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토트넘의 괴물 수비수 미키 판 더 펜(토트넘)이 옛 동료 손흥민(LA FC)의 번리전 득점을 완벽히 재현했다.
판 더 펜은 5일(한국시각) 영국 런던의 토트넘홋스퍼스타디움에서 열린 코펜하겐(덴마크)과의 2025~2026시즌 유럽챔피언스리그(UCL) 리그 페이즈 홈 경기에서 팀이 2-0으로 앞선 후반 29분 자기 진영 페널티에어리어 라인에서 동료가 뺏은 공을 잡아 상대 진영으로 전력질주하기 시작했다. 왠만한 공격수 못지않은 스피드를 자랑하는 판 더 펜은 90m 거리를 쉬지 않고 달려 단숨에 상대 페널티지역에 도달했다. 하프라인 부근에선 상대 선수 5명을 순식간에 바보로 만들었다. 그리고는 달려나온 상대 골키퍼를 피해 깔끔한 왼발슛으로 추가골을 갈랐다.
득점 장면을 접한 팬들은 '올해 푸스카스상은 판 더 펜이다' '손흥민, 리오넬 메시, 엘링 홀란에 빙의했네' '다시 돌아온 걸 환영해, 가레스 베일' 등 들뜬 반응을 보였다. 방송사 'TNT스포츠'는 '인크레더블 골'이라고 표현했다.
즉각 손흥민에게 한국인 첫 푸스카스상을 안긴 골과 비교됐다. 손흥민은 토트넘에서 활약하던 2019년 12월 번리와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경기에서 약 80m를 빠르게 질주한 끝에 역사에 남을 솔로골을 넣었다.
손흥민의 골과 '후배' 판 더 펜의 골은 닮아도 너무 닮았다. 손흥민의 득점 영상을 다시 틀었다고 해도 믿을 정도.
공교롭게 손흥민도 홈구장에서 팀이 2-0으로 앞선 시점에 솔로골을 터뜨렸다. 다른 점은 뛴 거리, 득점 시간대, 득점 방식 정도다. AP통신은 판 더 펜이 90m를 달렸다고 보도했고, 영국 '더 타임스'는 79야드(약 73m)라고 소개했다. 측정 방식에 따라 차이가 난 것으로 보인다. 손흥민도 당시 70m부터 80m까지 매체, 기관마다 측정 거리가 달랐다. 판 더 펜이 손흥민보다 자기 골대에서 더 가까운 지점에서 출발했지만, 슈팅하는 위치는 손흥민이 더 멀었다. 판 더 펜은 주발인 왼발로 득점했고, 손흥민은 오른발로 득점했다. 판 더 펜은 후반, 손흥민은 전반에 홈팬을 자리에서 일어서게 했다.
판 더 펜에겐 중요한 의미를 지닌 '보은의 골'이었다. 판 더 펜은 직전 리그 경기에서 첼시에 0대1로 패한 뒤 토마스 프랭크 토트넘 감독의 인사를 무시하고 라커룸으로 직행해 논란을 빚었다. 동료 제드 스펜스와 함께 예의를 지키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은 판 더 펜은 이날 경기를 앞두고 감독실을 찾아 프랭크 감독에게 사과했다. 그리고 이날 경기에서 어김없이 자신을 선발로 넣은 감독에게 원더골로 보답했다. 네덜란드 국가대표 센터백인 판 더 펜은 올 시즌 컵대회 포함 14경기에서 6골을 폭발했다. 팀내 득점 1위다.
득점 타이밍도 더할나위 없이 좋았다. 토트넘은 전반 19분 브레넌 존슨, 후반 6분 윌슨 오도베르의 연속골로 2-0 앞선 후반 12분 존슨이 퇴장을 당하며 갑자기 숫적 열세에 놓였다. 판 더 펜의 골은 팀이 10명으로 싸우기 시작한지 7분만에 나왔다. 코펜하겐의 추격 의지를 완전히 꺾어버린 골이었다. 토트넘은 후반 22분 주앙 팔리냐의 쐐기골로 4대0 쾌승을 따냈다.
UCL 리그 페이즈에서 4경기 연속 무패(2승2무·승점 8)를 질주한 토트넘은 16강 직행권인 7위로 점프했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