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토미! 토미!"
'무관의 제왕' 토미 플릿우드가 우승을 확정짓기 위해 마지막 18번홀 그린으로 걸어가는데, 구름떼 같은 관중들이 그 마지막 우승 장면을 보기 위해 여기저기서 모여들었다. 마치 타이거 우즈가 2019년 부상 역경을 딛고 마스터스에서 우승을 차지하는 순간처럼, 수많은 갤러리들이 뜨거운 환호를 보냈다. 갤러리들은 클럽을 들어 자신들에게 답례를 하는 플릿우드를 향해 "토미, 토미"라며 큰 소리로 그의 이름을 연호했다.
플릿우드는 미국 선수가 아니다. 잉글랜드 국적이다. 미국 스포츠 팬들은 자국 선수에 대한 애정이 강하다. 플릿우드와 한 조로 플레이하고, 끝까지 우승 경쟁을 한 선수는 미국의 패트릭 캔틀레이였다. 보통은 플릿우드에 야유를 하거나, 캔틀레이에 집중적인 응원을 보내야 할 미국 팬들인데 이날은 모두가 플릿우드의 선전을 간절히 바라는 느낌까지 줬다.
플릿우드는 PGA 투어, DP월드 투어를 넘나들며 전 세계 많은 팬들 보유한 스타 플레이어다. 긴 머리가 트레이드 마크인데, 컴팩트하고 소위 말해 '간지'가 넘쳐 흐르는 그의 스윙은 많은 사람들이 따라하고 싶어하는 명품이다. DP월드 투어에서는 이미 7승을 따냈다. 라이더컵 단골 멤버이기도 하다. 실력도 중요하지만, 그는 따뜻한 사람으로도 정평이 나있다. 진짜 인기의 이유다.
돈도 많이 벌었다. 하지만 마지막 해결하지 못한 숙제가 있었다. PGA 투어 우승. 늘 우승 문턱에서 미끄러졌다. 163번의 대회에 출전하며 엄청난 상금을 벌어들였지만, 준우승만 6번을 했다. 톱5에는 무려 30번 입상했다. 2020년 임성재가 혼다클래식에서 감격의 PGA 첫 우승을 차지할 때도, 선두를 달리던 플릿우드가 마지막 18번홀 세컨드샷을 헤저드에 빠뜨려줘 임성재가 우승의 행운을 차지할 수 있었다.
플릿우드에게는 너무 큰 고통이었다. 매 대회 때마다 우승 트라우마에 대한 질문이 나오니, 대답하기도 고역이었다. 마치 로리 맥킬로이가 마스터스 우승에 대한 압박을 받는 것처럼. 맥킬로이는 올해 마스터스에서 우승하며 그 한을 풀었다. 플릿우드도 마지막 우승 퍼팅을 성공시킨 후, 소리를 지르며 포효했다. 그동안의 울분을 털어내겠다는 것처럼.
플릿우드는 25일(한국시각)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 이스트레이크GC에서 열린 PGA투어 플레이오프 최종전 투어 챔피언십에서 4라운드 합계 18언더파로 우승을 차지했다. 이 우승 한 방으로 상금 1000만달러를 손에 넣었다.
플릿우드는 미국 골프의 성지, 이스트레이크에서 미국팬들의 엄청난 지지 속에 우승을 확정지은 후 "정말 놀라웠다. 사실 조금 감정이 복받쳤다. 나는 늘 많은 응원을 받는다는 점에서 운이 좋다. 최근 한 달 정도 계속 우승 경쟁을 하면서도 엄청난 응원을 받았는데, 오늘 같은 순간에 그런 응원을 다시 받으니 정말 특별했다. 나는 절대 그 소중함을 잃고 싶지 않다"고 말하며 감격스러워했다.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