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척=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송성문이 키움을 살렸다. 갈 길 바쁜 삼성에 제대로 고춧가루를 뿌렸다.
키움 히어로즈가 살아나고 있다. 주중 KIA 타이거즈와의 3연전에서 상대 6연승을 저지하더니, 이번에는 삼성 라이온즈에 비수를 꽂았다.
키움은 27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삼성과의 주말 3연전 첫 번째 경기에서 8회말 극적으로 터진 송성문의 역전 결승 투런포에 힘입어 5대4로 신승했다. 전날 KIA와의 경기에서 연장 11회까지 가며 숱한 끝내기 찬스를 잡고도 무승부에 그친 설움을 제대로 풀었다. 아직 간극이 큰 최하위지만 최근 달라진 경기력으로 살아나는 모습을 보여 후반기 다크호스가 될 수 있음을 예고했다.
반대로 이 경기 전까지 최근 5경기 1승4패로 부진했던 삼성은 충격의 역전패를 당하며 5위 자리 지키기도 힘겨운 상황에 처했다.
양팀 모두 답답한 흐름이었다. 삼성은 선발 최원태가 매 이닝 주자를 출루시키며 위기를 자초했다. 하지만 꾸역꾸역 막아냈다. 키움은 주자를 매번 출루시키고도, 결정타가 터지지 않았다. 1회 2사 1, 2루, 2회 1사 2루, 3회 무사 1, 2루 찬스를 다 날렸다.
그러는 사이 삼성이 3회 한꺼번에 4점을 냈다. 행운이 따랐다. 키움 선발 정현우는 1회와 2회를 연속 삼자범퇴 처리하며 호투하고 있었다. 하지만 수비 실수 하나에 흔들렸다. 선두 박승규를 볼넷으로 출루시킨게 화근. 그리고 8번 류지혁을 좌익수 플라이로 유도했다. 그런데 키움 좌익수 임지열이 이 타구를 잡지 못했다. 포구 실책. 웬만해서는 외야수의 포구 실책보다 안타로 기록이 나오는데, 이건 실책이었다.
이 플레이에 정현우가 흔들렸는지 양도근과 김지찬에게 연속 볼넷을 내주며 밀애내기 실점을 했다. 흔들린 정현우는 만루 상황서 보크로 추가 실점을 했고, 이어 등장한 디아즈에게 2타점 적시타까지 얻어맞으며 완전히 무너지는 듯 했다. 하지만 정현우는 6회까지 추가 실점 없이 씩씩하게 마운드를 지켰다.
문제는 타선. 4회 겨우 따라가는 점수 1점을 냈다. 1사 만루 찬스에서 송성문의 내야 땅볼로 천신만고 끝에 점수를 따냈다. 임지열의 볼넷으로 추가 찬스까지 잡았지만, 이주형이 통한의 삼진을 당했다.
하지만 키움은 포기하지 않았다. 6회 바뀐 투수 이승민을 상대로 어준서와 김건희의 연속 안타가 터지며 찬스를 잡았다. 삼성이 육선엽을 올려 불을 끄려 했는데, 육선엽이 병살 코스인 투수 앞 땅볼 때 치명적인 2루 송구 실수를 저지르며 추격의 빌미를 제공했다. 키움은 임지열의 내야 땅볼 타점까지 더해 1점차 턱밑 추격을 했다. 하지만 또 이주형이 삼진이었다. 이날 따라 이주형 타석에서 찬스가 걸렸지만 부진했다.
승부가 갈린 건 8회말. 키움은 바뀐 투수 김태훈을 상대로 1사 후 김건희가 안타를 치고 추루했다. 김태훈은 전태현을 범타 처리했다. 타석에는 키움에서 가장 뜨거운 사나이 송성문. 삼성도 불길한 기운을 느꼈는지 마무리 이호성을 조기 투입하는 강수를 뒀다.
하지만 송성문은 이호성의 슬라이더를 제대로 잡아당겨 짜릿한 역전 결승 투런포로 연결시켰다. 시즌 11호포고 아주 중요할 때 터졌다. 송성문은 이날 도루도 성공해 33 연속 도루 성공 신기록도 더 이어가게 됐다.
키움 선발 정현우는 6이닝 4실점으로 승리 요건을 갖추지는 못했지만, 정현우가 6이닝을 버텨준 덕에 키움은 역전 발판을 마련할 수 있었다. 마무리 주승우가 살 떨리는 1점차 리드 9회를 삼자범퇴로 완벽하게 막아내며 시즌 11번째 세이브를 기록했다.
삼성 선발 최원태는 키움 소속이던 2023년 7월2일 이후 처음으로 고척돔을 방문했다. 다른 팀 유니폼을 입고 고척돔 경기를 한 게 처음이라는 의미. 이날 승리 요건을 갖추고 마운드를 내려갔지만, 역전패로 빛이 바랬다.
고척=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