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민경 기자] "굶주려 있는 것을 확인했다."
LA 다저스는 최악의 계약이란 평가에도 여전히 불펜 투수 태너 스캇을 믿고 있다. 앤드류 프리드먼 다저스 야구 부문 사장은 스캇이 2026년에는 반등해 4년 7200만 달러(약 1068억원) 계약의 가치를 해낼 것으로 내다봤다.
스캇은 다저스가 올 시즌을 앞두고 FA 시장에서 거액에 사들인 승부수였다. 연봉 기준으로 메이저리그 역대 불펜 투수 역대 3위에 해당하는 특급 대우를 해줬다.
스캇은 지난해 마이애미 말린스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2팀에서 뛰면서 72경기에 등판해 9승, 22세이브, 72이닝, 84탈삼진, 평균자책점 1.75를 기록했다. 최정상급 불펜 투수의 기록. 지난해 포스트시즌에는 5경기, 2홀드 4⅓이닝, 평균자책점 0.00이라는 인상적인 기록을 남기며 다저스와 대형 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하지만 스캇은 올해 최악의 시즌을 맞이했다. 부상 탓이었다. 왼쪽 팔꿈치 염증 증상으로 후반기 일부는 자리를 비워야 했고, 복귀 후에도 난조가 계속됐다. 정규시즌 61경기에서 1승4패, 23세이브, 57이닝, 평균자책점 4.74에 그쳤다. 마무리투수를 기대했던 다저스로선 당황스러운 성적이었다.
포스트시즌에는 아예 한 경기도 등판하지 못했다. 지난 10월 9일(한국시각) 필라델피아 필리스와 내셔널리그 디비전시리즈 3차전에서 클레이튼 커쇼가 구원 등판해 무너지자 스캇을 향한 다저스 팬들의 불만은 대폭발했다.
선발투수 야마모토 요시노부가 4이닝 3실점으로 부진한 가운데 다저스는 일찍부터 약점이 불펜을 가동해야 했다. 앤서니 반다(1이닝)-잭 드라이어(1이닝)에 이어 커쇼가 등판했는데, 힘겹게 7회 1이닝을 무실점으로 겨우 막았다. 천운이라 봐도 되는 결과. 그런데도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은 커쇼의 8회 등판을 강행했고, 커쇼는 2이닝 5실점(4자책점) 난타를 당하고 고개를 숙였다. 경기는 다저스의 2대8 참패.
로버츠 감독은 경기 직후 미국 현지 취재진이 스캇이 로스터에 남아 있는데도 커쇼를 바꾸지 않고 끌고 간 점을 지적하자 "스캇이 개인적인 이유로 경기장에 오지 않았다"고 답해 충격을 안겼다.
하루 뒤 스캇이 종기 제거 수술을 받기 위해 이탈한 사실이 알려졌고, 다저스는 곧장 포스트시즌 로스터에서 제외했다. 그럼에도 성난 팬심을 달랠 수는 없었다. 올해 내내 부상과 부진으로 전혀 도움이 되지 못했던 스캇을 향한 분노와 은퇴를 예고한 레전드 커쇼의 참사를 지켜본 안타까움이 섞였다.
스캇은 월드시리즈에는 복귀하고자 강한 의지를 보였지만, 로버츠 감독은 끝내 스캇을 외면했다. 다저스는 2년 연속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으나 스캇은 계속 찜찜함으로 남았다.
다저스는 일단 한번 더 돈을 쓰면서 스캇이 또 부진할 경우를 대비했다. FA 시장에서 뉴욕 메츠 마무리투수 에드윈 디아즈를 3년 6900만 달러(약 1023억원)에 영입했다.
스캇을 향한 믿음을 아예 저버린 것은 아니다. 오히려 반등할 수 있다고 굳게 믿고 있다.
프리드먼 사장은 '스포츠넷LA'와 인터뷰에서 "플레이오프 기간 부상이 생긴 것은 명백한 사실이지만, 그는 이기는 것을 좋아한다. 승리 뒤에 스캇의 리액션을 지켜보는 것은 정말 즐거운 일이다. 그는 승리를 지키는 것을 좋아했고, 그게 동기부여가 됐다고 생각한다. 그는 여전히 굶주려 있다. 여전히 마운드에 서는 것에 굶주려 있고, 2026년 우리 팀의 큰 부분이 될 것이다. 그에게 베팅하겠다"고 힘줘 말했다.
김민경 기자 rina113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