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민경 기자] "김혜성은 올해 내내 다저스에 외면받은 이후 스스로 너무 가혹하게 평가하는 것 같다."
LA 다저스 소식을 다루는 '다저스웨이'가 26일(한국시각) 김혜성을 적극적으로 옹호해 눈길을 끌었다. 다저스가 김혜성이 충분히 재능이 있는 선수인데도 기회를 주지 않자 스스로 평가를 깎아내렸다는 것.
발단은 김혜성의 인터뷰였다.
김혜성은 올해 자신을 평가해 달란 말에 "100점 만점에 30점이다.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만족스럽진 않았다. 아직 갈 길이 멀다고 생각한다. 남은 70점을 채우기 위해서 모든 부분에서 개선할 필요가 있다. 야구선수로서 100점에 도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김혜성은 올 시즌을 앞두고 다저스와 3년 1250만 달러(약 180억원) 보장 계약을 했다. 2년 구단 옵션을 포함하면 3+2년 2200만 달러(약 317억원)까지 받을 수 있는 조건.
다저스는 김혜성을 영입하면서 주전 2루수로 기용하려던 개빈 럭스를 트레이드했다. 우승팀 다저스의 뎁스가 워낙 두꺼워 김혜성을 백업 유틸리티로 활용하나 싶던 차에 이뤄진 트레이드. 김혜성은 단숨에 주전 2루수 후보로 올랐다.
그러나 메이저리그는 메이저리그였다. 김혜성은 시범경기 타율 2할7리(29타수 6안타)로 고전했다. 다저스는 김혜성을 개막 로스터에서 제외하고 마이너리그 트리플A팀으로 보내 타격을 수정하도록 도왔다.
김혜성은 마이너리그행에 좌절하지 않고 변화를 받아들였다. 그 결과 5월에 콜업 기회를 얻었고, 바뀐 타격 효과를 충분히 누리며 메이저리그에 안착했다. 주전은 아니었지만, 71경기 타율 2할8푼(161타수 45안타), 3홈런, 17타점, OPS 0.699를 기록했다. 수비와 주력에서 안정감을 인정받아 포스트시즌 로스터에도 들어 다저스가 2년 연속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하는 순간을 함께했다.
다만 김혜성은 와일드카드 시리즈부터 월드시리즈까지 단 한번도 타석에 서지 못했다. 대주자와 대수비로 한 차례씩 잠깐 출전한 게 전부였다.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은 좌타자인 김혜성에게 철저히 플래툰 시스템을 적용했고, 후반기로 갈수록 기회를 거의 주지 않았다. 후반기 23경기라는 적은 기회 속에 김혜성은 타율 1할4푼3리(49타수 7안타)에 그쳤다. 게다가 포스트시즌 벤치 신세까지. 다저스웨이가 "다저스가 올해 내내 외면했다"고 표현한 배경이다.
다저스웨이는 '김혜성은 다저스 루키 사사키 로키처럼 팬들의 환대를 받으며 올 시즌을 맞이하지 못했지만, 그의 재능은 분명했다. 일부는 심지어 김혜성의 재능이 사사키를 능가한다고 믿었기에 올해의 신인 후보로 선정하기도 했다. 물론 둘 다 올해의 신인이 되진 못했지만, 어쨌든 다저스가 월드시리즈 우승을 했기에 손해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매체는 이어 '하지만 김혜성은 그라운드에서 아쉬움을 남겼다. 180타석에서 타율 2할8푼, 출루율 0.314, 장타율 0.385를 기록했지만, 가장 큰 문제는 파워 부족(홈런 3개)과 삼진 문제(삼진율 30.6%)가 메이저리그에서의 미래를 심각하게 걱정하게 했다. 그래서 김혜성은 그의 데뷔 시즌을 평가해달라는 질문에 주저하지 않고 30점을 줬다'고 덧붙였다.
그래도 30점은 너무 가혹하다고 강조했다.
다저스웨이는 '김혜성이 올해 많은 노력에도 A등급을 받을 수준은 아니었던 게 사실이지만, 30점은 F- 이하 등급을 뜻한다. 김혜성을 그 정도로 저평가하는 것은 부당한 비판이다. 김혜성은 유격수와 중견수 모두 안정적인 수비를 했고, 2루수 수비는 완전히 엘리트급이었던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그는 내야 어디서든 뛸 수 있고, 스프린트 스피드도 빼어나 내외야 모두 완벽하게 뛸 수 있다. 김혜성이 KBO에서 마지막 4년 동안 시즌마다 출루율 0.370 이상 기록한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이제 2년 800만 달러 계약이 남아 있는데, 시장에 있는 어떤 2루수나 유틸리티 트레이드 후보들보다 매력적'이라고 강조했다.
김혜성과 유틸리티 임무가 겹치는 미겔 로하스와 엔리케 에르난데스가 FA인 점도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다저스웨이는 '김혜성은 포스트시즌에 단 한 타석도 서지 못했고, 올스타 브레이크 이후 단 23경기 출전에 그쳤다. 올해 후반기에는 김혜성을 거의 버리다시피 했지만, (로하스와 에르난데스가 FA인 상황에서) 그를 다시 쓸 생각이 생겼다면 다음 시즌에는 낙제점을 피할 좋은 기회가 올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김민경 기자 rina113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