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팀이 건강했으면 좋겠다."
지난해 7월 전북 이도현 단장은 이승우(27)와 계약하며 이런 말을 남겼다.
여러 생각을 남기게 할 만한 말이었다. 좋은 성적으로 구단, 팬의 바람을 충족시키는 게 프로의 의무. 하지만 그 결과를 만들기 위해선 건전하고도 치열한 경쟁을 통해 힘을 키우는 게 우선이다. 유럽에서 경험을 쌓고 K리그를 대표하는 아이콘이 된 이승우에게 거는 기대였다. 시즌 중 이적한 이승우는 전북 유니폼을 입고 뛴 K리그1 12경기에서 2골-5도움을 기록하면서 2부 나락으로 떨어져 가던 팀의 잔류에 일조했다.
1년이 채 지나지 않은 시점. 이승우의 위치는 주전이 아닌 백업이다. 시즌 초반 그를 선발로 기용하던 거스 포옛 감독은 6경기 연속 무승(2무4패)에 빠지자 변화를 택했다. 그 사이 전진우가 맹활약했고, 전북은 무패를 달리며 단독 선두로 치고 올라왔다. 이승우는 전북이 15경기 연속 무패(11승4무)를 달리는 동안 주전이 아닌 후반 교체 자원으로 힘을 보탰다. 핵심 전력으로 평가 받았던 그에게 기다림의 시간은 쉽게 받아들이기 힘들 수 있는 부분. 이럼에도 이승우는 여전히 번뜩이는 모습을 보이며 전북에 없어선 안될 존재라는 점을 각인시키고 있다. 17일 수원FC와의 2025 K리그1 19라운드에선 0-2로 뒤지던 후반 시작과 함께 교체돼 맹활약하며 3대2 역전승에 일조했다. 2-2 동점이던 후반 43분 문전 침투로 김태한의 자책골을 유도한 게 백미였다. 이승우는 "(역전골에) 기여만 하고 내 골이 되지 않아 아쉽다(웃음). 다음에는 꼭 득점을 만들어보고 싶다"고 미소 지었다.
이승우는 올 시즌 자신의 바뀐 입지에 대해 "입단 때 단장님이 '팀이 건강했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하셨다. 그 말이 인상 깊었다"고 운을 뗐다. 그는 "작년에 워낙 좋지 않았고, 올해는 그걸 이겨내고자 선수단 모두가 노력했다. 나도 건강한 팀의 일원으로 그런 분위기를 유지시키는 데 도움이 되고 싶었다"며 "경기에 나서지 못하는 게 나 뿐만 아니라 다른 벤치 멤버들에게 썩 좋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건강한 경쟁을 통해 훈련장, 경기장에서 실력을 증명하는 게 선수의 몫이다. 선택은 감독님이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늘(수원FC전)도 단장님이 경기 후 '네가 골 넣은 줄 알았다'고 농을 치시더라. 매번 '항상 너를 믿고, 응원한다'는 말씀을 해주신다"고 고마움을 드러냈다.
올 시즌 전북은 '절대 1강'으로 불리던 시절의 면모를 되찾아가고 있다. 2골차를 뒤집고 승리를 만든 수원FC전의 의미가 상당하다. 포옛 감독조차 "큰 승리를 했다"고 평할 정도. 지난 시즌 승강 플레이오프까지 갔던 팀이 맞나 싶을 정도의 퍼포먼스가 이어지고 있다. 이에 대해 이승우는 "멘탈적 측면이 크지 않나 싶다. 지난 시즌과 비교하면 스쿼드 면에서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선수들이 지난 시즌 부진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노력했고, 감독님도 심리적인 면에서 많은 도움을 주셨다"며 "팀이 한때 어려운 시기(6경기 연속 무승)를 겪기도 했지만, 감독님이 선수들을 끝까지 믿어준 덕분에 지금의 결과까지 이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작년엔 먼저 실점한 뒤 운도 따라주지 않았는데, 올해는 그 반대"라며 "작년에 힘들었던 만큼, 올해 더 많이 웃을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전주=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