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척=스포츠조선 김민경 기자] "울컥했다."
한화 이글스 신인 정우주(19)는 3타자를 공 9개로 연달아 삼진으로 돌려세운 뒤 마운드에서 울컥했다. 한화팬들이 말 그대로 열광했기 때문. 엄청난 환호에 정우주는 눈물이 핑 도는 것을 참고 더그아웃으로 향했다. 더그아웃에서는 김경문 감독과 코치들, 선수들까지 한화 역대 2번째 역사를 쓴 막내를 축하했다.
정우주는 28일 고척 키움 히어로즈전 8-3으로 앞선 7회말 무사 1,2루 위기에 등판했다. 조동욱이 박주홍과 송성문을 연달아 볼넷으로 내보낸 뒤였다.
주자가 있는 상태로 마운드에 올라 긴장했을 법도 한데, 막내는 씩씩하게 자기 공을 뿌리기 시작했다. 최고 구속 153㎞, 평균 구속 152㎞로 형성된 묵직한 직구 9개를 연달아 던져 임지열, 김웅빈, 카디네스까지 3타자를 연속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사실 이날 경기는 메이저리그 11개 구단 스카우트 23명이 총출동해 눈길을 끌었다. 한화 에이스 코디 폰세를 지켜보는 게 이들의 주목적이었다. 폰세가 메이저리그 쇼케이스를 어떻게 치를지 궁금증을 자아냈는데, 평소와 다르게 안타 7개, 4사구 3개를 뺏기는 등 고전하면서 5이닝 3실점을 기록했다. 시즌 16승째를 챙기기는 충분했으나 뭔가 하나 아쉬운 투구 내용이었다.
그 작은 아쉬움을 해소한 게 막내 정우주였다. 한화 팬들은 어느 때보다 뜨거운 함성으로 씩씩하게 싸우고 내려온 마운드의 미래를 응원했다.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도 마찬가지. 정우주의 투구를 지켜본 뒤 일부 스카우트는 박수를 치며 어린 투수의 호투를 즐겁게 지켜봤다. 정우주는 아직 메이저리그에 도전하려면 최소 6년은 더 기다려야 한다. 먼 미래의 일이지만,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이 데이터를 쌓을 만한 인상을 남기기는 충분했다.
정우주는 2012년 9월 21일 대전 넥센 히어로즈(현 키움)전 김혁민 이후 한화 역대 2번째로 9구 삼진을 기록한 투수가 됐다. 고졸신인으로는 2024년 7월 10일 수원 KT 위즈전 김택연에 이어 역대 2번째, KBO 역대로는 11번째 기록이다.
정우주는 "오늘(28일) 팔 풀 때 공이 평소보다 잘 가는 느낌이었다. 컨디션이 괜찮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솔직히 오늘 경기 중에 볼이 된 공이 많았는데 운이 좋게 스윙이 나온 것 같아서 그래도 삼진이 잘 나온 것 같다. 직구가 불펜에서 괜찮았다. 변화구도 많이 써 보고 싶었는데, 직구가 가장 괜찮은 것 같아서 직구 위주로 빠르게 승부하다 보니 이렇게 결과가 나온 것 같다"고 했다.
메이저리그 스카우트에게 박수를 받은 것과 관련해서는 "나를 잘 봐주셨기에 영광스럽게 생각한다. 나도 기회가 된다면 언제든지 미국에 갈 그런 꿈이 있기 때문에 한국에서 더 열심히 하고 좋은 기회가 된다면 더 노력하겠다"고 힘줘 말했다.
정우주는 전반기 때는 29경기에서 평균자책점 4.81로 고전했지만, 후반기 14경기에서 평균자책점 1.04를 기록하며 반전 드라마를 썼다. 시즌을 통틀어 삼진 67개를 잡으면서 볼넷은 17개만 내주는 등 타자와 싸워서 이기는 힘은 충분히 증명하고 있다.
정우주는 한화 팬들이 열광하던 순간을 되돌아보며 "첫 등판했을 때가 생각나서 자꾸 조금 울컥하기도 했다. 내가 8월에 좋은 모습을 보이다가 최근 2경기에서 조금 아쉬웠는데, 또 미고 써 주셔서 더 좋은 결과가 나와서 정말 좋다"고 했다.
김경문 감독은 이날 투구로 한 단계 더 성장한 정우주를 아낌없이 칭찬했다.
정우주는 "감독님께서 저번에 못 던진 나나 오늘 잘 던진 나나 다 똑같은 정우주니까. 그때와 오늘이 무엇이 다른지 한번 생각해 보라고 하셨다. 오늘 정말 잘 던졌다고 칭찬해 주셨다"고 답하며 미소를 지었다.
고척=김민경기자 rina113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