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FA 영입은 없었다. 그 전력공백을 새로운 외국인 선수와 '육성' 기조로 채울 수 있을까.
김태형 감독과 함께 부임했던 주형광 투수코치는 올시즌을 끝으로 팀을 떠났다. 올해는 김태형 감독의 3년 계약 마지막 시즌이지만, 롯데는 '윈나우'보다는 차근차근 성장하는 것을 택했다.
외국인 선수 영입과 육성 기조에 한층 더 힘을 실었다. 100만 달러를 꽉 채워 외국인 투수 엘빈 로드리게스와 제레미 비즐리를 영입했고, 여기에 일본프로야구(NPB) 한신 타이거즈에서 1군 투수코치로 센트럴리그 우승을 이끈 가네무라 사토루 코치까지 더해졌다.
가네무라 코치의 역할은 투수 총괄 코디네이터다. 1군에서의 게임 내적인 투수진 운영은 김태형 감독과 김상진 1군 투수코치가 맡지만, 가네무라 총괄은 롯데 투수진 1~3군 전체를 아우르며 육성 방향이나 기조를 책임지게 된다.
롯데는 그의 영입을 위해 발빠르게 움직였다. 한신에서 퇴단한 다음날 곧바로 영입에 나섰다. 가네무라 코치는 영입 발표 직후 자신의 SNS에 "내 뿌리는 한국이다. 나이가 들수록 한국에서 살아보고 싶은 마음이 강했다"라며 자신이 재일교포라는 사실도 공개했다.
일본 현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는 특히 ABS(자동 볼판정 시스템)이나 피치클락 등 앞서가는 한국 프로야구의 흐름에 큰 관심을 보이는 한편 "몸이 아직 건강한 만큼 도전하고 싶다. 한국 야구의 레벨업에 기여할 수 있는 기회를 얻어 기쁘고, 보람을 느낀다"는 속내를 전했다. "부산은 오사카와 비슷한 분위기다. 롯데팬들은 한신팬들처럼 열정적이고 무섭다"는 소개도 덧붙였다.
특히 최우선 과제로 '투수진의 뎁스 강화'를 언급한 점이 눈에 띈다. 그는 "외국인 투수 2명과 토종 에이스 1명, 이들과 다른 투수들과의 수준 차이가 크다보니 이들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높다는게 한국 팀들의 고민거리"라며 "뎁스를 강화하고 기량 격차를 줄이는 게 내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올시즌 롯데는 외국인 투수 2명이 모두 교체되면서, 규정이닝을 채운 투수가 박세웅(160⅔이닝) 한명 뿐이었다. 반즈-감보아, 데이비슨-벨라스케즈를 더해도 각각 153. 155이닝에 불과하다.
두 외국인 투수 중 한명이 후라도(197⅓이닝) 폰세(180⅔이닝) 와이스(178⅔이닝)처럼 이닝이터 역할을 해줄 수 있다면, 불펜의 부담이 크게 줄어든다. FA 투자에 실패하고도 단번에 하위권에서 한국시리즈 도전자의 위치로 급상승한 올해 한화를 보면, 폰세-와이스 원투펀치의 위력이 새삼 더 크게 느껴진다.
가네무라 총괄의 존재는 한신에서 함께 뛴 비즐리의 한국 적응에도 큰 도움이 될 전망. 비즐리의 기량 검증과 영입 과정에서도 그의 역할이 컸다. 윤성빈 홍민기 김진욱 이민석 등 아직 완벽하게 자리잡지 못한 유망주들이 가득한 롯데 입장에선 기대가 크다. 2차 드래프트를 통해 합류한 김주완 김영준 최충연 등도 피지컬과 구위만큼은 손꼽히는 투수들이다.
차기 시즌 롯데 선발진은 로드리게스-비즐리-박세웅-나균안, 그리고 아시아쿼터 교야마 마사야가 기본 골조를 이룰 전망이다. 이민석이나 김진욱, 박진 등이 교야마와 5선발을 경쟁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김태형 감독은 외국인 투수 2명을 제외한 선발진 구성에 대해 "스프링캠프는 백지 상태로 시작한다. 캠프에서 결정하겠다"고 엄포를 놓은 상황.
롯데는 벌써 8년째 가을 맛을 보지 못했다. 구단 역사상 최장기간이다. 리빌딩 과정에서도 '승리의 맛'을 보는 건 선수들의 성장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친다. 김태형 감독과 가네무라 총괄의 시너지 효과가 내년 시즌 롯데를 가을로 이끌 수 있을까.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