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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RA 12.86' 비운의 특급 유망주, 한화 왜 14억이나 투자했나…"美 남으면 마이너리그 계약 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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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민경 기자] "미국에 계속 머물렀다면, 아마 마이너리그 계약이 최선이었을 것이다."

메이저리그 특급 유망주 출신. 그러나 좀처럼 커리어가 풀리지 않은 비운의 선수가 한국에서 새로운 도전을 선택했다. 우완 투수 오웬 화이트(26)가 한화 이글스에서 또 다른 외국인 에이스 성공 신화를 꿈꾼다.

한화는 24일 새 외국인 투수 화이트와 100만 달러(약 14억원) 전액을 보장하는 계약을 발표했다. 계약금 20만 달러, 연봉 80만 달러다.

화이트는 2018년 드래프트 2라운드에 텍사스 레인저스에 지명된 특급 유망주 출신이다. 텍사스는 화이트에게 기대치가 높았지만, 부상과 불운이 겹쳤다. 2019년은 토미존 수술로 시즌을 통째로 날렸고, 2020년은 코로나19 여파로 마이너리그 시즌 취소가 결정되면서 마운드 복귀 준비에도 차질이 생겼다.

화이트는 2021년과 2022년 마이너리그에서 성적이 빼어났다. 두 시즌 통틀어 115⅔이닝을 던지면서 볼넷률 7.5%, 삼진율 34.1%를 기록했다. 2023년 시즌을 앞두고는 베이스볼아메리카가 선정한 빅리그 유망주 59위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하지만 빅리그 문턱을 넘어야 할 시점에 또 꼬였다.

'MLB트레이드루머스'는 '화이트는 여러 차례 과속 방지턱에 부딪혔다. 메이저리그 데뷔전부터 난타를 당했고, 마이너리그 트리플A에서 2023년과 2024년 207⅔이닝을 던지면서 평균자책점 4.90을 기록했다. 타자 친화적인 리그라고 하지만, 화이트의 삼진율 18.3%와 볼넷률 11.3%는 모두 심각한 수치였다'고 짚었다.

텍사스는 결국 지난해 12월 화이트를 DFA(양도지명) 조치했다. 당시에는 여전히 화이트의 가능성을 눈여겨본 팀이 있었고, 올해 1~2월 2개월 사이 신시내티 레즈와 뉴욕 양키스, 시카고 화이트삭스로 계속 팀을 옮겼다.

화이트는 올해 화이트삭스에서 빅리그 등판 기회를 얻었으나 3경기, 7이닝, 평균자책점 9.00에 그쳤다. 메이저리그 3시즌 통산 성적 8경기, 14이닝, 평균자책점 12.86이라는 처참한 성적표를 남겼다. 지난 10월 화이트삭스는 화이트를 방출했고, 자유계약선수 신분으로 시장에 남아 있었다.

한화는 화이트가 미국에서는 실패만 반복했던 선수지만, 100만 달러를 안기며 충분한 대우를 해줬다. 또 하나의 KBO 역수출 신화를 쓸 자질을 갖췄다고 판단한 것.

한화는 "화이트는 장신(1m90)에 상하체 밸런스가 잘 잡힌 피지컬을 바탕으로 최고 구속 155㎞, 평균 구속 149㎞에 이르는 강력한 직구를 던지는 우완 투수다. 또한 커터, 스위퍼, 커브, 체인지업 등 다양한 구종을 좌우 넓게 활용하는 커맨드 능력을 갖췄으며, 메이저리그 최상위권 유망주 출신에 아직 20대 중반의 나이로 향후 발전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MLB트레이드루머스는 '화이트가 미국에 계속 남았다면, 마이너리그 계약이 최선이었을 것이다. 내년에 로스터 한자리를 내주겠다는 구단이 있었더라도, 그의 연봉은 리그 최저인 78만 달러(약 11억원) 수준이었을 것이다. 해외리그로 향하면서 화이트는 조금 더 큰 금액을 보장받고, 메이저리그 복귀를 위한 쇼케이스를 펼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고 바라봤다.

한화는 올해 33승을 합작한 외국인 원투펀치 코디 폰세와 라이언 와이스를 모두 잃은 상실감이 컸다. 폰세는 토론토 블루제이스와 3년 3000만 달러(약 434억원) 계약에 성공했고, 와이스는 휴스턴 애스트로스와 1년 260만 달러(약 37억원)에 계약했다.

한화로선 아쉽지만, 폰세와 와이스라는 성공 사례 덕분에 화이트를 품을 수 있었다. 화이트 역시 한화에서 성공을 발판 삼아 메이저리그로 금의환향하는 그림을 그릴 것으로 보인다.

화이트는 "KBO리그에서 뛰는 것은 나에게 뜻깊은 도전이자 내 야구 인생의 터닝포인트라고 생각한다. 새로운 기회를 준 한화 구단에 감사드린다"고 했다.

김민경 기자 rina113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