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일 통산 '121승'을 기록 중인 메이저리거가 일본대표팀, 사무라이재팬에 합류한다. 메이저리그에서 선발투수로 7시즌을 던졌는데, 대표팀 첫 출전이라는 게 놀랍다. LA 에인절스 좌완 기쿠치 유세이(34)가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일본대표팀에 뽑혔다. 이바타 히로카즈 일본대표팀 감독(50)은 26일 기쿠치를 포함한 대표 선수 8명을 먼저 발표했다. 메이저리그 선수 중에선 오타니 쇼헤이(31·LA 다저스), 기쿠치, 마쓰이 유키(30·샌디에이고 파드리스)가 명단에 올랐다. 오타니와 마쓰이는 2023년 WBC 우승의 주역이다. 투타를 겸하는 오타니까지 8명 전원이 투수다.
이바타 감독은 야마모토 요시노부(27·LA 다저스), 이마나가 쇼타(32), 스즈키 세이야(31·이상 시카고 컵스), 요시다 마사타카(32·보스턴 레드삭스), 센가 고다이(32·뉴욕 메츠) 등 나머지 메이저리그 선수들은 소속팀에서 답을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최근 시카고 화이트삭스와 계약한 무라카미 무네타카(25)도 마찬가지다.
이마이 다쓰야(27)와 오카모토 가즈마(29)는 메이저리그 포스팅이 진행 중이다. 볼티모어 오리올스에서 '선발 10승'을 올린 스가노 도모유키(36)는 출전 의사를 밝혔지만, 아직 팀이 정해지지 않았다. 이바타 감독은 1월 중에 나머지 22명을 발표하겠다고 했다.
기쿠치가 1차 명단에서 눈에 띈다. 그는 세이부 라이온즈에 1지명으로 입단해 '73승'을 거뒀다. 2017년 퍼시픽리그 다승 1위(16승), 평균자책점 1위(1.97)를 한 최고 투수였다.
2018년 겨울, 포스팅을 통해 미국으로 날아갔다. 시애틀 매리너스, 토론토 블루제이스, 휴스턴 애스트로스를 거쳐 올시즌 LA 에인절스에서 던졌다. 이번 시즌 33경기에 선발로 나가 178⅓이닝을 던졌다. 7승11패, 평균자책점 3.99, 174탈삼진. 팀 내 투구 이닝, 평균자책점, 탈삼진 1위를 했다.
고교시절부터 꾸준하게 활약했는데 대표팀과 인연이 없었다. 부상이 있었고 타이밍이 안 맞았다.
기쿠치는 널리 알려진 대로 '슈퍼스타' 오타니와 같은 도호쿠 이와테현 출신이고 하나마키히가시고등학교 동문이다. 기쿠치가 오타니보다 3년 위다. 어린 시절 오타니가 동경했던 선배다. 둘은 고교시절 나란히 유니폼에 '17번'을 달고 뛰었다. 이번 대표팀에선 오타니가 '16번', 기쿠치가 '17번'을 쓴다. 오타니는 LA 다저스에서 17번, 기쿠치는 LA 에인절스에서 16번이다.
기쿠치는 고교시절 최고 시속 155km 강속구로 주목받았다. 고교 3학년 생이던 2009년, 팀을 봄 고시엔대회(선발고교야구대회) 준우승, 여름 고시엔대회(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 4강으로 이끌었다. 허리 통증으로 그해 청소년대표팀에도 들어가지 못했다.
기쿠치는 이달 중순 고향 이와테에서 개인 훈련을 공개하며 "지금까지 대표팀과 인연이 없었는데, 기회가 온다면 한 번쯤 해보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토론토의 클럽하우스에서 2023년 대회 중계방송을 봤다고 했다.
이바타 감독은 기쿠치의 강력한 구위뿐만 아니라 메이저리그 경력을 높게 평가한다. 2023년 대표팀에서 젊은 투수들과 활발하게 소통한 다르빗슈 유(39·샌디에이고) 같은 역할을 바라고 있을 것이다. 기쿠치는 지난 7년간 메이저리그 4개팀에서 199경기에 등판했다. 두 차례 올스타전에 출전하고 48승58패, 평균자책점 4.46을 기록했다. 다르빗슈의 빈자리를 채울 경험과 역량을 갖췄다.
일본은 오타니, 다르빗슈, 야마모토, 이마나가, 곤도 겐스케(32·소프트뱅크 호크스)가 맹활약한 2023년, 14년 만에 WBC 정상에 복귀했다. 내년 3월에 대회 2연패이자, 네 번째 우승을 노린다. 일본 국내리그 수준이 높다고 해도, 우승까지 가려면 메이저리그 선수들의 힘이 필요하다. 1차 라운드를 통과하면 메이저리그 최고 선수가 주축 전력인 강팀을 상대해야 한다.
기쿠치는 "일본 대표로 WBC에 출전하게 돼 매우 기쁘다. 나에게 요구되는 역할을 제대로 완수해 우승을 위해 전력을 다 하겠다. 만반의 준비를 하고 나가겠다"라고 했다.
일본대표팀은 내년 2월 규슈 미야자키에서 합숙훈련을 시작한다. 메이저리그 선수들은 소속팀 스프링캠프에서 뛰다가 3월 초 합류한다. 다르빗슈는 지난 대회 때 메이저리거 중 유일하게 미야자키 합숙훈련부터 시작했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