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전영지 기자]에버턴 미드필더 이드리사 게예가 맨유전에서 같은 팀 동료의 얼굴을 손으로 때렸다가 퇴장을 당하는 황당한 상황이 벌어졌다.
싸우라는 상대팀 맨유 대신 같은 팀끼리 싸우다 레드카드를 받아드는 초유의 사태였다. 25일(한국시각) 영국 맨체스터 올드 트래포드에서 펼쳐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맨유-에버턴전, 무려 관중 7만명 이상이 직관하는 상황이었다.
전반 13분, 에버턴은 페널티 지역에서의 어이없는 패스 실수로 맨유 에이스 브루노 페르난데스에게 슈팅 기회를 허용했다. 페르난데스의 슈팅은 골문을 살짝 벗어났지만 아찔한 위기였다. 위기를 넘긴 직후 게예는 자신의 실수에 대해 강하게 불만을 표하는 동료 킨과 맞닥뜨렸다. 킨의 어필에 격분한 게예가 얼굴을 맞대는 과정에서 손을 들어 킨의 뺨을 때렸고 골키퍼 조던 픽포드가 둘을 뜯어말리며 사태 수습에 나섰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주심 토니 해링턴이 곧바로 레드카드를 꺼내 들었다. 과거 스토크 시티의 리카르도 풀러가 동료에게 뺨을 때려 퇴장당한 2008년 이후 프리미어리그에서 팀 동료에게 직접 타격을 가해 퇴장당한 최초의 사례가 나왔다.
경기를 중계하던 맨유 레전드 게리 네빌은 퇴장 결정에 대해 "분명 좋지 않은 장면이지만 레드카드까지는 과하다. 상황은 '가벼운 손길'에 불과했다"고 주장했다. 접촉 자체는 있었지만 충격이 크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하며, 규정상 폭력 행위로 볼 여지는 있어도 옐로카드로 관리할 수 있었던 상황이라고 봤다. 함께 해설에 나선 제이미 캐리거 역시 "때로는 심판이 상황을 조금 더 관리할 필요가 있다"면서 "규칙을 기계적으로 적용할 게 아니라 선수들을 불러모아 '행동을 조심하라'고 경고하는 쪽이 나았다"고 동의했다.
에버턴 골키퍼 픽포드와 동료 선수들이 분노한 게예를 진정시키며 그를 경기장 밖으로 데려갔다. 에버턴은 게예의 퇴장 악재로 인한 10대11의 수적 열세에도 불구하고 전반 29분 키어넌 듀스버리홀의 환상적인 골에 힘입어 맨유 원정 12년 만에 값진 승리를 거두는 대반전에 성공했다.
경기 후 듀스버리홀은 "롤러코스터 같은 경기였다. 오늘 밤은 편안히 잘 수 있을 것 같다. 선수들이 정말 열심히 뛰었다. 아주 기쁘다"며 승리의 기쁨을 표했다. 그는 "초반 상황이 생겼지만, 우리 선수들의 반응은 정말 놀라웠다. 무너지지 않고 더 강해졌다. 어떤 상황에서든 우리는 성장한다"고 자평했다. 후반전을 앞두고 선수들이 마음을 다 잡은 상황도 귀띔했다. "모예스 감독님이 '다 끝난 일이다. 다음 일에 집중하자'고 강조했다"며 팀 분위기가 흔들리지 않았음을 전했다.
한편 이번 사건으로 게예는 추가 출장정지 징계를 받을 예정이며, 에버턴 구단 역시 내부 징계 여부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