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배 듀오 맹활약 → 23세 박승수 해결사!…한국전력, '굼뜬' 현대캐피탈 잡고 톱3 맹추격 [수원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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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부상공백을 메울 자신이 있다는 사령탑의 말은 허언이 아니었다. 23세 박승수가 클러치 블록쇼에 위기시 해결사로도 맹활약하며 소속팀에 귀중한 승점 3점을 안겼다.

반면 짧은 휴식의 여파일까, 이틀전 우리카드전에 비해 눈에 띄게 느려진 현대캐피탈의 몸놀림은 이를 따라가지 못했다.

한국전력은 27일 수원체육관에서 열린 진에어 2025~2026시즌 V리그 남자부 3라운드 현대캐피탈전에서 세트스코어 3대1(25-22, 25-21, 17-25, 25-19)으로 이겼다.

이날 승리로 10승째(7패)를 올린 한국전력은 승점 27점으로 '톱3' 추격에 박차를 가했다. 3위 KB손해보험(승점 31점)과의 차이는 4점이다.

에이스 베논(29득점 3블록)이 자신의 역할을 다하는 가운데, 신영석(15득점 2블록) 서재덕(11득점 3블록) '할배 듀오'의 존재감이 엄청났다. 여기에 김정호의 부상 공백을 메운 박승수(12득점 3블록)가 클러치 순간마다 날카로움을 뽐내며 팀 승리를 뒷받침했다.

반면 현대캐피탈은 주포 레오(18득점)가 막히면서 시종일관 어려운 경기를 한 끝에 상승세가 한풀 꺾였다. 앞서 대한항공이 KB손해보험에 패하면서 1위 추격의 기회였지만, 이날 현대캐피탈도 한국전력에 패해 16승11패(승점 32점)가 되면서 승점 5점 차이는 그대로다. 오히려 1점차로 따라붙은 KB손해보험의 추격을 걱정하는 처지가 됐다.

양팀 모두 앞서 혈투를 치른 피로가 남아있는 경기. 한국전력은 지난 23일 삼성화재전에서 풀세트 접전 끝에 3대2로 힘겨운 승리를 거뒀다. 현대캐피탈은 크리스마스 이브였던 24일 우리카드전에서 3대1 승리를 따냈지만, 이틀 휴식 후에 이날 경기에 임했다.

경기전 만난 권영민 한국전력 감독은 부상으로 빠진 김정호에 대해 "인대손상이라 4~6주 정도 결장 예정"이라고 답했다. 그 공백은 수비가 좋은 박승수, 높이가 좋은 윤하준을 경쟁시킬 뜻을 밝혔다.

필립 블랑 현대캐피탈 감독은 1라운드 때 같은 장소에서 부상을 당했던 황승빈에 대해 "불의의 사고는 언제나 터질 수 있다. 그때는 장소 문제가 아니었다"며 "황승빈의 복귀가 나를 기쁘게 하고 있다"고 했다. 대한항공 추격을 향한 강한 의지도 드러냈다.

한국전력은 1세트에서 대반전을 연출하며 이날 승리를 예고했다. 세트 초반 5-11까지 크게 뒤졌지만, 신영석의 속공과 박승수의 오픈, 블로킹, 베논의 오픈이 이어지며 단숨에 9-11로 차이를 좁혔다. 허수봉-레오의 화력에 다시 9-15까지 벌어졌지만, 상대 범실과 신영석-서재덕의 노련미를 앞세워 기어코 20-19로 뒤집었다.

다시 20-21에서 신영석의 속공에 이어 서재덕의 서브에이스가 터지며 현장을 뜨겁게 달궜다. 22-22에서 박승수와 베논이 잇따라 점수를 올리며 1세트를 끝냈다.

흐름을 탄 한국전력은 2세트마저 따냈다. 세트 후반 클러치 상황에서 신영석과 베논의 결단력이 돋보였다. 현대캐피탈은 신호진 정태준 등 젊은피를 앞세워 분위기를 반전시킨 뒤, 레오를 앞세워 3세트 반격에 성공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한국전력은 서재덕이 또하나의 서브에이스를 터뜨리고, 베논과 신영석이 분위기를 주도하는 가운데 7-1, 16-8로 줄달음질치며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현대캐피탈은 레오를 빼고 웜업존을 풀가동하며 맹추격에 나섰지만, 승부를 뒤집기엔 역부족이었다.

수원=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