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몸 괜찮대? 나가라니까 감사하게 계속 나간 거 아닐까."
정우람 같은 '고무팔'도 있다. 하지만 누구나 정우람처럼 해도 되는 것은 아니다.
롯데 자이언츠 정현수(24)는 올한해 무려 82경기 47⅔이닝을 소화하며 2승 12홀드, 평균자책점 3.97을 기록했다. 올해 롯데는 가을야구에 실패했지만, 그 도전 과정에서 적지 않은 공헌을 보인 선수다.
한편으로 정현수의 건강을 염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김태형 롯데 감독의 속내도 다르지 않다. 그는 정현수를 추격조 또는 필승조로도 쓰길 원했지만, 롯데 불펜 상황이 여의치 않자 가능한 짧은 이닝을 자주 맡기는 쪽을 택했다.
'짧게, 자주'는 원포인트 릴리프의 숙명이라곤 하지만, 올시즌 정현수는 2004년 류택현(502이닝), 2008년 정우람(77⅔이닝, 이상 85경기)에 준하는 한해를 보냈다. 멀티이닝은 7번 뿐이었지만, 3연투(7번)과 2연투(31번)는 모두 리그 1위였다.
프로야구 역대 최고의 '고무팔'로는 정우람이 꼽힌다. 19시즌 동안 무려 1005경기(선발 1) 977⅓이닝을 소화했다. 커리어 말년을 제외하면 큰 부상 없는 커리어를 보냈다. 정현수의 올시즌이 정우람에 비할바는 아니지만, 모두가 정우람 같은 내구력을 가질 수도 없다.
레전드 투수 윤석민은 최근 자신의 유튜브에서 롯데 박세웅과 함께 하는 영상을 통해 정현수에 대한 우려를 드러냈다.
윤석민은 박세웅에게 "(82경기 던진)정현수 몸 괜찮대? 불러만 주시면 감사하게, 나가라니까 그냥 계속 나간 것 아니냐"라고 물었다. 박세웅은 "힘드냐고 물어보거나 하진 않았지만, 올해가 풀타임 첫해였으니까"라고 답했다. 유튜브 제작진은 '정현수는 폼이 좋아서(많이 던져도 괜찮다더라)'는 이야기도 전했다.
윤석민은 "체력적으로, 몸상태가 괜찮다면 나는 혹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닝이나 경기수가 많다고 해서 꼭 혹사는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다만 "아픈 걸 참고 던지면 혹사다. 몸관리는 본인 몫이다. 본인이 안 좋으면 '불편합니다' 말해야한다. 조금 안 좋은 부분이 있는데 '괜찮습니다'하고 참고 던지면 그건 선수가 혹사를 유도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요즘은 선수들도 의사표시를 확실히 해야한다. 반대로 선수가 그렇게 말한다고 코치가 기분나쁘게 받아들이면 그게 바로 없어져야할 꼰대"라며 "선수가 자기 컨디션에 맞게 조율할줄 알아야 오래오래 선수생활을 할 수 있다"고 진심어린 조언을 건넸다.
정현수가 올해 24세, 프로 2년차에 불과한 투수이기에 더욱 마음에 와닿는 얘기다. 윤석민은 "정현수 때문에(너무 많이, 잘 던져서) 내 친구 진해수 은퇴했다. 롯데 재활군 코치로 갔으니까, 재활군 가지 말라고 해라"라며 익살스럽게 이야기를 마무리지었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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