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이긴팀 감독이 경기 끝나자마자 상대팀 감독실을 찾았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 이기고도 시원하게 웃지 못한 KIA 타이거즈다.
14일 창원 NC파크에서 열린 KIA와 NC 다이노스의 맞대결. 7회말 헤드샷 상황이 발생했다. 이날 교체 출전한 NC 최정원이 NC 공격인 7회말 2사 1,3루 득점권 찬스에서 KIA의 바뀐 투수 최지민을 상대했다. 최정원은 초구 볼, 2구 파울 이후 3구째를 기다렸다. 그런데 최지민이 던진 145km짜리 직구가 최정원의 뒤통수 부근 헬멧을 강타하고 떨어지는 헤드샷이 됐다. 공이 머리 뒤쪽을 강타하고 떨어지자마자 관중석에서도 경악하는 소리가 터졌다.
공을 맞자마자 헬멧이 벗겨졌고, 최정원은 그 자리에 주저앉아 양 손으로 뒤통수를 부여잡았다. 그리고 잠시 후 그대로 드러누웠다. NC 벤치에서 곧장 트레이닝 코치들과 서재응 수석코치 등이 뛰어나와 최정원의 상태를 살폈다. 응원 열기로 뜨거웠던 NC파크 관중석 전체가 삽시간에 싸늘하게 식었다. 대기하고있던 의료진도 빠르게 뛰어나와 상태를 살폈고, 의료진과 트레이너가 최정원의 장비들을 풀고, 계속해서 의식과 상태를 살폈다. 잠시 후 대기하고 있던 앰뷸런스가 구장 내에 진입했고, 최정원은 목 보호대를 착용한 상태로 들것에 실려 앰뷸런스에 탑승했다.
이날 경기는 NC가 접전 끝에 8대9로 패했지만, 최정원의 몸 상태가 더 걱정이었다. 특히 헤드샷으로 자동 퇴장이 된 최지민은 누구보다 사색이 된 얼굴이었다. 최정원이 응급 처치를 받고 있을때도 주위를 벗어나지 않고 서성이며 놀란 표정으로 상태를 살핀 최지민은 최정원이 앰뷸런스에 탑승할때까지도 뒤를 쫓았다. 그리고 규정에 따라 퇴장됐다. 이후로도 계속해서 걱정을 놓지 못했다는 후문이다. 투수 입장에서는 자신의 제구를 벗어난 공이 상대 타자의 머리를 맞혔다는 생각이 큰 충격으로 다가왔을테고, 무엇보다 상대 선수에게 미안한 마음이 컸을 수밖에 없다.
승장인 이범호 감독은 경기 후 경기 내용보다도 최정원의 몸 상태를 우려했다. 이 감독은 경기 후 "최정원의 몸 상태가 걱정이다. 모쪼록 큰 부상이 아니길 바란다"고 이야기 했고, 경기가 끝난 후 손승락 수석코치와 함께 곧장 NC 더그아웃을 찾았다. 이호준 감독의 감독실을 찾아 미안하다는 사과의 뜻을 전하면서 최정원의 상태에 대해 묻고 대화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다행히 최정원의 몸 상태에 특별한 이상이 발견되지 않아 NC도 안도의 한숨을 쉴 수 있게 됐다. X-레이와 CT 검사를 한 결과 단순 뇌진탕 소견이 나왔고, 최정원은 병원에서 링거 주사를 맞으며 안정을 취한 후 퇴원해 야구장으로 향했다. 머리를 맞았기 때문에 몸 상태를 계속해서 체크할 예정이지만, 당장 큰 부상이 발생한 것은 아니라 다행이다.
창원=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