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장종호 기자] 담관에 생기는 악성 종양인 담관암은 증상이 거의 없어 조기 진단이 어렵고, 암이 진행된 상태에서 발견돼 치료시기를 놓치는 경우도 많다. 2022년 국가암등록통계 기준으로 '담낭 및 기타 담관암'은 전체 암의 2.8%를 차지하며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담관암은 진행속도가 빠르고, 5년 생존율이 29%에 불과할 정도로 예후가 나쁘다. 이 때문에 정확하고 신속한 진단이 담관암 환자의 생존율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담관암을 AI를 활용해 더욱 빠르고 정확하게 진단할 수 있는 기술을 국내 의료진이 개발했다.
최근 한림대학교동탄성심병원 소화기내과 이경주·박세우 교수와 한림대 소프트웨어학부 허종욱 교수가 이끄는 공동연구팀이 인공지능(AI)과 3차원 광회절단층촬영(3D Optical Diffraction Tomography, 이하 3D ODT)을 결합한 담관암 진단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이 연구는 'AI 기반 3D 광회절단층촬영을 활용한 담관암 진단 강화(Enhancing biliary tract cancer diagnosis using AI-driven 3D ODT)' 제목으로 SCIE급 국제 학술지인 'Methods[피인용지수(IF): 4.3]' 2025년 6월호에 게재됐다.
연구팀은 암세포의 특징 중 하나인 세포 내 '지질 방울(Lipid Droplets)'의 대사적 변화에 주목했다. 암세포는 정상세포에 비해 지질 방울의 부피, 밀도, 분포에서 뚜렷한 대사적 차이가 있다. 연구팀은 이를 정량화할 수 있는 3D ODT 영상 기술과 AI 기반 합성곱 신경망(Convolutional Neural Network, CNN)을 이용해 암세포를 자동 분류하는 모델을 개발했다.
실험에는 담관암 세포주(SNU1196, SNU308, SNU478) 및 정상 담관세포(H69)를 활용했으며, 약 9만장 이상의 세포 이미지를 CNN 모델에 학습시켰다. 단일이미지 분석 기반 정확도는 93.8%였고, 지질 방울의 정보(부피·건조질량 등)를 포함한 다중모델 학습 정확도는 97.9%에 달했다. 최종적으로 다각도 영상 융합기법(Multi-View Score Fusion)을 적용한 최종 모델의 진단 정확도는 98.6%로 매우 높은 수준을 보였다.
특히, 이 기술은 별도로 조직을 염색하지 않고도 획득한 세포 영상만으로 암세포를 실시간 분류할 수 있는 AI 기반 진단법으로, 병리적 판독을 보조하는 새로운 도구로 주목받고 있다.
이경주 교수는 "지질 방울은 암세포 내에서 에너지 저장, 세포막 합성, 스트레스 반응 등에 관여하는 주요 대사 인자로, 암의 침습성이나 약물 내성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며 "이번 기술은 단순 영상 분석을 넘어 암세포의 대사적 특징을 반영한 정밀 진단 플랫폼으로의 확장 가능성이 크다. 이번에 개발한 진단법은 3D ODT를 통해 세포 내 지질 방울을 시각화할 수 있었고, 이후 AI를 통해 고차원 영상에서 복잡한 지질 방울의 특징을 자동으로 추출해 진단 정확도를 높였다"고 설명했다.
또한 "기존 병리진단은 조직 채취 후 염색 및 판독에 수일이 소요되지만, 이 진단법은 AI가 염색 없이도 세포 수준에서 암세포를 실시간으로 식별할 수 있다"며 "의료현장에서의 빠른 임상 판단과 치료 결정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또한 이번 연구에 참여한 한림대동탄성심병원 소화기내과 박세우 교수 연구팀은 지난해에도 AI와 3D ODT 기법을 결합해 췌장암 세포와 정상세포를 자동으로 분류할 수 있는 모델을 개발했다. '3D ODT를 통한 지질 방울 분석을 기반으로 췌장암 세포의 자동 인식 및 분류 AI 모델'이라는 제목의 이 연구는 SCIE급 국제 학술지인 'Computer Methods and Programs in Biomedicine[피인용지수(IF): 4.9]' 2024년 4월호에 게재됐다.
장종호 기자 bellh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