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홍명보 A대표팀 감독은 3차예선 동안 총 53명의 선수를 선발했다.
그 중 한 번이라도 그라운드를 밟은 선수는 40명이었다. 월드컵 출전이 걸린 3차예선인만큼, 안정 속 변화를 택했다. 김영권 정우영(이상 울산) 등 오랜기간 대표팀을 이끌었던 '올드보이'들이 나섰던 1, 2차전을 지난 후, 갈수록 확실한 뼈대가 완성됐다. 최장 출전시간을 기록한 골키퍼 조현우(울산·905분)를 필두로 황인범(페예노르트·855분)-박용우(알아인·724분)-이강인(파리생제르맹·797분) 이재성(마인츠·784분)이 척추를 구성했다. 설영우(즈베즈다·899분)도 핵심 멤버였다.
세대교체 기조도 소홀하지 않았다. 3차예선을 통해 처음으로 A대표팀에 승선한 새 얼굴은 양민혁(토트넘) 권혁규(셀틱) 이현주(하노버) 이한범(미트윌란) 김봉수 김동헌 조현택(이상 김천) 이태석(포항) 전진우 최우진(이상 전북) 김경민(광주) 황문기(평창), 총 12명에 달했다. 이 중 6명(황문기 이현주 이태석 이한범 전진우 양민혁)이 데뷔전을 치렀다.
홍명보호는 신구조화 속 북중미행에 성공했다. 이제부터는 최종 엔트리 경쟁이다. 홍 감독은 본선 진출 확정 후 처음으로 치른 10일 쿠웨이트전에서 무려 7명의 선수를 바꿨다. 베스트11 중 6명이 2000년대생이었다. 홍 감독은 "3차예선의 마지막이 아닌 북중미월드컵 준비의 첫 경기였다"며 "우리 팀의 베스트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했다. 베테랑들부터 신예들까지 무한경쟁을 선언했다.
3차예선을 보면 최종 엔트리의 윤곽과 홍 감독의 고민을 읽을 수 있다. 골키퍼를 보면, 조현우는 부상만 없다면 북중미행을 예약했다. 전임 감독들 체제에서 김승규(FC도쿄)에 다소 밀렸던 조현우는 홍 감독 부임 후 확실한 주전으로 우뚝섰다. 최종전을 제외한 9경기에 모두 선발로 나섰다. 백업 골키퍼는 고민이 크다. 경기에 출전한 선수는 쿠웨이트전에 나선 이창근(대전) 한명 뿐이다. 김승규 김동헌 김경민 김준홍(DC유나이티드) 송범근(전북) 등 비교적 많은 선수들이 대표팀에 부름을 받았지만, 확실한 선수를 찾지 못했다. 최근 기류만 보면 김동헌이 한발 앞서 있지만, 김승규가 부상에서 복귀했고, 송범근이 전북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는만큼, 구도가 또 달라질 수 있다.
홍 감독이 가장 고민했던 풀백은 이태석-설영우 라인으로 가닥이 잡히는 분위기다. 홍 감독은 부임 후 매 소집마다 새로운 풀백, 1~2명을 선발할 정도로 이 포지션에 대한 고민이 컸다. 무려 12명이 테스트에 나섰다. 오만과의 7차전부터 가동된 이태석-설영우 라인은 안정된 경기력으로 홍 감독의 눈도장을 찍었다. 하지만 백업은 여전히 유동적이다. 조현택 최 준(서울) 황재원(대구) 등 젊은 자원들과 이명재(버밍엄) 김문환(대전) 등 경험 많은 선수들간의 치열한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중앙 수비는 이번 3차 예선 동안 가장 잘 가동된 포지션이었다. 선발된 7명이 모두 출전했다. '핵심 중의 핵심' 김민재(바이에른 뮌핸)가 잦은 부상으로 611분 출전에 그쳤지만, 조유민(샤르자·695분) 권경원(코르파칸·294분) 등이 공백을 잘 메웠다. 베테랑 위주로 운영되던 포지션이었지만, 쿠웨이트전에서 좋은 모습을 보인 김주성(서울)-이한범 듀오가 가세하며 기류가 바뀌는 분위기다. 김민재를 중심으로 다시 재편될수도 있다.
중원은 황인범과 박용우가 중심을 잡았다. 황인범은 홍명보호에서도 황태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황인범은 북중미월드컵에서도 중원의 중심을 잡아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백승호(버밍엄) 김진규(전북) 등이 황인범의 백업 역할을 했다. 수비형 미드필더는 박용우, 원톱 체제였지만, 중용 받았던 것과 달리 경기력은 썩 만족스럽지 않았다. 홍 감독은 권혁규 김봉수 정호연(미네소타) 등 젊은 자원을 선발하고도 출전 기회를 주지 않았다. 하지만 쿠웨이트전에서 출전기회를 잡은 원두재(코르파칸)가 좋은 모습을 보이며 흐름이 바뀔 수 있다.
2선은 이번 예선 동안 가장 많은 13명의 선수가 부름을 받았다. 2선은 대표팀 최대 강점이다. 유럽파도 이 포지션에 집중돼 있다. 역시 '캡틴' 손흥민(585분·토트넘)-이재성-이강인이 확실한 주전이었다. 여기에 황희찬(369분·울버햄턴) 배준호(262분·스토크시티)가 준주전으로 분류할만하다. 한두 자리를 두고 양현준(셀틱) 양민혁 엄지성(스완지시티) 전진우 이동경(김천) 등의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원톱은 가장 풀이 작았다. 단 3명으로 3차예선을 치렀다. 오세훈(마치다)이 426분, 오현규(헹크)가 247분, 주민규(대전)가 205분을 나눠 소화했다. 출전시간은 오세훈(2골)이 가장 길었지만, 골은 오현규(4골)가 가장 많이 넣었다. 카타르월드컵에 나섰던 조규성(미트윌란)과 황의조(알란야스포르)가 각각 부상과 개인사로 제외된 후, 새로운 진용으로 재편됐지만, 썩 만족스럽지는 않았다. 홍 감독이 앞으로 고민할 포지션이다.
홍 감독은 '컨디션'을 강조했다, 그는 "월드컵이 벌어질 1년 후 상황은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 경기력을 유지하느냐가 핵심이다. 2014년 브라질 대회를 준비하면서 이 부분을 놓쳤다. 지금은 그때보다 더 많은 선수들을 봤고, 볼 수 있는만큼, 어떻게 폼을 유지할지가 선발의 중요한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했다. 홍명보호의 최종 엔트리 경쟁은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