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새로운 에이스의 탄생이다.
롯데 좌완 알렉 감보아가 데뷔전 패배 후 확 달라진 모습으로 한 주간 파죽의 연승을 달렸다.
감보아는 8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두산전에서 6⅔이닝 4안타 2볼넷 5탈삼진 2실점으로 4대2 승리를 이끌며 1패 후 2연승을 달렸다.
트레이드 마크인 광속구가 빛났다. 총 투구수 96구 중 61구를 던진 패스트볼 최고 구속은 157㎞, 평균 154㎞였다. 61구 모두 150㎞를 넘길 만큼 꾸준한 구위가 돋보였다. 높은 타점의 광속구에 체인지업 슬라이더 커브를 섞어 두산 타선의 타이밍을 빼앗았다. 불과 5일 전인 지난 3일 키움전 7이닝 99구 무실점 완벽투에 이어 2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로 새로운 에이스 탄생을 알렸다.
감보아를 처음 만난 두산 타자들. 첫 타석에서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첫 타석이 이어진 3회까지 출루는 단 1안타 뿐이었다.
두번째 타석에 들어선 4회부터야 조금씩 적응해 갔다. 4회 2사 후 김재환이 볼넷에 이어 기습 도루로 2루. 김기연의 적시타가 터지며 1점을 냈다. 2-1로 앞선 5회말 고비가 찾아왔다.
내야 실책으로 선두타자 정수빈 출루 후 감보아가 박계범의 번트타구를 기막힌 송구로 2루에서 포스아웃시키며 한숨 돌리는 듯 했다. 하지만 1루 견제 악송구로 2루 출루를 허용한 뒤 2사 후 이유찬에게 9구 승부 끝 볼넷으로 내보냈다. 2사 1,2루.
신중하게 승부하느라 김대한에게 3B1S로 몰렸다. 김대한이 노려친 직구가 두산 덕아웃 쪽으로 떠올랐다.
이날 콜업돼 마스크를 쓴 포수 정보근이 전력질주 해 두산 더그아웃 파울지역 바로 앞에서 잡고 그물로 쓰러졌다. 첫 판정은 파울이었지만, 4심 합의로 판정이 바뀌었다. '파울라인을 넘기 전에 캐치가 이뤄졌다'는 주심의 설명. 정보근의 투혼이 만든 아웃카운트였다. 3루쪽 관중석에서 환호가 터졌다. 6회를 삼자범퇴 처리한 감보아의 투구수는 단 84구. 7회도 마운드에 올랐다. 박준순에게 내야안타, 김인태에게 중전안타를 허용해 2사 1,3루에서 정철원에게 마운드를 넘겼다. 정철원이 이유찬에게 적시타를 허용해 감보아의 실점은 2점이 됐다.
일주일 두번 등판에서 2경기 연속 쾌투로 연승을 이끈 감보아는 "짧은 등판 간격이었지만 준비를 잘했다"고 2연속 호투 비결을 설명했다. 이어 "마운드에 올라갔을 때 팬들의 응원으로 아드레날린이 많이 밀려왔기 때문에 좋은 모습을 보인 것 같다"고 관중석을 가득 메운 3루측 롯데 팬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 고교 시절 미식축구와 레슬링에서도 두각을 나타냈던 멀티스포츠맨 출신. 그만큼 그라운드 위 열정이 넘쳐 흐른다. 세계 최고의 열정을 자랑하는 롯데 팬들을 만나면서 시너지가 극대화 되고 있는 모양새.
잠실구장 3루측 관중석을 가득 메운 롯데 팬들은 7회 마운드를 내려오는 감보아를 향해 기립박수를 날렸다. 감보아도 천천히 내려오며 팬들과 눈을 맞췄다. 그때 그는 어떤 기분이었을까.
"정말 믿을 수 없는 광경이었습니다. 내가 이런 경험을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지도 못했어요. 온 몸에 전율이 흘렀던 순간이었습니다."
더워질 수록 더 빨라질 감보아의 광속구. 미국에서 실패한 100마일(161㎞) 꿈을 KBO리그에서 실현할 수 있을까. 날씨가 더워지고 롯데 팬들의 에너지가 결집되면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감보아는 "도전해보겠다"며 진지하게 약속했다.
열정의 자이언츠 팬들의 환호 속에 더 뜨거워지는 만능 스포츠맨. 팬들의 염원인 가을야구 행을 이끌 새로운 에이스가 탄생했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