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스포츠조선 이종서 기자] "저 욕 많이 먹었어요."
지난 5일 대전 한화생명볼파크. 2-0으로 리드를 잡았던 한화는 8회초 대거 5점을 허용하며 2대5로 역전패했다.
8회초 시작과 함께 올라온 투수는 한승혁. 선두타자 오윤석을 삼진으로 잡았지만, 황재균에게 홈런을 맞았다. 이후 장진혁의 볼넷과 강현우의 안타로 만들어진 1사 1,3루 위기.
한화는 마무리투수 김서현(21)을 올려 급한 불을 끄려고 했다.
올 시즌 24세이브를 기록하면서 한화의 질주에 앞장 서고 있는 새 마무리. 항상 좋을 수는 없다. 이날이 그런 날이었다.
선두 타자 이정훈에게 몸 맞는 공을 허용하면서 만루 위기에 몰렸고, 결국 허경민의 희생플라이로 2-2 동점을 허용했다. 이후에도 김서현은 좀처럼 안정을 찾지 못했다. 안현민에게 몸 맞는 공으로 다시 만루 위기. 강백호에게 던진 슬라이더가 공략당하면서 3타점 싹쓸이 안타를 허용했다.
김서현은 결국 마운드를 내려왔다. 함께 호흡을 맞춘 최재훈도 교체됐다.
교체 직후 최재훈이 김서현에게 무엇인가를 이야기하는 모습이 잡혔다. 김서현은 굳은 표정으로 입술을 깨문채 최재훈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을 했다.
이 모습에 일부에서는 최재훈이 김서현을 혼냈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최재훈을 향한 비난도 있었다.
하루 뒤인 6일 경기 후. 최재훈은 당시 상황을 이야기했다. 혼낸 것이 아닌 오히려 자신감을 넣어준 훈훈한 장면이었다.
최재훈은 "스물두살(만 21세)이 그렇게 세이브를 많이 했다는 건 최고라고 생각한다. (김)서현이에게 '너 우리 팀 최고의 마무리인데 자신감이 안 보인다. 네 볼을 못 치니 한 가운데 자신 있게 던지라'고 했다"고 밝혔다.
김서현의 반응은 최재훈도 당황하게 했다. 최재훈은 "그랬더니 갑자기 서현이가 울더라. 그 모습에 팬들이 오해하시더라"고 말했다.
최재훈은 이어 "정말 화낸 게 아니다. 좋은 이야기로 우리 팀의 스물두살이 마무리를 맡고 있다고 칭찬했다. 그런 말을 하면서 '그 표정은 이제 내일 드러내지 않았으면 좋겠다. 마운드에서 자신 있게 네 공을 던져라'고 하면서 머리를 쓰담쓰담 해줬다"고 했다.
김서현은 6일 경기에서도 마운드에 올라왔지만, 경기를 끝내지 못했다. 8회초 2사에 등판한 김서현은 장진혁을 삼진으로 처리했다. 그러나 9회초 선두타자 권동진을 볼넷으로 내보낸 뒤 앤드류 스티븐슨을 3구 삼진으로 잡았지만, 볼넷과 연속 안타로 3실점 했다. 5-1의 경기가 5-4까지 좁혀졌고, 결국 한승혁이 마운드에 올라와 경기를 마무리 했다.
이틀 연속 마무리투수로서 임무를 다하지 못했지만, 최재훈은 김서현의 활약을 믿었다.
최재훈은 "서현이는 우리팀의 마무리투수다. 이런 경험도 많이 해봐야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더 큰 선수가 된다고 생각하고 있다. 내가 볼 때는 잘 던질 거라고 생각한다"고 믿음을 잃지 않았다.대전=이종서 기자 bellstop@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