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연이틀 불펜데이. 토종에이스의 어깨가 무거웠다.
사령탑도 기대를 감추지 않았다.
7일 대구 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한화전에 앞서 삼성 박진만 감독은 "이틀간 불펜데이가 되다 보니 불펜 소모가 너무 많았는데 다행히 오늘 원태인 선수가 던지니까 팀을 위해서 이닝을 좀 소화를 해줘야 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팀 상황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품고 있는 영리한 에이스. 자신의 역할을 잘 알고 마운드에 올랐다.
초반부터 기다리지 않고 적극적으로 나온 한화타자들과 빠른 승부로 아웃카운트를 늘려갔다. 4회까지 단 40구 만에 마쳤다. 완투 페이스.
하지만 1회 2득점 후 추가득점에 실패한 삼성 공격이 다소 꼬이는 흐름이었다.
적극적 승부로 긴 이닝을 소화해야 하는 원태인으로선 부담스러운 상황. 아니나 다를까 2-0으로 앞선 5회초 고비가 찾아왔다.
8번 선두 이재원 볼넷, 9번 심우준 안타로 무사 1,2루. 희생번트 1사 후 리베라토의 볼넷으로 1사 만루. 문현빈을 내야 파울 플라이로 잡고 한숨을 돌렸지만 '천적' 노시환과 풀카운트 승부 끝에 밀어내기 볼넷을 내줬다. 배트가 나올 만한 유인구를 꾹 참아낸 상대팀 친구는 미소를 지으며 1루를 향했다. 하지만 원태인은 무너지지 않았다. 채은성을 차분하게 삼진 처리하고 리드를 유지한 채 이닝을 마쳤다.
6회를 공 10개로 마친 원태인의 투구수는 83개. 6회말 강민호의 포수최초 통산 350호 투런 홈런으로 기다리던 추가득점이 나왔다.
7회에도 마운드에 올랐지만 1사 후 황영묵의 안타와 라베라토의 볼넷으로 허용한 1,2루에서 문현빈에게 통산 첫 안타를 적시타로 허용하고 말았다. 4-2.
100구째를 채운 원태인은 아쉬움 속에 마운드를 내려왔다. 이어진 1사 1,2루에서 노시환이 바뀐 투수 김태훈의 높은 포크볼을 당겨 좌전 적시타로 4-3까지 쫓겼다. 2사 만루 동점 위기까지 갔지만 대타 손아섭 타석에 김태훈을 구원등판한 이승민이 뜬공 처리하며 위기를 넘기며 원태인의 승리를 지켰다.
김재윤의 4아웃 세이브 속에 삼성은 4대3 진땀승을 거뒀다.
6⅓이닝 동안 100구를 던지며 7안타 5볼넷 2탈삼진 3실점한 원태인은 불펜진의 호투 속에 최근 4연승으로 시즌 11승(4패)째를 달성했다
원태인은 경기 후 "사실 만족스러운 피칭은 아니었다. 5회에 볼넷 3개, 7회에 볼넷 을내주면서 너무 쉽게 상대에게 베이스를 내준 것 같아 아쉬웠다"면서도 "스스로에게 실망은 했지만 팀이 이겨서 좋다"고 말했다. 그는 "불펜이 많이 소모된 상황에서 최대한 많은 이닝 끌고 가고 싶었다. 책임감이 많은 경기였는데, 이겨서 다행"이라며 "항상 선발 등판마다 저를 믿어주시는 팬분들 덕분인 것 같아 감사하다"고 전했다.
시원하게 달아나지 못한 타선의 박빙 리드 속 선발 투수에게 가혹했던 경기. 리드를 지켜낸 것 자체만으로도 에이스 다웠다.
삼성 박진만 감독도 "선발 원태인이 7이닝을 채우지 못 해 아쉬워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오늘 경기에서 충분하게 본인 몫을 해줬다. 위기가 있었지만 잘 넘기면서 최소실점으로 버텼다. 역시 에이스다웠다"며 박수를 보냈다. 이어 "고비가 많았던 1점차 승부에서 이렇게 이기면서 선수들도 팀이 강해지고 있다는 자신감을 느꼈을 것 같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절망의 끝에서 가을의 희망을 되살리는 극적인 반전 속 역대 최다 관중을 모으고 있는 삼성 야구. 가을을 향한 여정에서 원태인이 불펜진과 함께 사력을 다해 지켜낸 이날 경기가 돌이켜 보면 결정적인 순간이 될 공산이 크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