. 이진영은 친정팀 KIA 타이거즈를 울리는 결승타를 치며 포효했다.
한화는 7일 광주 KIA전에서 연장 11회 3대2로 신승하면서 1위 탈환의 발판을 마련했다. 2위 한화는 시즌 성적 37승26패를 기록, 1위 LG 트윈스(37승25패1무)와 0.5경기차까지 거리를 좁혔다.
이진영은 5타수 2안타 2타점 맹활약으로 2연패에 빠져 있던 한화에 다시 활기를 불어넣었다. 이진영은 4회초 KIA 외국인 선발투수 아담 올러에게 좌전 적시타를 뺏어 1-0 리드를 안기며 상대를 당황하게 했다. KIA는 외국인 투수를 낸 만큼 반드시 잡아야 하는 경기였고, 한화 선발투수 황준서를 초반에 무너뜨리는 전략으로 나섰는데 이진영 때문에 이 구상이 완전히 꼬였다. 이진영은 2-2로 팽팽하게 맞선 연장 11회말 2사 2루에서 좌중간 적시타를 때려 끝내 친정을 울렸다.
이진영은 "일단 우리가 마지막 공격이기도 했고, 2아웃에서 지금 아니면 점수 날 상황이 아예 없으니까. 꼭 이번에 쳐야겠다는 생각으로 들어왔던 것 같다. 변화구 유인구를 많이 던지겠다 생각했는데, 직구 가운데 스트라이크가 들어온 뒤로는 그냥 직구 앞에다 놓고 쳐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냥 정확히 배트 중심에 맞았던 것 같다"고 결승타 소감을 밝혔다.
LG가 이날 고척 키움 히어로즈전에서 1대4로 패했다는 소식에 한화 선수들은 더 승리 의지를 불태웠다.
이진영은 "우리는 일단 밑에 순위는 보지 않고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게 항상 열심히 하고 있다. 오늘(7일) 사실 아까 전광판을 봤는데 LG가 졌다고 해서 우리도 일단 한 경기 꼭 잡아야겠다는 생각으로 후반부터 더 집중했던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이진영은 선린인터넷고를 졸업하고 2016년 신인드래프트 2차 6라운드 58순위로 KIA에 지명돼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 경찰야구단에서 군 복무도 일찍 해결하며 주전으로 도약할 날만 기다렸는데, 애석하게도 KIA에서는 그럴 만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트레이드는 이진영의 야구 인생에 큰 전환점이 됐다. 한화는 2022년 4월 KIA에 투수 김도현을 내주고, 이진영과 투수 이민우를 받는 1대2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한화는 꾸준히 외야수 뎁스 보강에 목이 말라 있었던 팀이었다. 당시에는 이민우가 보강의 핵심이었는데, 이제는 이진영이 펄펄 날고 있다.
지난해 김도현이 먼저 1군에서 두각을 나타내면서 한화가 트레이드 손해를 봤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김도현은 올해 사실상 KIA의 국내 1선발로 발돋움하기도 했다. 윤석민(은퇴) 이후 우완 에이스 후계자가 나타나지 않아 애가 탔던 KIA였기에 트레이드 성과는 더 커 보였다.
이진영은 2023년 생애 첫 10홈런에 50타점을 달성하며 이미 트레이드 성공 사례의 신호탄을 쏘아 올린 상태였다. 지난해는 42경기 출전에 그치며 부침이 있었고, 올해도 백업으로 시즌을 맞이했는데 기회가 왔을 때 공격적이고 적극적인 태도로 김경문 한화 감독에게 눈도장을 찍어 주전으로 발돋움했다. 52경기에서 타율 0.298(161타수 48안타), 6홈런, 22타점, OPS 0.848을 기록하고 있다.
친정팀만 만나면 이진영의 방망이는 더 매서워진다. 올해 KIA 상대로 타율 0.474(19타수 9안타), 2홈런, 6타점을 기록했다. 이중 광주 원정 4경기에서 타율 0.533(15타수 8안타), 2홈런, 6타점이다.
김경문 감독은 이진영이 광주에서 강하다는 말에 "그런 것 같다. 진짜 여기(광주)에서 잘 친다. 다행이다. 여기서 못 하는 것보다야 안타 치고, 홈런 치고, 그러니까 그래도 낫지 않나"라고 말하며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이진영은 "광주에서 잘 친다기보다는 그냥 타격감이 조금 올라왔을 때 하필 또 광주였던 것 같다. 그냥 타이밍이 좋았다"고 겸손하게 답했다.
한화는 8일 에이스 코디 폰세를 앞세워 위닝 시리즈를 노린다. KIA는 베테랑 좌완 양현종이 나선다. 이진영은 올 시즌 양현종 상대로 3타수 1안타를 기록했다.
이진영은 "물론 매 경기 이기고 싶은 마음으로 들어가긴 하는데, 폰세랑 라이언 와이스가 너무 좋다 보니까. 그 경기는 꼭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일단 들어가는 것 같다. 꼭 우리가 더 도와주고 싶고, 수비나 타격 쪽으로나 많이 도와주고 싶은 마음에 더 집중도 잘 되는 것 같다"며 다시 연승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광주=김민경기자 rina113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