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민경 기자] "예전에는 진짜 경기를 많이 뛰고 싶었는데, 좋은 기회가 와서 이제 막 경기를 계속 뛰고 있으니까."
프로 11년차인 KIA 타이거즈 중견수 김호령은 지금이 가장 행복하다. 2015년 KIA에 입단해 지난해까지 10년 동안 백업의 알을 깨지 못해 애를 먹었다. 수비는 리그 최정상급 중견수들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데, 타격이 1군에서 주전으로 도약하기에는 약했다. 그럴수록 김호령은 자꾸 타격 폼에 손을 댔는데, 결과적으로는 독이 됐다.
이범호 KIA 감독은 그런 김호령이 타격에 눈을 뜰 수 있는 조언을 하나 해줬다. 이 감독은 선수 시절 통산 329홈런을 친 레전드 타자 출신. 타격에 일가견이 있다 보니 한번씩 선수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포인트를 짚어 주곤 하는데, 지난달 1군에 올라온 김호령이 타깃이 됐다.
KIA 관계자는 "감독님의 조언으로 김호령이 타격 폼을 살짝 바꾼 게 진짜 한 수였다. 김호령도 팀도 살렸다"고 했다.
어떤 조언이었을까.
김호령은 "1군에서 기회가 왔을 때 감독님, 코치님들과 타격과 관련해서 이야기를 진짜 많이 했다. 처음 1군에 올라왔을 때는 어깨랑 골반이 빠지면서 타구가 빗맞았다. 그 문제를 보완하고자 왼발을 안으로 넣으면서 치는 시도를 했다. 처음에는 느낌이 어색했는데, 방망이를 연습하면서 쳐보니까 괜찮긴 하더라. 경기에서도 잘 맞고, '이제 이렇게만 하면 잘되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 폼으로 꾸준히 했던 게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고 감사한 마음을 표현했다.
김호령은 시즌 초반 KIA가 가장 힘든 시기에 단비와 같은 존재였다. 이 감독은 우익수 나성범과 좌익수 이창진은 부상으로 이탈하고, 주전 중견수로 기대했던 최원준과 좌익수 이우성은 공격과 수비 모두 극심한 부진에 빠져 골머리를 앓았다. 정해원, 박재현 등 신인급 선수들에게 기대야 했을 정도. 이때 김호령이 중견수로 센터라인을 잡아주지 않았더라면 KIA의 6월 승률 1위 돌풍은 불가능했다.
김호령은 타석에서도 펄펄 날았다. 시즌 타율은 0.240(96타수 23안타)이지만, 득점권에서 25타수 8안타(타율 0.320)로 매우 강했다. 특히 만루에서 2타수 2안타 5타점을 기록하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시즌 타율을 확인했을 때 '생각보다 낮네'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득점권에서 영양가 높은 타격을 펼쳤다.
김호령은 "주전들이 다쳐서 내게는 좋은 기회가 왔는데, 기회가 온 만큼 최선을 다해서 잡으려 했다. 경기에 나가면 어떻게든 출루하려고 하고 수비에서 실수 안 하려고 하고 그런 마음가짐으로 나갔다. 옛날에는 진짜 솔직히 타격폼을 많이 바꾸던 시절에는 누상에 주자가 있으면 너무 긴장이 많이 됐다. 그런데 요새는 경기도 많이 나가고, 주자가 없을 때도 좋은 결과가 나오다 보니까 주자가 있을 때도 이렇게만 하자는 생각으로 타석에 선다. 그러다 보니 좋은 결과가 있는 것 같다. 조금 욕심이지만, 2할8푼에서 2할9푼까지는 타율을 끌어올리고 싶다"고 했다.
이제는 더 이상 타격 폼을 바꾸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김호령은 "지금 폼은 진짜 거의 웬만하면 안 바꿀 것 같다. 그 전에 몇 년 동안 안 좋았는데, 지금 정말 타석에서 느낌이 좋아서 바꿀 생각이 안 든다. 전에 계속 바꿨을 때는 바꿔도 바꿔도 타격이 안 됐다. 지금은 경기를 많이 나가면서 (지금 타격 폼의) 결과를 알 수 있지 않나. 감독님과 코치님이 알려주신 대로 한 결과가 좋기 때문에 바꾸지 않겠다"고 힘줘 말했다.
오랜 시간 김호령이 잘되길 바라고 응원한 팬들을 향한 감사 인사도 잊지 않았다.
김호령은 "타석에 설 때 팬분들이 진짜 많이 크게 응원해 주시더라. 그래서 정말 기분 좋다. 진짜 못할 때도 항상 응원 많이 해주셨는데, 이런 좋은 기회가 왔을 때 팬분들이 생각하는 만큼 좋은 결과를 내는 선수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김민경 기자 rina113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