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벌써부터 부담감이 어깨를 짓누른다. 최근 3년간 20홈런 타자 한명, FA 영입 한명 없었다.
2026시즌은 롯데 자이언츠가 오매불망 기다려온 한동희의 복귀 시즌이다. 12월초 국군체육부대(상무) 복무를 마치고 전역한 그는 내년 준비에 여념이 없다.
당장 내년 시즌 4번타자 후보다. 자신의 어깨에 걸린 기대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시상식 현장에서 꺼낸 "(김태형)감독님을 행복하게 해드리겠다"는 말에는 상무에서 불방망이를 휘두르며 얻은 자신감과 더불어 적지 않은 부담감이 담겼다.
한때 부산의 자랑이자 자부심이던 시절도 있었다. 대선배 이대호의 뒤를 잇는 후계자로 주목받았고, 그 기대에 어느정도 보답했다. 2020~2022년 3년간 홈런 48개를 쏘아올리며 평균 OPS(출루율+장타율) 0.805를 기록할 때만 해도 그랬다.
특히 이대호의 은퇴시즌이던 2022년 4월은 롯데팬들에겐 잊을 수 없는 아름다운 한달로 기억된다. 한동희는 한달간 타율 4할2푼7리(89타수 38안타) 7홈런 OPS 1.249를 몰아치며 잠시나마 전성기 이대호의 재림을 알리는듯 했다.
문제는 이대호라는 '우산'이 벗겨진 뒤였다. 2023년 믿을 수 없는 추락을 맛봤다. 훈련에 임하는 성실함 하나는 팀내에서도 첫손 꼽히는 그다. 그랬기에 더욱 이해하기 힘든 부진이었다.
김태형 감독이 부임하고, 입대를 앞뒀던 지난해에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그렇게 당대 최고의 재능, 차세대 이대호로 불리던 남자는 다시 '유망주' 레벨로 강등됐고, 꿈꿔왔던 아시안게임 무대는 가지도 못한채 군대로 향했다. 그 사이 롯데의 가을야구 좌절은 8년 연속으로 늘어났다.
2025년 한동희는 '2군은 좁다'라고 온몸으로 외치는듯 했다. '할 일이 없어 웨이트트레이닝을 한다'는 상무의 소문대로 한층 더 탄탄해진 체격이 돋보였다.타율 4할(385타수 154안타)에 27홈런 115타점, OPS가 1.155에 달하는 불방망이로 퓨처스를 맹폭했다.
내년 1군에서 보여줘야할 모습이다. 김태형 감독 역시 "아무리 2군이라도 쉽지 않은 성적이다. 내년에 충분히 기대해볼 가치가 있다"고 강조했을 정도.
11월 체코-일본과의 국가대표팀 평가전에도 참가했다. 8타수 2안타를 기록했지만, 2개 모두 2루타였다. 다소 마음이 급해보였던 게 사실.
2026년은 1군 무대 적응과 3루수 주전 자리를 되찾는게 급선무다. 하지만 이미 롯데의 기대감은 한동희의 어깨를 무겁게 짓누르고 있다.
한동희의 부진 원인에 대해 이대호를 비롯한 롯데 관계자들은 "사람이 너무 착한게 문제"라고 말하곤 한다. 그러다보니 부담감도 많이 느끼고, 부상당했다가 복귀하는 과정에서 무리를 하는 경우도 있다는 설명.
하지만 이제 한동희도 내년이면 27세, 팀 타선의 중심을 맡아야하는 선수다. 부담감은 핑계에 불과하고, 더이상 피할 곳은 없다. 한동희가 부진하면 그 무게감은 이젠 진짜 불혹이 될 전준우에게 돌아갈 뿐이다.
올해 롯데에서 두자릿수 홈런을 친 선수는 레이예스(13개) 한명 뿐이었다. 나승엽 윤동희가 9개, 전준우가 8개에 불과했다.
돌아온 한동희의 1순위 과제는 역시 20홈런이다. 아픈 과거를 잊고 다시한번 날아올라야한다.
천안=김영록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