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스포츠조선 박재만 기자] '똑바로 안 칠래, 너도 맞아봐' 남자만 아는 고통이었다. 아니 포수만 알 수 있는 고통이었다. 파울 타구에 맞고 그대로 주저앉은 양의지를 타자 박동원은 진심으로 걱정했다.
아찔한 장면 직후 포수 양의지를 걱정 어린 시선으로 지켜보고 있던 양 팀 동료들은 웃으면 안 되지만 결국 웃고 말았다.
박동원 배트 끝에 맞고 바운드 된 타구에 급소를 맞았던 양의지가 타자 헬멧을 손바닥으로 치며 소심한 복수로 웃음을 자아냈다.
6대4 2점 차로 뒤지고 있던 6회말 LG 공격. 선두 타자로 타석에 들어선 LG 박동원이 0B 2S에서 두산 선발 곽빈의 커브를 커트했다.
배트 끝에 맞고 바운드 된 타구는 양의지 급소를 그대로 강타했다. 맞는 순간 그대로 주저앉은 포수 양의지는 통증을 호소했다. 트레이너와 급히 달려 나온 조인성 코치는 포수 양의지에게 당장 해줄 수 있는 조치가 없었다. 필요한 건 포수가 회복될 때까지 기다려주는 것 말고는 없었다.
직전 타석 스리런포를 터뜨렸던 박동원이 마음먹고 힘껏 돌린 배트에 걸린 타구라 더 아팠을 것이다.
포수라면 알 수 있는 엄청난 고통. 하필 박동원이 친 파울 타구에 급소를 강타당한 양의지는 보호대를 착용하고 있었지만, 한동안 그대로 주저앉아 통증을 호소했다. 트레이너는 포수 양의지 상태를 살피며 엉덩이를 연신 두들겼다.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 김기연이 포수 장비를 착용하고 있던 사이 주저앉았던 양의지는 뛸 수 있다는 시그널을 벤치로 보냈다.
3분 남짓 통증을 호소하던 양의지는 본인 힘으로 일어나 다시 장비를 착용했다. 다가와 고개 숙여 미안하다는 제스처를 박동원이 취하자, 양의지는 손바닥으로 헬멧을 툭 치며 소심한 복수에 성공했다.
파울 타구에 맞는 순간 큰 부상으로 이어질 수도 있었던 아찔한 상황이었지만, 다행히 다시 일어난 양의지와 박동원은 멋쩍은 미소 후 경기를 이어 나갔다.
통증이 남아 있었지만, 교체 없이 이닝을 마친 양의지가 절뚝거리며 더그아웃에 들어서자, 조인성 코치는 마중 나와 포수 어깨를 쓰다듬었다.
9회에도 마스크를 쓰고 나온 양의지는 마무리 김택연과 함께 경기를 마무리 지은 뒤 승리의 기쁨을 만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