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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마음 먹고 있었다" 특급 외인 무너뜨린 흙 묻은 유니폼, 긴 가을, 짧은 시리즈 "인천 너무 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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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김지찬 다운 멋진 플레이였다. 가장 자신 있는 발로 시리즈 판도를 바꿨다.

김지찬은 13일 대구 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SSG와의 준플레이오프 3차전에 1번 중견수로 선발 출전했다. 가을야구 첫 톱타자 배치. 자신의 자리로 오랜만에 복귀했다.

중요하고도 무거둔 임무가 주어졌다. SSG 랜더스 특급 외인 선발 앤더슨 공략의 선봉장이 되어 달라는 벤치의 당부가 담겼다.

김지찬 답게 임무를 수행했다. 1회부터 풀카운트 승부로 앤더슨을 괴롭힌 김지찬은 0-0이던 3회 2사 1,3루에서 김성윤의 내야안타 후 2루수 송구가 1루 뒤로 빠지는 사이 무려 3개의 베이스를 돌아 홈을 쓸고 지나갔다. 순식간에 2-0.

김자찬이 아니었다면 불가능했던 폭발적 질주. 관중석을 가득 메운 라이온즈파크를 열광의 도가니에 빠뜨린 명장면이었다.

조마조마 하던 삼성 덕아웃의 분위기가 확 살아났다. 슬럼프였던 타자들도 분위기를 타며 하나둘씩 깨어났다. 홈런 한방 보다 중요한 투혼의 발야구였다. 삼성 박진만 감독이 앤더슨 등판일에 왜 김지찬을 1번에 기용했는지를 유감 없이 보여준 명장면.

팽팽하게 이어지던 3차전 승부의 추가 갈린 결정적인 순간이었다. 어쩌면 시리즈 판도를 바꿀 만한 터닝포인트.

김지찬은 "성윤이 형 정도면 1루에서 승부를 볼 거라고 생각을 하면서 뛰고 있었는데 공이 빠지는 순간 '아 이건 홈까지 들어갈 수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종욱 코치님께서 열심히 돌려주셔서 더 확신을 갖고 열심히 뛸 수 있었다"고 복기했다.

리그 최고 호타준족 출신 이종욱 3루코치는 김지찬과 함께 홈까지 동반질주 하면서 김지찬의 발 득점을 도왔다.

박진만 감독도 엄지척을 날렸다. "김지찬 선수가 1번 타자로 좋은 역할을 해줬다. 우리 팀에서 바랐던 모습이었다"며 "1루에서 홈까지 파고들면서 1점이 아닌 2점을 낼 수 있는 그런 활약을 해줬다"고 칭찬했다. 본업인 발로 텐션을 한껏 올린 김지찬은 이후 타석에서도 빛났다. 5회 이로운을 상대로 좌중간으로 빠지는 2루타로 출루한 뒤 김성윤의 적시 2루타 때 홈을 밟았다. 4-0으로 달아나는 천금 같은 득점.

5-0으로 앞선 6회 2사 2루에서는 문승원을 상대로 중전 안타를 날렸다. 전진 수비하던 외야수 최지훈의 홈 보살로 타점이 무산됐지만 찬스에서 집중력 있는 한방이었다. 5타수2안타 2득점 만점활약.

올시즌 남 모를 마음고생을 살짝 덜어놓을 수 있었던 하루. 김지찬은 "올해 타격 밸런스가 조금 많이 깨진 상태로 한 해를 보냈다. 어떻게 하면 좋아질까 생각을 하면서 하루하루 고민하면서 연습 했는데 오늘 좀 괜찮았던 것 같다"며 "세 번째 타석부터 뭔가 느낌이 괜찮은 것 같아 자신감이 있었다. 그래서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다"고 설명했다.

비에 젖은 그라운드도 막지 못한 리그 최고 준족의 폭풍 질주.

흙 묻은 유니폼으로 인터뷰에 임한 김지찬은 "내일도 있고 또 이겨서 제가 이런 흙 묻은 유니폼을 더 많이 보여드릴 수 있도록 해야 될 것 같다. 인천은 너무 멀다"며 팬들에게 짧은 시리즈, 긴 가을야구를 약속했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