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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 명찰' 착용한 지방선거 출마자들…유권자 반응은 '글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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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 참석·현수막·SNS·출근길 인사 등 홍보 총력전
호감은커녕 부작용만 낳기도…"이미지 말고 정책 경쟁 보고 싶어"

(광주=연합뉴스) 손상원 천정인 정다움 기자 =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출마(예정)자들이 크고 작은 행사마다 등장해 인지도 쌓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가요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아이돌이나 사용할 법한 명찰을 달고 나타난 모습이 친숙함을 주기도 하지만, 일부 시민은 피로감을 호소한다.
17일 지역 정가에 따르면 이정선 광주시 교육감은 수능일인 13일 광주 서석고 앞에서 시험장으로 들어가는 수험생들을 격려했다.
가슴에는 '수능 대박 교육감 이정선'이라고 적힌 '깜찍한' 디자인의 이름표가 붙어있었다.
교육청 간부들이 들고 있는 현수막에도 학생의 손을 잡은 교육감의 얼굴이 크게 담겼다.
'교육계 수장' 명의로 수험생과 학부모들을 격려하자는 취지로도 읽히지만, 긴장감이 최고조인 수능시험 당일 자신의 이름을 '홍보'하기에 급급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교육감은 지방선거와 무관하게 오래 전부터 행사 성격에 따라 명찰을 이용했다고 시교육청은 전했다.
이 교육감은 사비를 들여 광주 전역에 대량의 현수막을 내걸어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광주교육사회단체인 '학벌없는 사회를 위한 시민모임'은 "옥외광고협회 등에 확인한 결과 남구 60개·북구 52개·서구 31개·동구 16개·광산구 38개 등 197개 구청 지정게시대에 시교육감의 현수막이 게시될 예정"이라며 선관위 조사를 촉구했다.
이 교육감은 선관위에 문의해 문제 없다는 답변을 사전에 받았다는 입장이어서 공방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내년 광주시장 선거 후보로 거론되는 더불어민주당 민형배(광주 광산을) 의원도 최근 국립 아시아문화전당에서 열린 '동명 커피산책' 행사에서 '국회의원 민형배' 이름표를 달고 참석했다.

주민 행사에 참석하는 정치인들에게 명찰이 '애착 아이템'으로 자리 잡은 모양새다.
전남 읍·면이나 마을 단위 행사에서도 이름표를 달고 명함을 건네는 후보자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사람이 모이는 곳이면 어김없이 집결해 얼굴과 이름을 알리는 모습에 시민들은 눈살을 찌푸리기도 한다.
현역 기관장인 후보들이 저마다 단상에 올라 인사말을 하느라 행사가 지체되는 경우도 있다.
벌써 출근길 인사를 시작한 출마자도 나타났다.
언론사 등 여론조사가 진행되는 시기에는 "02로 시작되는 번호의 전화를 받아달라"는 출마자들의 문자메시지가 '공해' 수준으로 퍼진다.
최근 전국노래자랑 녹화에서 여성 간부 공무원들을 '백댄서'로 세우고 무대에 오른 문인 광주 북구청장의 '무리수'에도 부족한 성인지 감수성뿐 아니라 홍보 조급증이 한몫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출마자들은 최신 밈(meme·온라인 유행 콘텐츠)을 따라 하는 영상 등으로 온라인 홍보에도 힘쓰고 있지만, 완성도나 화제성에서 좋은 평가를 받는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광주 서구에 사는 박모(40) 씨는 "필사적으로 자신을 알리려는 후보자들의 모습은 한편으로는 유권자들에게 이름조차 알리지 못할 정도로 그동안 시민과의 소통, 존재감이 부족했다는 방증이 될 수도 있지 않겠느냐"며 "겉으로 보이는 이미지 보다는 소통의 진정성, 정책 경쟁을 보고 싶다"고 말했다.
지방선거 모 입지자 측은 "다른 지역보다 언론사 여론조사가 잦은데다 민주당 경선을 준비하는 후보들도 많아 지지자와 응답자를 1명이라도 더 확보하고 싶은 절실함이 반영돼 '이름 알리기'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sangwon700@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